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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어리석음에 똥덩어리가 차올라!-플로베르

책세상 2012.02.27 11:57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희화戱畵
ㅡ플로베르의 《부바르와 페퀴셰》와 《통상 관념 사전》

진인혜

우리에게 《마담 보바리》의 작가로 잘 알려진 플로베르는 젊은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의 어리석은 통상 관념을 수집한 작가이다. 그의 서간집은 부르주아와 동시대의 어리석음에 대한 분노와 절망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는 일찍이 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시대의 어리석음에 대해 숨이 막힐 정도의 분노의 물결을 느끼고 있다. 마치 탈장된 것을 졸라매고 있는 것처럼 내 입에까지 똥덩어리가 차오르는 것 같아. 그러나 나는 그것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응결시키고 굳혀두고 있다가, 반죽을 만들어서 언젠가 그것으로 19세기를 더럽혀주고 싶다. 인도에서 쇠똥으로 탑을 장식하는 것처럼 말이야.”
 
귀스타브 플로베르, 이 시대의 어리석음에 똥덩어리가 차오르는 것 같아!

그리고 마침내 그는 평생 간직해온 “반죽”으로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거대한 탑을 만들어 자신의 삶의 최후를 장식한다. 미완성 유작 《부바르와 페퀴셰》가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모든 작품은 이 마지막 작품을 위한 준비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 작가 자신의 고백처럼, 《부바르와 페퀴셰》는 그의 모든 경험과 인간 및 인간의 사업에 대한 판단이 집약된 작품으로 작가의 다양한 사상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직업(필경)과 나이(47세)가 똑같은 부바르와 페퀴셰라는 두 인물이 우연히 만나서 서로 호감을 느껴 마치 부부와도 같은 조화를 이루게 된 후, 부바르가 상속받은 유산으로 함께 시골에 은퇴하여 여러 가지 학문의 연구에 몰두하다가 결국 모든 연구에서 실패하고 처음의 직업인 필경으로 되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요약해보면 이렇게 간단한 줄거리이지만,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백과전서’ 혹은 ‘과학에 있어서의 방법의 결여’라고 하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부바르와 페퀴셰》에는 수많은 전문서적과 이론이 직접 등장하며 그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이루어진다. 그 때문에 플로베르는 《부바르와 페퀴셰》를 쓰기 위해 무려 1,500권이 넘는 책을 읽었고, 노트한 서류 더미만 해도 여덟 자나 되었다고 한다. 7장에서 두 주인공의 연애사건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은 그저 헤프닝으로 끝나버리고, 두 인물은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총망라하는 광범위한 연구와 실험을 계속하며 모든 것에 통용될 수 있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진실, 변함없이 확실한 그 무엇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들은 도처에서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모순만 만나게 되고 혼란에 빠져 실패를 거듭한다. 그들의 연구는 언제나 과다하게 책에 의존하는데, 상반되는 모든 이론을 동등한 가치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의 연구는 지식의 축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지성이 무의미하고 헛된 것임을 드러내주는 역할을 한다. 결국 부바르와 페퀴셰의 일련의 연구는 인간의 지식과 현실 사이에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이 존재하며 어떠한 지식도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없고 현실은 인간의 논리와 지식으로 통제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다.

박찬욱, 독자를 웃기는 빈도와 강도 면에서 '부바르와 페퀴셰'를 따라갈 소설은 '돈키호테' 말고는 없다.

이처럼 《부바르와 페퀴셰》가 드러내는 주제는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작품 속에 담겨 있는 풍자와 해학으로 독자에게 끝없는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우선 독자를 사로잡는 것은 인물의 희화적인 면이다. 그것은 부바르와 페퀴셰가 유머 감각이 뛰어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두 인물의 희화적인 면은, 그들에게 유머가 없다는 사실, 그들이 아름답다거나 정당하다거나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사상의 한계점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실패에 이를 때까지 동요됨이 없이 그 사상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그런 점에서 박찬욱 감독이 2005년 ‘내 마음의 책’으로 《부바르와 페퀴셰》를 꼽으며 두 인물을 돈키호테에 비유한 것은 매우 예리하고 적절하다. 불굴의 열정으로 세상과 충돌하며 온갖 모험을 벌이는 돈키호테를 보면서 짓게 되는 웃음은 이 세상 모든 학문과 씨름하며 진지하게 몰두하는 어설픈 두 학자, 부바르와 페퀴셰를 보면서 짓게 되는 웃음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웃음을 제공하는 풍자와 해학은 《부바르와 페퀴셰》의 부록에 속하는 《통상 관념 사전》에서 더욱 직접적이고 통렬하게 드러난다.

