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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이야기/시로 여는 세상

12월이라서 좋다

책세상 2011.12.26 18:25


12월
                                                     김이듬
 
저녁이라서 좋다
거리에 서서
초점을 잃어가는 사물들과
각자의 외투 속으로 응집한 채 흔들려가는 사람들
목 없는 얼굴을 바라보는 게 좋다
너를 기다리는 게 좋다
오늘의 결심(決心)과 망신(亡身)은 다 끝내지 못할 것이다
미완성으로 끝나는 것이다
포기를 향해 달려가는 나의 재능이 좋다
나무들은 최선을 다해 헐벗었고
새 떼가 죽을힘껏 퍼덕거리며 날아가는 반대로
 
봄이 아니라 겨울이라 좋다
신년이 아니고 연말, 흥청망청
처음이 아니라서 좋다
이제는 곧 육신을 볼 수 없겠지
움푹 파인 눈의 애인아 창백한 내 사랑아
일어나라 내 방으로 가자
그냥 여기서 고인 물을 마시겠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널 건드려도 괜찮지?
숨넘어가겠니? 영혼아,
넌 내게 뭘 줄 수 있었니?



해가 저무는[각주:1] 12월의 저녁
(아마도) 애인을 기다리며,
외투 속으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흔들흔들
연말이라고 흥청망청
미완성으로 끝나가는
이 쓸쓸하고 시린 풍경을 바라보는, 차가운 듯 따뜻한 시선이 좋다
최선을 다해, 완성을 향해, 달려가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아마도)
12월이 5일밖에 남지 않은 12월 저녁
이 시를 읽을 수 있어서 좋다
:)

_편집부 쥬


  1. ① 해가 져서 어두워지다. ② 계절이나 한 해가 거의 다 지나게 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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