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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이야기/편집자 분투기

가장 매혹적인 여행서를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싶다

책세상 2013.08.05 16:19


여행 정신

- 현명한 여행자를 위한 삐딱한 안내서
 

장 피에르 나디르·도미니크 외드 지음 


****

“이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여행서를 발견했다고 마구 자랑하고 싶다.
여행을 갈 때마다 이 책을 반드시 배낭에 넣을 거다.”

김소연 시인의 말이다. 편집 막바지 무렵, 책이 아주 마음이 들었는데 추천사로는 표현이 잘 안 됐다는 코멘트를 붙여 보내준 메일 한 통에 그간의 괴로움이 일소되는 기분이었다. 그 추천사는 내 마음과도 같았으며, 그 코멘트는 마감을 코앞에 둔 편집자도 춤추게 했다.

《여행 정신》을 편집하면서 몇 번이나 떠나고 싶었는지 모른다. 지난한 진통 끝에 드디어 책이 출간됐고, 나는 이 책의 단어들로 이루어진 여행을 계획 중이다. 이를테면 ‘어느 날 문득, 야간열차, 하룻밤의 헛된 약속’ 같은.

야간열차Train de nuit :

(……) 밤기차의 행복은 어쨌든 철로 위에서 객차가 덜컹거리는 리듬을 자장가 삼아 스르르 잠들었다가 아침에 깨어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도시를 지그시 바라보는 데 있기도 하다. 지난밤의 꿈들이 사라지는 아득한 저 끄트머리에서 또 하나의 꿈처럼 낯선 풍경과 도시가 시작되는 것이다.(306∼307쪽)

이처럼 매혹적인 여행이 가능할까? 내 계획을 (한 단어 정도 더 구체적으로) 들은 모 기자는 여행 고수들이나 하는 여행 아니냐며 의구심 품은 목소리로 물었다. 깜냥 모자란 내가 이렇게 떠나게 된 것은 이 책의 탓이 크다. 어떻게든 되리라. “우연과 재난은 여행의 일부이며 무엇보다도 가장 생생한 추억거리를 만들어주니 말이다.”(261쪽)

출처: Tumblr_itisallamazing

 

프랑스의 두 매력적인 여행자가 A부터 Z까지 250개 단어에 여행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아낸, 이 진짜 여행으로의 초대장을 모른 척할 이가 얼마나 있을까. 어떤 항목은 한두 줄의 짧은 경구로써, 어떤 항목은 두세 페이지에 걸쳐 다양한 지식과 정보와 흥미진진한 경험담을 풀어놓으면서, 통념을 비트는 유머와 상업화된 여행에 대한 비판과 작가나 철학자들의 사유까지 무용하기에 오히려 더 유용한 여행 정신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한 항목 한 항목이 여행의 메마르지 않는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이 책에 우리 편집부는 ‘비표준여행대사전’이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다.

최근 좋은 소식으로 화제의 주인공이 된 오영욱 소장(오기사)도 “이 책은 여행자의 사전과도 같다”고 평했다. 더불어 “작가의 표현을 조금 빌리자면 가장 최근에 다녀온 나의 베트남 여행은 ‘도피, 일등칸의 여인, 여행자의 관음증’ 같은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라고 고백한다. 책에서 ‘일등칸의 여인’ 에피소드는 영화 〈타이타닉〉을 연상시키는 안타깝고 아련한 추억으로 등장하지만, 오영욱 소장의 ‘일등칸의 여인’과의 여행은 이대로 현재 진행형이기를.

그리고 모두들 자신만의 언어로 여행을 말할 수 있기를. “여행이라는 게 돌아온 후에 남들을 귀찮게 하는 데나 쓰인다”(134쪽)지만 삶이라는 여행을 즐기게 해주는 동력이 되기도 하니까.


_편집부 서지우

 * 이 글은 출판 격주간지《기획회의》349호(2013. 8. 7)에 실린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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