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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의 작가 웬디 웰치 인터뷰

책세상 2013.09.10 13:49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웬디 웰치 지음, 책세상, 2013



10가지 질문에 답한 그녀의 인터뷰입니다. =)
 


  1.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은퇴 후의 삶을 걱정하거나,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껴 지방으로 이주하는 추세다. 하지만, 도시에는 거의 모든 경제적 문화적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교육 수준이 높고 도시생활이 주는 편리함과 풍족함을 누리던 이들일수록 이주에 대하여 두려움을 느낀다. 당신은 그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는가?

 
 당연히 느꼈다. 특히나 우리가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메이저 신문이나 거대 라디오 방송사 말고는 지방에 우리가 홍보에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 시장이 거의 없다는 걸 알고는 더욱 걱정이 컸다. 건강이나 교육 관련 인프라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시골에 그 두 가지에 대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잘못된 편견이니까. 우리 부모님은 시골에 살다가 도시로 이주한 분들인데, 덕분에 나는 자라면서 지방 사람들만이 알 법한 지혜를 많이 접했다. 무조건 새 물건을 사는 대신 잘 망가지는 물건이 무엇인지, 어떤 물건을 고쳐 쓸 수 있는지 일상에서 배울 수 있었다. 남편 잭도 비슷하다. 대체적으로 영국 사람들은, 특히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우리가 기본적인 삶의 가치라 부르는 상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며, 절대로 자신의 사는 방식을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도시에서 휩쓸려 살아가지 않는다. 이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도시 사람들이 시골에서 살았으면 적은 돈만 들이고 스스로 해결했을 일들을, 뼈 빠지게 일해서 번 돈을 비싸게 주고 남에게 시키는 것을 종종 본다. 그것은 삶의 방식을 거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까, 돈과 시간을 거래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골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잘 관찰해보면,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지만―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기만의 리듬으로 훨씬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점이 우리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2. 헌책방은 ‘문화’ 콘텐츠를 판매하는 곳인데, 도시와 지방 사이의 문화 인프라 수준의 차가 헌책방 경영에 애로 사항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는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가난한 자들은 노래하고, 부자는 듣는다(The poor sing, the rich listen)”는 속담이 있다. 우리는 (이곳에 와서) 읽을거리를 찾는 이들을 수없이 많이 만났고, 그들이 부담 없이 살 수 있도록 책 가격만 싸게 책정하면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와 신나게 중고책을 골라 갔다. 지방에는 능력 이하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자기 직업이 요구하는 수준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지방에 경제적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적 자극을 원한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 책방에서 특별 이벤트 열고 싶은 분 계세요?” 하고 제안했을 때, 아마추어 역사가, 천문학자, 일러스트레이터 등 취미로 그런 것들을 즐기고 사랑하는 이들이 앞 다투어 신청했고, 열의와 목적의식을 가지고 훌륭한 이벤트를 성사시켰다. 만약 도시였다면, 그럴 시간이나 열의가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자세로 이벤트를 열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가를 요구하는 ‘전문가들’만 수두룩했을 것이다. 결국 지역사회에서 취할 것을 취하고 다시 돌려주는 것이 이 모든 일을 가능케 한다.

 
3. 서구사회에서는 동양보다 개인의 사생활이 존중되고, 그래서 사람들 사이의 심적인 거리가 더 멀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당신의 책을 읽어보니, 당신들은 책방의 손님들과 정서적으로 굉장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가족처럼 친해지게 되기까지 당신들에게 굉장히 커다란 에너지가 요구됐을 것 같다. 어땠는가?

 
이 질문,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중성을 정확히 파악한 질문이다! 이곳 서양에서는 그것을 “경계(boundaries)”라고 하는데, 그 선을 넘으면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또 “낯선 사람 효과”라는 것도 있는데(책에서도 이야기했던 것 같다), 가족에게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를(왜냐하면 보통은 가족이 고민의 원인이니까!) 오히려 자주 보지 않거나 앞으로 다시 볼일이 없는 낯선 사람에게 오히려 털어놓기 쉽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자기 모습 그대로 편안히 행동하고 말하고 싶은 것도 다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우리가 자격증 있는 상담가가 아니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주전자를 올리고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줄 뿐, 이래라 저래라 충고하지는 않는다.

