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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이야기/시로 여는 세상

지금 여기의 당신

책세상 2013.10.08 16:11

책세상에서는 월요일 아침이면 열리는 주간회의에서 돌아가면서 시 한 편을 발표합니다. 제가 앞으로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시의 대부분은 그 시간에 편집자와 마케터들이 직접 골라와 발표한 시들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 좋은 시를 알게 되어 제게는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책세상 블로그에 방문해주시는 분들께도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해요. ㅎㅎ


  오늘 알려드릴 시는, 서효인 시인의 <서울 사막>입니다. 지금 문화역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2013 타이포잔치’에서 기획된 ‘무중력 글쓰기’에서 서효인 시인과 강문식 디자이너가 파트너가 되어 소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퍼포먼스를 촬영한 동영상을 찾아보았습니다. 서울스퀘어에서 미디어 파사드를 캔버스 삼아 영상으로 ‘낭송’되었네요. 반짝반짝 빛나는 시가 아름답습니다. 영상을 공유하오니 함께 감상해보시지요.


                         서효인

지금 여기의 당신
서울을 견디는 당신
눈을 뜨고 감는 당신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걷는 당신
복권을 사고 적금을 붓는 당신
사막을 걷는 당신
목이 마른 당신
 
서울은 사막이어서
모래 같은 장맛비
모래 언덕 같은 빙판길
모래 언덕 너머 신기루 같은 한강
나는 약속 없이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은하를 찬찬 바라보며 점을 치며
걸어야 한다
이 역에서 저 역까지
당신, 서울에서 유일하게
나지막한 당신
 
나는 북아프리카 어느 사막에서
거기를 지나갈 당신의 뒷모습을 떠올린다
 
사막 한가운데서 은하를 보며
쭈그려 앉아 하루치 여정을 누는 나에게
서울의 당신이 저벅저벅 걸어온다
우리의 걸음걸이는 단단한 모래알갱이를 도시 곳곳에 흘린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요, 같은 인사로 목을 축이며
 
서울은 사막이어서
목이 마른 우리는
늘 이런 식으로 만나고는 한다
지금 여기 당신,
사막을 견디며
모래언덕을 넘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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