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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가지고 있는 것의 소중함

책세상 2014.03.17 14:56


《민주주의》 편집 후기
비타악티바 개념사 29 민주주의
이승원 지음

 현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열쇠가 되는 사회과학의 개념을 뽑아 그 의미와 역사, 실천적 함의를 해설하는 비타악티바 개념사 시리즈에서 스물아홉 번째로 민주주의를 다루었다. 민주주의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떠한 역사적 궤적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더욱 민주적인 미래를 위한 실천적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는 작지만 알찬 책이라고 자부한다.

 담당 편집자인 나는 이 책을 통해 지난 기억들을 꺼내보게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정치 선생님께서는 정치 제도나 사건 따위를 설명하실 때 종종 반 친구들 중 하나를 대입한 이런저런 상황을 가정하여 이야기로 풀어내곤 하셨다. 언젠가 한 번은 선생님 이름을 내걸고 ‘OOO당’이라는 정당을 만들 테니 우리 반 아이들 모두 가입하여 함께 정치에 참여하자는 말씀을 농담처럼 하신 적이 있다. 물론, 우리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그 말을 진심으로 듣지도 않았거니와 그때까지 직접 정치적 목소리를 내거나 하는 일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중요하다고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다. 아직 주민등록증도, 투표권도 없었던 그때는 거실 저편에서 들리는 뉴스의 정치적 사안보다는 눈앞의 모의고사 문제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더 합당해보일 뿐이었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가 처음 두각을 드러냈던 '2008 광우병 사태'


 그 이듬해인 2007년 어느 날, 대학에 입학한 나는 아침 일찍 대통령 선거에 투표하고 학교 쪽문에 밀집한 식당 중 하나에서 저녁을 먹으며 각 후보자의 득표율을 전달하는 앵커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동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날이 내가 처음으로 투표한 날이자 처음으로 정치권력을 행사한 날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느낌은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특권’을 누리는 느낌이 아니라 그저 나에게 ‘원래’ 주어진 의무를 이행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주변에는 시험공부를 하느라 투표를 건너뛴 친구도 많았다. 드디어 투표권이 생긴 그 시기에도 투표장과 도서관 사이에서 도서관으로 향하는 것이 합당해보였던 것이다.

투표권은 '권리'일까요 '의무'일까요?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원고를 받아 편집하고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지금, 그러한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고등학생 때 민주주의는 나에게 전적으로 하나의 이론 또는 명제에 불과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주권을 실제로 행사하게 되었음에도 나는 그저 심드렁했다. 그랬던 나였기에 본문에서 자신들의 민주적 이상을 위해 피 흘리며 싸웠던 다양한 계층의 투사들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내가 가진 권리의 중요성이 그토록 컸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1팀 장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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