 
더불어, 우리 책방에는 내 남편이 책방의 “핵심”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존재한다. 바로 우리 부부의 가까운 친구들로 이루어진 열 명 남짓한 무리로, 책방을 자기 집처럼 아끼고 청소도구가 어디 있는지도 잘 알아서, 그 청소도구를 쓸 일이 생기면 알아서 척척 해결해주기도 한다! 또 단골손님들이 있는데, 우리를 보면 반갑게 인사하고 우리 이름도 잘 알고 지내지만 우리 책방을 제2의 집으로 여긴다기보다는, 굳이 말하자면 제3의 장소로 생각하는 이들이다. 집도 아니고 직장도 아닌 것이, 자기 생긴 모습대로 받아들여지는 장소,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대로 있을 수 있는 장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거추장스럽게 통성명도 안 하고 혼자 조용히 쇼핑하고 싶어 하는, 순전히 책을 고르는 즐거움 때문에 이곳에 방문하는 이들도 있다. 그중 고객이 어떤 것을 원하든 우리는 문제 없다. 그래서 우리는 고객들이 경계를 정하도록 내버려두며, 한편으로 우리 책방과 사적인 삶의 핵심에 든든히 버티고 있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의지하며 도움을 얻는다.

 
4. 그리고 때로는 그런 관계들이 힘겹고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한데, 어떤지?

 
우리는 그것을 힘겹고 피곤하다기보다는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경험으로 생각한다. 인생의 모든 일들이 어느 정도는 사람 기운 빠지게 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이 일에서 우리가 얻은 것이 무척 많기에 우리는 복을 받은 셈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수많은 만남에서 글 쓸 거리를(물론 그들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주는 선에서!) 잔뜩 얻었지 않나.

 
5. 책 출간 후 동네와 일상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여행을
 굉장히 많이 하면서 다른 서점들을 방문해 책 홍보 사인회라든가 여러 이벤트에 참석했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우리가 가장 놀란 건 책이 출간된 이후 수많은 단체와 개인이, 때로는 아주 멀리서 우리 책방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그렇게 찾아온 이들이 배를 채워야 하고 마을 구경도 하고 다른 가게들도 둘러보기 때문에, 우리 지역 차원에서도 꽤 좋은 일이다. 우리에게 참 재미있는 일이기도 한 것이, 그 많은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었어도 받아들인 관점이나 특히 마음에 들어한 부분은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고양이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고, 또 키와니스 클럽의 거절 편지를 직접 보고 싶어 한 이들도 많았다. 이 둘은 책에서 가장 큰 반응을 불러일으킨 부분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의외로, “내가 주전자 올릴게”라는 말이었다. 질문자 역시 이 부분을 캐치하지 않았는가!

 
6. 책 출간을 통해 궁극적으로 꾀하는 바가 있었는지?

음…… 솔직히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벌인 일은 아니었다. 우리가 겪은 다양한 일들, 서로 연결되지도 않는 에피소드들을 무작정 써내려간 것이었다. 처음 3년간 일어난 일들을 나름대로 정리하면서 의미를 부여하고 또 그동안 만난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서점 운영에 대한 일종의 “지침서”를 써볼까 했는데, 아이디어를 보내자 한 에이전트가 서점들이 요즘 망하는 추세라 아무도 읽지 않을 테니 그 아이디어는 잊어버리라고 했다. 그러던 차에 작가인 친구가 지침서 대신 내 단편적인 일화들을 엮어서 내줄 에이전트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독자들이 내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어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이 대형 출판사를 통해 출판됐고 또 이렇게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 지금도 놀랍다. 내 책이 많은 이들이 현재 머물고 있는 지점, 미국의 비즈니스 문화에서 꿈과 현실이 겹치는 기로를 잘 집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파티가 열린 웬디의 책방


 7. 책을 읽어보니 굉장한 이야기꾼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이후의 이야기를 책으로 또 쓸 생각은 없는지? 혹은 책방과 관련된 주제가 아니더라도 쓰고 싶은 책이 있는가?

 
사실 다른 책을 집필 중에 있다. 속편이라면 속편이랄 수도 있는데, 우리 책방에만 한정된 게 아닌, 더 넓은 시야를 담은 책이다.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에서 지역의 소규모 상점들과 거대 체인들 간의 대립을 살짝 건드렸다면, 이번 새 책에서는 그 문제를 더 심도 있게 다루려고 한다. 또한, 더 흥미로운 고양이와 손님들 일화도 집어넣을 예정이다.

 
8. 책방에 새로 함께하게 된 동물 친구들은 있는지?

