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책세상 블로그

라이프니츠와 루피의 공통점을 찾다?ㅡ자유로운 편집자 되기 본문

책세상 이야기/편집자 분투기

라이프니츠와 루피의 공통점을 찾다?ㅡ자유로운 편집자 되기

책세상 2011.12.22 10:33

자유와 운명에 관한 대화 외
자유와 운명에 관한 대화 외
G. W. 라이프니츠 지음, 이상명 옮김

라이프니츠의 진리 이론과 자유 개념에 관한 12편의 단편을 선별해 번역한 것으로, 모두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저작들이다. 오늘날 자유라 하면 일반적으로 정치·사회적 자유를 떠올리지만 라이프니츠의 자유는 그보다 본질적인 자유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진리와 자유 개념 이해는 물론 라이프니츠 철학 이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 * *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은 언제나 제 삶의 화두였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유명한 편집자가 돼서 이름을 날리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저 한 사람으로서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이 소박한 바람이 제 꿈이라면 꿈이랄까요.

해적왕이 되겠다는 밀집모자 루피, 그에게 해적왕이란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아니라 바다에서 가장 자유로운 자!ㅡ오다 에이치로, <원피스ONE PIECE>

그래서인지 ‘자유’라는 말이 들어가 있으면 저도 모르게 설레고 맙니다. 라이프니츠가 자유 개념에 관해 썼다는 이 원고를 받아 들고도 얼마나 설렜는지……. 하지만 라이프니츠의 자유? 예정조화나 모나드라면 모를까, 자유라니. 잠깐의 설렘 다음엔 긴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라이프니츠에 대해 단편적인 정보(지식도 아니고!)만 지닌 제가 라이프니츠의 철학을, 진리와 자유에 관한 단편들을 한 권의 책으로 잘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고요. 하지만 이 열두 편의 단편을 편집해나가면서 그 두려움은 차츰 사라져갔습니다(진짜?).

라이프니츠는 이 세계가 “신이 결정한 최선의 세계”라고 말합니다. 최선이란 ‘다른 가능성’을 전제하는 것이기에, 지금 여기 존재하지는 않더라도, 가능한 다른 세계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겠죠. 따라서 현존하는 이 세계는 무한한 가능성 중에서 선택된 것이며 이 선택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우연적인 것입니다(필연적인 것이라면 ‘가능성’은 불가능할 테니까요). 하지만 이 우연히 현존하는 모든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습니다(그 유명한 라이프니츠의 충족이유율,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심지어 죄와 악에도. 이처럼 예정되어 있으나, 우연적인 진리의 세계 속에서 자유는 가능하다고 라이프니츠는 말합니다.

이 책을 편집하면서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과정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고를 받아들고 두려움에 떨어봤자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어차피 편집에 정답(필연적 진리)은 없으니까요. 하나의 원고가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며, 편집자는 그중에서 하나의 가능성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동료들과 뿔뿔이 흩어지고 소중한 형 에이스마저 잃게 된 루피(ㅠㅠ). 결국 루피는 바다에서 자유로운 자가 되기 위해,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능력을 키우기 위해, 2년간 동료들과 떨어진 채 수련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러나 라이프니츠가 말했듯, 이러한 자유(선택하고 결정하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의지적인 이 자유)는 힘과 지식에 비례하며 책임이 뒤따릅니다(ㅠㅠ). 편집을 처음 시작할 때, 띄어쓰기 하나 교정하는 데에도 이유를 댈 수 있어야 한다던 선배 편집자의 말이 겹칩니다. 이유 없이 아무것도 있을 수 없으며, 그렇게 선택된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최선의 것이 탄생하는 것이죠. 물론 그 과정에서 불협화음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 있는 불협화음이라면 결국엔 조화를 이루게 되는 이 아름다운 과정!
그러니 이유를 들 수 있는 능력,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즉 텍스트를 이해하는 능력, 저역자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 보도자료를 잘 쓰는 능력(아..계속되는 폭풍눈물ㅠㅠ), 또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 이 지면에서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는 편집 과정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질수록, 또 거기에 합당한 책임을 기꺼이 감당하게 될수록 편집자로서의 저는 그만큼 더 자유로울 수 있겠지요..?

아픔과 시련을 딛고 2년간 각자의 수련을 마친 후 다시 모인 루피 일당의 재출항! 무시무시한 바다(일명 위대한 바다의 신세계~), 또 그 바다를 지배하는 엄청난 해적들 속에서 신세계가 마치 놀이터인양 자신들의 능력을 펼치며 자유롭게 누비고 다닐 루피 일당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두근두근 :)

라이프니츠에게 철학은 “거대한 놀이터 같은 어떤 것”이랍니다. 이보다 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철학이 있을까요.^^ 저에겐 편집이, 출판이 그랬으면 합니다. 텍스트가, 사람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자유롭게 최선의 것을 만들어나가는 놀이로서 말예요 ♬

_편집부 쥬

* 이 글은 출판 격주간지 <기획회의> 310호(2011.12.20)에 실린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