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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시간 밖으로》

책세상 2016.04.18 16:33

시간 밖으로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 김승욱 옮김 | 책세상



늘 전쟁의 위협을 받는 나라에 태어난 한 남자가 있다. 십대 때는 이런 곳에 살다가는 곧 죽겠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늘 이웃 국가와 싸우기 때문에 그의 나라에서는 성인 남자들은 의무적으로 3년 동안 군복무를 해야 한다. 그도 젊었을 때 전쟁 중에 그 의무를 이행했다. 그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들도 군에 보내야 했다. 큰아들이 제대하고 반년 후 둘째 아들이 입대했다.


꽤 유명한 작가인 그는 그 무렵, 새로운 소설을 한 편 쓰고 있었다. 제대하고 돌아온 아들이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버린 후 영영 아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견딜 수 없어서 군대의 사망통지서가 닿지 않을 먼 곳으로 떠나버리는 중년 여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복무 중인 둘째 아들이 휴가를 나올 때마다 그는 군대와 전쟁 묘사에 대해 조언을 얻어가며 집필에 매진했다.



저자 다비드 그로스만(David Grossman)



한편으로 그는 평화활동가이기도 했다. 그의 나라가 방위권을 갖는 것까지 부정하지는 않지만, 이웃 나라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전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의 나라와 헤즈볼라가 레바논에서 다시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을 때 그는 동료 작가들과 함께 정부에 전쟁 중단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틀 뒤, 그는 둘째 아들의 사망통지서를 받았다.


아들을 땅에 묻은 후에도 삶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고통스럽게 한 자 한 자 써나가는 동안에는 조금 더 견딜 수 있었다.


“군복무 중이던 아들 유리가 2차 레바논 전쟁에서 사망한 뒤 그 재앙은 내 삶의 매 순간에 스며 있습니다. 기억의 위력은 정말 강력하고 엄청나지만, 또 때로는 그 때문에 무뎌지기도 하죠. 글쓰기는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에 대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광대한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그곳에서 죽음은 더이상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삶의 반대편에 있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이 상실의 슬픔,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쓴 《시간 밖으로》는 이런 사연을 품고 있다.




이 작품에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이 여럿 등장한다. 부모들의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의 시간은 멈춰 있다. 이 간극을 뛰어넘기 위해 부모들은 필사적이다. 그 필사적인 마음이 작품 곳곳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

화사한 봄날에 내지 말 것을 그랬다고, 사무실 창밖을 내다보며 후회해본다.

어제는 세월호 인양 소식을 보았고, 오늘 아침에는 이웃 나라의 재난 소식을 들었다. 저 평화로운 창밖 너머 어딘가에 필사적인 마음일 누군가가 있을 텐데... 십 년 전 마찬가지로 필사적이었던 한 작가가 쓴 이 글 한 편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김경미 편집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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