 우리 책방에는 항상 임보(임시보호) 고양이들이 머물고 있다.
내 블로그 
www.wendywelchbigstonegap.wordpress.com에 오면 우리 책방의 귀여운 임보 고양이들 사진을 실컷 볼 수 있다! 2년 전 고양이 임시보호 봉사를 시작하고부터 그동안 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고양이를 대충 65마리는 구한 것 같다! 내 남편은 우리 책방을 거쳐 간 고양이들을 모두 대견하게 생각하며, 그중 하나는 아예 우리 식구가 됐다. 오웬 미니(Owen Meany)라는 녀석인데, 작년에 책을 출간할 때쯤 입양했다. 이름을 오웬 미니라고 지어준 건, 내 담당 편집자인 니콜이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작업을 막 시작할 무렵 재미있는 코멘트를 보내준 것이 시발점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책에 대해 쓴 부분을 읽고 니콜이 “미안하지만 《오웬 미니를 위한 기도》를 싫어하는 사람의 글을 출판할 수 없겠네요”라고 농담한 것이다. 이후로 니콜이 빼고 싶은 다른 부분을 그대로 넣게 해주면 그 부분(오웬 미니 언급 부분)을 빼는 걸 고려해보겠다고 내가 번번이 제안하면서 그 말은 우리 둘만 아는 농담이 되었다.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그 수컷 새끼고양이를 입양했을 때, 나는 잭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름을 뭐라고 지을지 이미 알고 있죠?” 잭은 당장 대답했다. “오웬 미니.” 니콜은 오웬 미니를 자신의 ‘대묘(代猫, godcat)’이라고 부르며 크리스마스 때마다 오웬에게 카드까지 써 보내고 있다.

9
. 당신 인생을 통틀어 헌책방에서 구입한 가장 소중한 책이 있다면 알려달라.

 
잭의 가장 소중한 책은 어렸을 때 누나에게서 생일선물로 받은, 닳고 닳은 양장본 《The House at Pooh Corner》이다. 중고서점에서 구한 것이다. 잭은 그 책을 받자마자 직접 그림에 색칠을 했다고 한다.

 
내게 가장 특별한 책은 루머 고든(Rumer Godden)의 《A Candle for St. Jude》인데, 몇 년 전에 지금은 없어졌을지도 모르는 스코틀랜드의 어느 작은 책방에서 직접 구입한 것이다. 밀나소트(Milnathort)에 있던 책방인데, “커먼 그라운드(Common Ground)”라고 하는, 찻집과 책방을 합쳐놓은 것 같은 곳이었다. 일반 미국 가정의 거실만 한 크기였다. 나는 그 책방과 이 책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예술의 세계 혹은 그냥 인생에서 그 무엇도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무용수들이 주인공이지만, 모든 예술가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어떤 것도 그냥 끝나지 않는다. ‘더이상 기회는 없어’라는 건 없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 하라.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 한국의 독서시장은 점점 더 위축되어가고 있는데, 독서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 또는 고민해봐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종이책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한 질문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대답하자면, 한국의 (독서)시장이 어떠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곳 미국에서는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의 이동이 다소 감소하고 있고 전자책 리더기의 사용을 종용받았던 일부 독자들이 종이책도 구입하고 있다는 증거가 보이고 있다. 이들은 전에 책을 거의 안 읽었거나 아니면 독서를 중단했던 사람들이다. 더불어 사람들이 자기 지역의 자영 서점을 중시한다는―온라인 구매의 익명성보다 현장의 인간적 접촉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는―증거도 발견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자영 서점으로 귀결된다. 내가 보기엔 오프라인 도서시장에서 출판사들이 자영서점들만큼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는 동네 문화회관 같은 존재, 사람들이 와서 차 한 잔 하며 수다 떨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공간,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고르며 단 15분만이라도 혈압을 가라앉힐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내 책에서도 직장도 집도 아닌 이러한 제3의 장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책방들이 사람들에게 진정한 제3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겨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라는 매체에 우리 책방과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그리고 다른 자영서점들을 다룬 기사가 실렸다. 우리는 2012년이 서점의 해, 서점 운영자들이 제대로만 하고 있다면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만큼 재미나지 않다는 것을 슬슬 깨닫기 시작한 해였다고 이야기했다.

 
잭과 나는 지역주민들의 전문지식을 끌어들여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천문학이라든가 그림 그리기, 빵 굽기 등등을 잘 아는 주민들이 각자 행사의 호스트를 맡아 사람들에게 자신이 잘 아는 것을 가르치며, 이런 이벤트들은 항상 인기가 좋다. 우리는 이러한 행사들을 매달 열어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고, 기존의 고객들에게는 편안히 쉴 곳을 제공하고, 나아가 그들이 가진 재능을 선보일 기회도 제공한다. 앞으로 서점들이 이런 행사들을 대규모로 주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최근 많은 대형 서점들이 책 외에 다른 상품을 추가 판매하고 있는데, 아마도 매출 손실분을 메우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그러나 1인 혹은 소수가 운영하는 소규모 서점의 경우, 고객 중심의 운영에 미래가 달렸다고 본다. 고객들이 좋아하는 이벤트, 고객들이 열광하는 서비스, 고객들이 대접받고 남이 자기를 알아주는 기분에 다시 작은 책방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들 세세한 아이디어들이 필요하다. 책방들이 손님이 오는 것을 좋아하면 손님들도 책방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식으로 윈-윈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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