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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같은 위로 대신 등산 같은 철학을

책세상 2012.06.07 10:26

마이너리거를 위한 철학 여행
ㅡ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8가지 질문

최준호 지음


아니, 야구도 아니고 우리 삶에도 마이너/메이저 무대가 따로 있단다. 대학, 직업, 연봉 뭐 이런 것들이 판단 기준이 된다는데… 하지만 이런 남의 기준에만 매달려 정작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지 고민도 제대로 안 해 봤다면 그게 진짜 마이너리거의 삶이 아닐까? 진짜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다면 8명의 철학자가 던지는 삶의 질문을 직시하자.
 



자기계발, 스펙 관리…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 일상어처럼 익숙해진  단어들이다. 특히 나와 같은 20대들에게 그 단어가 가진 무게는 중력의 몇 배, 아니 수십 배는 족히 되는 것 같다. 만성적인 경기침체, 특히 높은 청년 실업률이라는 현실의 위기감은 그 단어의 외연을 점점 넓히고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최근에는 취업을 위한 스펙도 그냥 무턱대고 쌓아선 안 되고 ‘스토리’를 갖춰서 쌓아야 한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가 대학교에 입학했던 7∼8년 전과는 또 다르게, 요새는 새내기 때부터 학점, 외국어, 공모전, 봉사 활동, 인턴 활동 등으로 이어지는 스펙 관리에 철저하게 나선다고 한다. 자연스레 그것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학과 생활이나 교우 관계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요컨대 그 단어는 내가 속한 세대의 미래를 딱 둘로 나누고 있다. 한눈팔지 않고 자기계발과 스펙 관리에 나서서 ‘성공’을 향한 삶을 살거나, 아니면 시간을 ‘허비’하다가 모든 것에서 ‘낙오’한 ‘루저(Loser)’의 삶을 살거나. 명쾌하지 않은가?

하지만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성공과 행복을 보장한다’는 말에는 겉으로 보이는 명쾌함과 달리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러운 구석이 남아 있다. 바로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있어 반드시 대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이다. 이것은 다른 누구도 대답해 줄 수 없으며 오직 자기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이기에 매우 불편하고 어렵지만 반드시 직면해야만 하는 삶의 화두이다.

에드워드 호퍼, <아침 해>
_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우리 자신 내부의 어떤 중요한 곳, 고요하고 슬픈 곳, 진지하고 진정한 곳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호퍼의 작품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기억하는 것을 돕는다.(알랭드 보통)

이러한 맥락에서《마이너리거를 위한 철학 여행》은 어쩌면 독자를 피곤하게 만드는 책일지 모른다. 이 책은 8명의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하는데, 그것을 통해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어떻게 할 때, 또 어떻게 살아갈 때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는가라는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집요하게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종일관 ‘다른 사람의 삶’의 언저리를 맴돌며 흉내만 내며 살 것인가, 아니면 과감히 그런 삶의 굴레를 박차고 나아가 힘들고 어렵더라도 진정성이 담긴 자기 삶을 일구어 낼 것인가?” 미래(진학과 취업)에 대한 불안 때문에,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란 때문에, 단지 남이 말하는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만 하는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따라서 철학은 이러한 불안과 혼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자기계발 담론처럼 객관적인 행복의 조건이 있다고 유혹하거나, 그런 담론에 지친 마음을 섣불리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외적 정념에 휩싸이지 말고, 책임감을 가지고 모든 판단의 척도를 자기 자신으로 삼을 것을, 타인을 외면한 채 고립된 삶을 사는 대신 어떻게 하면 타인과 소통하며 함께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해 볼 것을 권유한다. 그리고 이러한 치열한 고민을 마치고 나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또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 보다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만성적인 위기의식과 긴장, 그로 인한 피로가 만연하다. 자기계발 담론의 또 다른 편에 위로와 공감에 대한 선호가 높아가는 것 역시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위로와 공감만으로 그 만성 피로를 원천적으로 극복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기분 나쁜 피로를 일시적으로 마취하는 대신, 힘이 들지만 산행 후 더욱 튼튼하게 단련된 자기 자신을 얻을 수 있는, ‘기분 좋은 피로’를 보장하는 철학 산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_편집부 김대한


*이 글은 출판 격주간지《기획회의》321호(2012. 6. 5)에 실린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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