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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지 않게 세상을 설명하는 법?

책세상 2012.05.18 10:17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피터 L. 버거 지음 | 노상미 옮김


사회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한 번은 들어봤음 직한 명저 《사회학에의 초대》, 그리고 이 어지러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믿음이 아니라 의심이라고 주장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의심에 대한 옹호》의 저자 피터 버거의 자서전이다.


하지만 여느 자서전과는 다르다.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이제는 현존하는 사회사상가 중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히는 80대 노학자가 온 세상을 모험하며 살아온 여정을 적당히 지적이면서 굉장히 유머러스하게, 적당히 편파적이면서 굉장히 솔직하게 펼쳐 보인다.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

나의 지적 이력은 착각에서 시작됐다.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뒤 앞으로 자신이 살아갈 사회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는 마음에 당시 미국 사회과학계의 변방이던 사회 조사 뉴스쿨에서 ‘사회학자 발자크’라는 강의를 수강한 피터 버거, 그가 한 학기 동안 배운 것은 발자크 소설 열 권 정도와 19세기 프랑스 사회였다.

나는 내가 미국 사회학을 배우는 줄 알았다.
피터 버거는 미국 사회학을 배우는 대신 세상을 사회학적으로 바라보는 데서 오는 흥분을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인간이 하는 온갖 짓들에 대한, 특히 상류 사회에서 감추고 부정하는 행위들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과 본질적으로 불경스럽고 폭로적이고 전복적인 시각을 말이다.

발자크가 진정 도시의 비밀을 캐려고 되도록 밤에 파리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살롱과 관청과 상점과 선술집과 매음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이해하고자 했던 사람이었는지 아니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내 마음속에 새겨진 사회학자의 상이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거기에 실렸던 내 젊음의 혈기는 누그러졌어도 그 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때부터 발자크적 모험을 시작한 그는 지금도 자신의 서재에 발자크 캐리커처를 액자에 걸어놓았다고 한다.


그 그림을 보고 있으면 사회학을 공부하던 초기에 얻은 또 다른 통찰이 떠오른다. 좋은 사회학은 좋은 소설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좋은 소설을 읽으면 사회에 관해 많이 알 수 있으니까.

지루하지 않게 세상을 설명하는 법, 소설 작법 책에 붙을 법한 말이 이 책 원서의 부제라는 사실에서부터 좋은 사회학에 대한 피터 버거의 관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후기를 가장하고선 인용문으로 채웠다. 어쩔 수 없었다. 지루하지 않게 책을 설명하는 방법을 나는 아직 터득하지 못했다.(orz) 언젠가는 피터 버거처럼 ‘어쩌다 편집자가 되어’ 같은 편집 회고록을 쓸 수 있을까? ^^a

_편집부 쥬

덧. 앞에서 ‘적당히 지적이면서 굉장히 유머러스한, 적당히 편파적이면서 굉장히 솔직한’이라고 했지만, 예민한 독자들은 알리라. 재밌으면서도 굉장히 지적이라는 것을. 굉장히 편파적인지는…읽어보시라. 흣 ^^

* 이 글은 출판 격주간지《기획회의》320호(2012.5.20)에 실린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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