플로베르는 《부바르와 페퀴셰》의 마지막 부분을 완성하지 못한 채 1880년 5월 8일 뇌출혈로 자신의 서재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3개월 전의 한 편지에서, 《부바르와 페퀴셰》의 2권도 이미 4분의 3이 완성되어 있고 거의 인용문으로만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2권은 작품의 마지막에 이르러 다시 필경으로 돌아간 부바르와 페퀴셰가 필경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2권을 이루고 있는 것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것이 바로 《통상 관념 사전》이다. 《부바르와 페퀴셰》가 이야기를 구성하는 소설적 차원에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다룬 것이라면, 《통상 관념 사전》은 사전의 형식을 빌어 통상 관념을 직접 제시하며 인간의 지식과 사고체계의 어리석음을 풍자하고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곧잘 행하는 확언의 공격적인 힘을 비판하고 있다. 소설 작품처럼 독자에게 전해주는 줄거리나 등장인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단어의 기능을 변화시키는 일종의 코드 변환 작업에 의해 산출된 작품으로 독자에게 의미심장한 웃음과 함께 특별한 묘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플로베르는 죽음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부바르와 페퀴셰》를 미완의 작품으로 남겨 놓게 된 것이지만, 작품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미완성은 이 작품의 필연적인 속성인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지적 사업의 무의미를 표상하는 작품의 중심 사상을 생각해본다면, 무언가 결론을 맺는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간의 어리석음이란 바로 결론을 내리려는 데에 있다”(1850년 9월의 편지)고 단언하는 플로베르이고 보면, 미완성은 마치 그의 사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서술 방식의 묘미로까지 읽힌다.

아직 끝나지 않은 부바르와 페퀴셰의 이야기,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에선가 지금도 여전히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필경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는 그들의 《통상 관념 사전》을 풍부하게 채워줄 항목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 * *

국회의원
: 국회의원이 되는 것! 최고의 영광.
               모두 수다쟁이들ㅡ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대학입학 자격시험 : 비난할 것.
따귀 때리기 : 절대 하지 말 것.
명령 : 너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죄를 저지르는가!
자유 무역 : 우리의 모든 불행의 원인.
집안일 : 그것에 대해 언제나 존경심을 갖고 말할 것.
: 어떤 책이든 너무 길다.
판매 : 팔고 사는 것, 인생의 목적.
합법성 : 합법성이 우리를 죽인다! 합법성을 가지고는 어떤 정부도 가능하지 않다.

바보들 : 지능이 부족하여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 당신처럼 생각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

+플로베르의 《통상 관념 사전》을 토대로 제작된 EBS 지식채널E 영상 <통상 관념 사전> 보러가기>>

*이 글은 플로베르의 《부바르와 페퀴셰》와 《통상 관념 사전》의 역자 진인혜 선생님께서 써주신 글입니다. 진인혜 선생님은 이번에 출간된 책세상 루소전집의 《루소, 장 자크를 심판하다 ㅡ 대화》를 번역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필자 소개 | 진인혜 연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플로베르 연구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파리 4대학에서 D.E.A.(박사과정 수료)를 취득했다. 연세대, 충남대, 배재대학교에 출강하고 배재대학교 학술연구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목원대학교 강의전담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프랑스 리얼리즘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부바르와 페퀴셰, 통상 관념 사전, 플로베르, 티아니 이야기, 말로센 말로센, 종말 전 29, 해바라기 소녀, 미소, 잉카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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