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책세상 블로그

소설이란 진리를 해명하고자 하는 ‘절대 자유의 공간’ 본문

책세상 이야기/편집자 분투기

소설이란 진리를 해명하고자 하는 ‘절대 자유의 공간’

책세상 2013.10.16 14:33

몽상의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현기증 나는 의식의 모험과 지적 게임!


『불확정성의 원리』

미셸 리오 지음, 이재룡 옮김, 책세상, 14,500원


+++++++


 분류가 불가능할 정도로 독창적이라는 말만큼 창작자에게 기쁨을 주는 찬사가 있을까? 감히 장담하건대 모든 작가가 그런 목표를 가지고 글을 쓸 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작가들이 명멸하는 프랑스문단에서 미셸 리오는 그 같은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마도 그것은 열광적 찬사라기보다는 곤혹스러움이 동반된 판단의 유예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이 책을 편집하면서 내 머릿속을 떠다니던 물음표 모양의 구름에도 그런 곤혹스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소설가로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베일에 싸인 작가, 미셸 리오Michel Rio
 
 첫 작품 『북北 멜랑콜리』부터 미셸 리오는 소설이라는 허구의 틀에 엄정한 지식을 채워넣는 독특하고도 일관된 스타일로 소설을 써왔다. 그는 카프카, 프루스트, 조이스 이후에 새로운 작법의 소설은 없다고 선언하고, 작가란 당대 최고 수준의 지식을 갖춰야 하며 소설의 영감은 그런 지식으로부터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8년 동안이나 대학을 떠나지 않고 학문에 매진했다가 뒤늦게 학자의 길을 포기하고 소설가로 살기로 결심한 리오에게 소설이란 진리를 해명하고자 하는 ‘절대 자유의 공간’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책에 실린 첫 번째 작품 「실족」은 철학적 살인청부업자가 목표물의 아내를 사랑하는 실수를 범하면서 일어나는 하드보일드풍 누아르이자 사랑 이야기이다. 두 번째 작품 「틀라퀼로」는 고문서 해독을 위해 납치까지 감행한 독재자와 유일하게 문서를 해독할 수 있는 학자를 구하기 위해 떠난 이들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이다. 표제작이기도 한 「불확정성의 원리」는 절필한 소설가가 우연히 은퇴한 배우의 별장에 무단 침입하게 되면서 두 사람이 바다를 마주하고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세 작품 모두 역사학, 양자물리학, 해양학, 문학, 철학 등등 온갖 학문들이 경계를 넘나들며 등장한다. 선 굵은 서사보다는, 현학을 과시하는 등장인물들의 현란한 입담으로 축조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은 웬만한 인문교양서를 읽는 것만큼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이쯤에서 불만을 터뜨리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럴 거라면 왜 소설을 썼느냐고.

차 한 잔 하면서 천천히 읽으세


 작가를 대신해 편집자로서 해명해보자면, 바로 그래서 미셸 리오가 소설을 쓴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제목인 ‘불확정성의 원리’가 의미하는 바 만물은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미셸 리오가 온갖 분야의 엄정하고도 객관적인 지식들을 동원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삶은 정확한 계측과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족」의 주인공은 장담하던 것과 달리 사랑에 빠지는 우를 범하고, 「불확정성의 원리」의 노배우는 소설 말미에 이르러 진실이 담겨 있다고 믿었던 이미지에서 해방되어 살과 피로 이루어진 여자를 껴안는다. 결국 미셸 리오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뜨거운 사람의 마음을 말하기 위해 차가운 지식의 언어를 빌린 것이라고 나는 조심스레 결론을 내리고 싶다. 무언가를 확정적으로 말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

_편집2팀장 김지연



 * 이 글은 출판 격주간지《기획회의》에 실릴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1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