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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나라의 앨리스' 작가와의 솔직대담한 인터뷰

책세상 2011.12.21 12:01
캐럴, 소녀 앨리스를 탐하다?!
ㅡ'이상한'이 아니라 '신기한'(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색다르고 놀라운 / 새롭고 기이한) 나라의 앨리스, 작가 캐럴과 역자 남기헌의 가상 인터뷰
 
루이스 캐럴 作, 앨리스의 실제 모델로 여겨지는 소녀

남기헌_ 현재 판타지는 문학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현실에 대한 사실주의적 고정관념을 깨는 역할로 인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에 많은 판타지 소설들이 영화화되어 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출판과 관련된 일화를 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캐럴_
《신기한 나라의 앨리스》는 사실주의적 작품은 아닙니다. 또한 단순히 동화적 상상력만으로 쓰인 작품도 아니고요. 현실과 판타지는 이항대립적 관계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판타지는 현실의 타자로서 현실의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고 봅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작품을 판타지로 보는 시각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구상한 것은 1862년 여름의 오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리델 가(家)의 세 아이들――여덟 살에서 열세 살까지의――과 함께 물가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오후를 보내고 있었죠. 그곳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격리된,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가득한 활기찬 곳이었어요. 작은 공주님들은 나에게 얘기를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열 살 먹은 앨리스의 집요함이 없었다면 이 작품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돌아보면, 앨리스가 자꾸 졸라대서 이야기를 시작했고, 결국 2년 반 정도 걸려서 원고를 완성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에 지인인 맥도널드 부부가 원고를 읽고 자기 자녀들에게 들려주었는데, 어린 아들인 그레빌이 6만 권짜리 책쯤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사실 이 작품을 썼을 때 출판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출판은 완전히 나중에 든 생각이었습니다. 보통, 작가가 출판을 서두르게 되는 것은 친구들의 압력 때문이죠. 서문에서 밝혔듯이 저의 《신기한 나라의 앨리스》는 단지 하나의 작은 싹이 성장해 출판본이 된 것이며, 출판 직전의 원고에 더 많은 장들과 사건들 그리고 등장인물을 추가해서 살을 붙인 것입니다.

리델 가의 세 자매

남기헌_ 매우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서 질문을 하겠습니다. 사진작가로서도 명성을 누렸던 선생님의 어린 소녀들의 사진 촬영이 아동성애pedophile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함께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캐럴
_ 저에 대해서 긍정적 입장에 서 있는 전기 작가들조차도 어린 여자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나의 성적 에너지가 비전통적인 출구를 찾은 것으로 봅니다. 혹은 제가 감정적으로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체로 비성적(非性的)이었다는 식으로 변호를 하기도 합니다. 물론 앨리스 리델의 존재는 제 생애와 작품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1880년경에 제가 갑자기 사진을 그만둔 것은 우선 새로운 사진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사진에 대한 제 관심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 등장한 건판 현상(現像) 기술은 이전의 습식과는 달리 현상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주기는 하지만 예술적으로는 열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녀와 루이스 캐럴

소녀와 루이스 캐럴

특히 아동성애 운운하는 것은 아마도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저라는 개인의 특별한 성적 취향이었다기보다는 그 시대의 공통적인 문화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동성애라는 용어는 크라프트 에빙Richard Kraft-Ebing에 의해 1880년대에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그 이전의 시대에 살았고 그것을 다른 개념으로 이해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기이한 성적 편향성 때문이 아닙니다. 아이들에 대한 저의 열정이나 사랑은 영국 문화, 특히 낭만주의 전통에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시인인 워즈워스에게 있어서 아이들은 자연과 가장 가깝게 교감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아이들에 대한 저의 생각은 워즈워스의 생각보다는 콜리지의 생각에 더 가까울 듯합니다. 워즈워스가 아이들을 신성시하며 이상화했다면 콜리지는 아이들에게서 순수하고 흠이 없는 직관적인 힘을 발견했다고 보입니다. 또한 콜리지는 그것을 즐기고 보존하려 했는데, 이 역시 저의 생각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당시에 벌거벗은 여자 아이들의 모습을 담는 것은 지엽적 성애의 표현이나 주변적 포르노그래피가 아니라 풍경이나 누드를 묘사한 그림과 사진의 주요 흐름이었습니다. 여자 아이들의 누드는 지나친 성적 정체성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천상적인 아름다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여겨졌습니다. 수많은 화가와 사진사들이 이러한 순수한 성을 작품에 담으려고 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린이가 아름다움의 이상으로 여겨진 것은 상위 예술에서뿐만 아니라 중산층의 대중문화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털 없는 불두덩을 드러낸 비너스의 모습으로 장식된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받는 것은 당시에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일이었죠.

루이스 캐럴이 찍은 소녀들

제 사진이나 그림에 성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아동기나 성애의 발아를 감각적으로 칭송하는 것을 두고 성적인 에너지가 없다고 부정하는 것도 잘못이며, 단순히 성적 변태로 여기는 것도 잘못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본다면 당시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전부 변태가 되어버리니까요.

루이스 캐럴과 앨리스를 컨셉으로 잡은 보그 패션 화보
2003-12호, 애니 레이보비치 사진

남기헌_ 성직자처럼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셨는데, 여자 아이들이 아닌 여성에 대해서 성적인 관심을 갖고는 계셨나요?

캐럴
_ 하하하, 물론입니다. 덧붙이자면, 어린 여자 아이들에게만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여자 아이들만 사랑했고 성숙한 여성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해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성장한 뒤에도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즐겼습니다. 육체적 성숙미를 보이는 세미누드 모델들을 연구하기도 했고, 수많은 나체의 여성들을 다룬 예술 작품을 소장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저 같은 독신 남성이 성숙한 여성들에게 접근해 모델로 삼는 데는 도덕적 제약이 있었고, 어린 여자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쪽이 용이했다는 점도 말해두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사귀었던 성숙한 여성들도 많았습니다. 유부녀였던 콘스턴스 버치, 미망인이었던 이디스 슈트와 새라 블랙모어, 그리고 독신이었던 시오 히피, 메리 밀러나 아이자 보먼 같은 여성들이었죠. 제 삶에서 우정과 위안의 원천이 되었던 사람들입니다.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시리즈의 서른여섯 번째 권으로 출간된《신기한 나라의 앨리스》는 1977년 St. Martin's Press에서 펴낸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작가 루이스 캐럴은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의 학장으로 부임한 헨리 리델Henry Li- ddell의 세 딸들에게 종종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곤 했다.《신기한 나라의 앨리스》역시 리델의 딸 가운데 하나인 앨리스를 모델로 삼아 만든 이야기를 토대로 한 것이다. 1866년 첫 출간 당시 영국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세계 5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수많은 작가들에게 문학적 영감을 주었다. 여러 차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뛰어난 언어적 감각과 풍부한 감수성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19세기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대표작. 동화나 아동문학의 범주에서 다루어지나, 난센스, 은유, 언어유희 등 흥미로운 언어적 실험을 보여주며 현실의 경계를 뛰어넘은 판타지 문학의 원류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덧. 이 인터뷰는 Morton N. Cohen, Lewis Carroll : A Biography(Vintage, 1996) ; Karoline Leach, In the Shadow of the Dreamchild : A New Understanding of Lewis Carroll(Peter Owen, 1999) ; William Empson, Some Versions of Pastoral(New Directions, 1935) ; Nina Auerbach, “Alice in Wonderland : A Curious Child”, Victorian Studies 17(1973)을 참조해 옮긴이가 가상으로 꾸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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