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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이야기/편집자 분투기

세습도 눈물도 없는 평등은 무슨 맛?

책세상 2012.01.27 14:04

비타악티바 개념사 26 | 평등

선우현 지음

누구에게나 자아실현의 기회를 보장하는 평등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왜 아직도 심각한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는가? 효율성과 생산성, 가시적 성과를 추어올리고, 무차별적 경쟁을 강제하는 신자유주의는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을 옹호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비인간적 불평등의 현실을 고찰하고 평등의 철학과 더불어 평등을 향한 실천 방안을 모색한다.

* * *

마르크스는 생전에, 영국이 최초로 경험했던 산업 자본주의의 고통을 인류 전체가 겪게 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그 이야기는 너에 관한 것이다.” 청춘의 터널을 통과한 기성세대가 사회의 온갖 부당한 불평등과 외롭게 싸우는 젊은 세대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씁쓸한 격려의 말을 하면서도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라고 매콤하게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레닌 동상 철거
_“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은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간 체제 경쟁에서의 ‘자본주의의 최종 승리’인 양 간주되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에 비해 ‘잠정적으로’ 우월한 체제처럼 비쳐지고는 있지만 자본주의 체제 또한 적지 않은 한계와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정의로운 사회의 필수 조건이 구성원들의 평등이라면, 진정한 평등은 혁명을 통해서만 다다를 수 있는 게 아닐까. 인류 역사의 수많은 혁명은 모두 불평등에서 시작되었고 그 혁명들로 인해 우리는 평등의 가치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래전 시민 혁명이 인간의 불평등 현실을 깨닫게 하고 시민의 자유를 확대했다면 오늘의 신자유주의적 자유는 자본주의적 불평등을 교묘하게 은폐하고 있다. 《평등》의 지은이는 현재의 자본주의가 더 그럴듯한 신자유주의로 재편된 후 자본주의적 불평등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의 시작이 ‘불평등’인 것은 이렇게 너무도 빈번하고 오래되다 못해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도처에 도사린 불평등을 새삼 직시하고 이를 통해 평등을 말하기 위함이다.

지구 한편에서는 비만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굶주림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평등은 자유와 양립 가능한가?’, ‘복지란 약자를 위한 처우 개선인가, 강자의 자유 훼손 방지인가’와 같은 평등을 둘러싼 오래된 논쟁을 비롯해 루소와 마르크스, 롤스와 드워킨으로 대표되는 평등의 철학을 꼼꼼히 짚어보는 지은이의 오랜 탐구는 결국 지금의 한국을 향한다.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해 있는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극심한 불평등을 타개하고 도달할 자유롭고 공정한 이상적 정의 사회는 어떤 형태의 사회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지은이는 자본주의 체제를 평등주의에 의거해 전면적으로 재편할 것을 제안한다. 더불어 경제적 불평등뿐만 아니라 교육 불평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화적 불평등 등에 대해서도 실천적ㆍ철학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자 파크스
_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 양보를 거부해 흑인 민권 운동의 기폭제가 된 ‘몽고메리 보이콧’(1955)의 주인공 로자 파크스가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앞자리에 앉았다.

현 정권이 ‘공정한 사회’를 정치 슬로건으로 내걸고, 《정의란 무엇인가》가 시대를 풍미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사회는 최저 임금으로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하고,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흔하다. 새해를 맞이해 오바마는 국방비 예산 삭감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확고히 해 세계 안보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평등한 사회와 지구의 평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구 반대편의 굶주리는 아이를 보며 선진국(?)에 태어난 것을 감사해하거나 약간의 돈을 기부하며 위안을 얻거나, 혹은 ‘정의’라는 이름의 산업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다지도 왜곡된 세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창조적이고도 혁명적인 실천을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평등한 상태가 무엇인지, 평등한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지만 지금의 불평등을 미뤄 추측한다면 평등의 맛은 아마 달콤하고도 깊고 쌉싸래할 거다.

_편집부 최민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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