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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정의롭지 못한 사회, 평등 자유 권리를 묻다

책세상 2011.12.16 09:39

평등, 자유, 권리―사회 정의의 기초를 묻다
이종은 지음

자유와 평등이란 무엇인가? 권리는 어떻게 정의의 기초가 되는가? 정치사상의 핵심 주제인 자유․평등․권리 개념과 이들 사이의 관계를 묻고, 자유와 평등에 대한 권리를 밝힘으로써 사회 정의의 원칙을 모색한다. 일관된 논지 아래 한국적 맥락에서 세 주제를 총체적으로 탐색한 최초의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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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권리를 평등하게, 자유와 평등을 조화롭게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 혁명의 이념이 너무 선명한 탓일까. 굳어진 언어 습관을 깨뜨리는 것이 힘든 탓일까. 원고를 처음 대했을 때 ‘평등, 자유, 권리’라는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단어의 배열 순서가 낯설게 느껴졌다. 초고 그대로 제목을 정한 뒤에도 영 입에 붙지 않았다. ‘자유, 평등, 권리’로 잘못 부르기를 몇 차례 거듭하는 동안, 800쪽이 넘는 광대한 사유의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를 거듭하는 동안, 머릿속에서 세 단어의 순서가 자리를 잡아갔다.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는 권력의 억압에 맞서 자유를 획득하고 그것을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보장하면서 자유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즉 ‘자유의 평등화’라는 경로로 발전해왔다. 프랑스 혁명의 영향력을 떠나서도 ‘자유, 평등’의 순서가 익숙한 것은 그런 맥락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제목의 배열을 바꾸었고, 논의의 흐름도 불평등과 평등을 지나 3장에서야 자유를 다루고 있다. 자유보다 평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신자유주의의 위세가 거세고 양극화가 심각한 오늘의 화두는 평등이라는 의미일까. 내 짧은 생각은 이런 지점을 맴돌았으나, 저자의 시야는 이런 이분법을 벗어나 굴절되어온 우리 역사와 현실을 깊고 넓게 포착하고 있었다.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면, 이 명제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즉 자유, 평등 그리고 자유와 평등에 대한 권리가 의미하는 바를 알아야 한다. 우리에게 평등과 자유는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가?”

저자가 보기에 한국 사회는 “자유의 의미를 체득해 실천해보기도 전에 평등에 대한 욕구의 분출에 휩싸이게” 되었다. 해방 후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 헌법을 내걸었으나 부국강병을 통한 국민국가 건설에 치중한 탓에 자유를 실질적으로 향유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평등을 통한 사회 정의의 실현을 지상 과제로 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평등 구현을 통한 자유의 모색을 고민하면서, 자유와 관련해 평등이 의미하는 바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이는 자유가 더 중요하다거나 평등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진의는 어느 한쪽에 급격히 경도되곤 하는 우리 사회에 균형 감각을 요구하는 데 있다. 이는 결국 ‘자유와 평등의 조화’라는, 정치철학의 오래된 주제이자 당면한 과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평등, 자유’라는 순서의 문제는 이 책을 이야기하는 아주 작고 좁은 길일 뿐이다. 색인만도 10쪽이 넘는 이 방대한 책은 자유와 권리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전제 아래 정치사상의 핵심 주제인 자유․평등․권리 개념의 의미와 상호 관계를 다루며, 자유와 평등에 대한 권리를 밝힘으로써 정의의 원칙을 확립하고자 한다. 일관된 논지 아래 세 주제를 총체적으로 다룬 국내 첫 저작으로, 서구에서 발원한 개념을 한국적 맥락에서 천착했다는 점에서도 돋보인다. 좌파와 우파가 모두 정의를 내세우지만 그 진정한 의미에는 다가가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 책에 담긴 사유와 균형 감각은 어떤 울림을 줄까? 저자는 다음 책 《사회 정의》를 쓰고 있다.

_편집장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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