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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말하셨지, 미안은 하지만 원망은 말라고

책세상 2011.12.09 15:14
한국 신자유주의 여전히, 가열히 진행 중

지난 11월 22일. 한미 FTA 비준안 국회 본회의 통과
97년 11월 21일. 한국 정부의 IMF 구제금융 공식 요청 신청

FTA랑 IMF가 무슨 상관인지 궁금하실 분들도 있겠지요. IMF 위기를 결정적 계기로 한국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적 대전환을 이뤘습니다. 이후 한국 신자유주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양극화, 실직과 해고의 상시화 등 우리의 삶을 바꿨죠. 극단적으로 낮아진 출산율, 극단적으로 높아진 자살률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삶?
아..사실은 저, 잘 모릅니다. 다만, IMF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IMF 이후 모 기업에 다니던 아버지가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를 당하셨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정리해고에도 불구하고 그 기업은 결국 완전히 해체되고 일부는 외국 기업에 매각됐죠.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회사에서 우리사주로 받은 퇴직금은 그 배의 빚으로 돌아왔습니다. 전 대학을 학자금 대출에 생활비 대출까지 받아 다녀야 했고, 매 학기 오르는 등록금 걱정에 휴학 생각도 못 하고 대학 4년 동안 늘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드디어(?) 학자금 대출 원리금 상환이 시작됐습니다.(하하 눈물 좀 훔치고요..)

눈물이 주룩주룩(97년에 나온 노래 <눈물이 주룩주룩>을 모티프로 제작한 영화)

한 달 전, (간단한) 수술을 받으신 아버지가 살갑지 못한 맏딸에게 어쩐 일인지 말을 거셨습니다. 못난 부모 만나 고생이 많다고 미안하다고. 전 오히려 다 큰 딸이 아버지 수술비도 못 보태드려 미안하던 참이었는데 말이죠. ‘우리는 왜 서로 미안해하지?’ 갑자기 서러웠고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아버지의 그 뒷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안은 하지만, 원망은 마라. (^^;)
알아요. 당신 열심히 살았습니다. 누구 원망받을 일 한 적 없이 누구보다 성실히 살아온 것, 압니다. 그런데 왜 우리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걸까요. 늘어가는 것은 왜 미안함뿐인가요. 부모에게, 자식에게, 이런 사회에서 경쟁자로 규정되는 친구와 동료에게,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에게, 또 동물에게까지도.

너무 돌아왔지만 아무튼, 한미 FTA는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부문에 걸쳐 IMF 관리체제가 도입”되는 것과 같습니다. IMF 위기관리 프로그램은 ‘경제관료-재벌-초국적 자본의 과두권력’의 작동 과정이었죠. 이번에 FTA를 강행처리한 모 의원은 FTA가 국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말했습니다.

진짜?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IMF'와 '재벌', '구조조정'이었다. 'FTA'는 또 어떤 단어를 불러올까.)

한미 FTA로 서비스산업부문이 개방되고 자유화되면 의료민영화, 병원의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 확대 등으로 큰 이익을 볼 수 있고 미국 자본과 손을 잡으면 정부의 규제도 피하기 쉬워진다.
ㅡ지주형,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 400쪽

대체 여기서 이익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요. 내가 아니고 우리가 아닌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들은 국민에 대한 미안함 하나 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말할 수 있는지. 앞으로 우리는, 나는 또 어떤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일까요. 가열히 진행되는 한국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요.
답답함에 대놓고 말해봅니다.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부터 파헤쳐봅시다, 우리.

_편집부 쥬


1997년의 위기를 결정적 계기로 해서 일어난 한국 정치경제의 신자유주의적 전환 과정을 지구 정치경제적 맥락 속에서, 그리고 이 전환을 이끌어낸 국내적․국제적 추진 세력과 그들의 기획을 중심으로 역사적으로 분석했다. 저자는 우리의 신자유주의적 전환 과정이 단순히 경제적 현상이 아니라 반민주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사회적․정치적 현상임을 밝히고, 한국 경제의 양극화와 대외종속 및 위기를 불러온 국내적․지구적 세력이 누구인지 드러낸다. 그리고 사회경제적 위기를 해소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모델의 모색과 그것의 전제가 되는 경제정책의 민주화를 강조하고 있다.

* 이 글은 격주간지 <기획회의> 309호(2011.12.05)에 실린 글을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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