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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책세상 2013.07.12 10:33

 예로부터,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했다.
강산이 수십 번 바뀌고 나자 이제는 사람이 제주로 가기 시작했다.

귀촌[歸村]: 빌딩숲, 매연, 콘크리트 도로…… 이런 것들 다 싫다! 하고 떠나는 것.

 2010년 이후 제주도의 유입 인구는 매년 2, 3배씩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는 30~40대 연령층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며, 이들은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제주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다. 소규모 농사나 카페, 빵집 등의 가게가 그들의 주 수입원이다.

 '한강의 기적' 이후 우리는 오랜 기간을 빌딩숲, 콘크리트 바닥과 친숙하게 살아왔다. 대문을 나서면 편의점이 있는, 인간에게 최적화된 환경에서 이십 년 이상을 살아온 사람들이 갑자기 인구밀도가 뚝 떨어지는 '촌'에서 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로의 귀촌 현상이 점점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 석탄이 최대 수입원인 애팔래치아 산맥의 작은 마을로 '귀촌'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도시생활을 버리고 시골로 떠난 사람들의 모든 필요조건을 갖추었다. '독사 굴'이라고 표현할 만한 전 직장과 새로운 가게를 겨우 차릴 만한 저금, 그리고 오랜 시간 갈고 닦아온 꿈.

 어느 순간부터 다품종 대량생산은 매력이 없어졌다. 걸어서 십 분 거리에 콩다방, 별다방이 있으면 무슨 소용일까. 반짝반짝한 건물들 사이에서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것을 먹으며 살다 보면 마치 스노볼 안에서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귀촌'을 꿈꾼다.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의 웬디 부부도 그런 맥락에서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모두 버리고 애팔래치아 산맥의 폐광촌에 작은 책방을 열었다. 긍정적이어도 너무 긍정적인 이 부부. 모두가 이들이 실패할 것이라 생각했고 조롱 섞인 응원을 보냈다. 마트에 자동문도 설치되어있지 않은 동네에서 '헌책방'이라니. 하지만 시련이 그녀를 강하게 하리라. 웬디는 장애물이 생길 때마다 더 힘을 내서 탈출구를 모색했다. 그들은 플랜B 따위는 없이 ‘헌책방’만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게다가 빅스톤갭 지역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귀촌'이란 다른 한편으로는 그 지역에서 몇십 년을 뿌리내리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지만 우리도 <그것이 알고 싶다>나 <긴급출동 SOS24> 같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지역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잘 알고 있다. 웬디 부부의 지역 토박이 친구는 자상하게 이런 말도 해주었다.

"작은 마을에서는 연줄이 다라는 거, 자기도 알고 나도 알잖아. ……자기가 한 발만 담그고 어물쩍거리는데 누가 진심으로 대하겠어? 진득하니 머물면서 우리 방식을 존중하는 티도 내고 겸손한 척도 해야 주민들이 마음을 열지. 경계심도 이유가 있어서 생기는 거야. 그 대상이 딱히 무슨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지라도 말이야. 애인한테 차인 사람하고 데이트 안 해봤어? 말하자면 이 마을 자체가 그 '버림받은 애인'이라고 보면 돼."_138쪽

 하지만 웬디는 그 지역을 떠날 생각이 없었고 새로 다른 곳에 터를 마련할 돈도 없었다. 결국 그들은 연고 없는 지역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책방에 그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냈다. 웬디 부부의 작은 책방은 빅스톤갭의 휴식처이자 상담소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책에서 엿보이는 망자의 살아생전을 알아주고, 남겨진 사람이 눈물을 보여도 모르는 척해주는 정도였다. 떠나간 가족의 책을 버리고 가는 손님들은 때때로 가슴에 담아둔 험악한 말을 쏟아놓거나, '아빠가 죽고 나서 남은 가족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털어놓을 대나무 숲을 간절히 원했다.
우리 책방은 그 대나무 숲이 되어주었다.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 달리 그런 역할을 해줄 곳이 없어서였다."_174쪽
 
 '작은 책방'의 주인들은 이제 사람들에게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을 알려주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들은 빅스톤갭에서 하나의 역할을 쟁취함으로써 그 지역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제 이 마을에서 당신들 책방에 안 드나드는 사람이 없게 됐어요. 마치 수영장만 없는 마을 문화회관 같다니까요. 당신 둘은 빅스톤에서 주민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됐고요. 게다가 두 사람은 이곳 사람들을 아주 정확하게 분석하는 재주가 있죠. 말해봐요, 사람들이 나를 두고 뭐라고 하던가요?"_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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