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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버려야 하느니

책세상 2013.10.18 16:21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아직 많은 부분에서 그러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먹을 것 주는 사람은 무조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든가……)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은 은연중에 학습되고 슬쩍 내 의견에 함께 목소리를 내기에 이를 분리하는 데도 깨뜨리는 데도 시간이 꽤나 걸린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에 뚜렷한 기준이나 성찰 없이는 내 의견이 사실은 고정관념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기가 어렵기도 하다.

어디까지가 편견이고 어디까지가 의견인지

 이렇듯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떠한 선입견을 공통적으로 가지게 된 것은 어릴 적부터 접했던 동화나 고전 그리고 각종 영화, 만화 등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들 중에는 어른이 되고 나서 다시 읽었을 때 알 수 없는 찝찝함을 남기는 작품들이 꽤 있다. 이제는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언급되는 《신데렐라》가 그렇다. 《신데렐라》의 내용을 변주한 드라마나 영화가 수없이 만들어졌는데, 불우한 여성이 부와 명예를 지닌 남성을 만나 신분 상승을 꿈꾼다는 의존 심리, 즉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뭇 여성의 머릿속에 심어준다고 비판받는다. 일본 만화영화의 아버지인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들도 비슷한 찜찜함을 남긴다. 왜 어릴 때는 극의 전개에만 눈이 팔려 세부적인 표현들에 주의하지 않았을까. 특히 《키리히토 찬가》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품 안에서 무궁무진한 인종차별적·성차별적 표현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구 곳곳에서 널리 읽히는 작품들은 사람들의 인식에 소위 통념이나 선입견을 형성한다. 하지만 선입견을 은연중에 주입하는 기존 작품에 날카로운 칼날을 대고 재해석하기란 어렵고도 불편한 일이다. 이 작업을 통해 원래 작품이 방관하던 인종과 여성에 대한 편견을 짚어내어 전혀 다른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가 200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존 쿳시다.

흐릿한 이미지에서 통념을 끄집어내기

 존 쿳시가 《포》를 통해 재해석한 작품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세계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들 중 한 명이며, 〈캐스트 어웨이〉 〈블루 라군〉 등의 무인도 영화는 대부분 《로빈슨 크루소》에서 모티브를 차용했다고 볼 수 있다. 쿳시는 무인도에서 아프리카로 가던 로빈슨 크루소가 배를 파선당하면서 28년간 무인도에서 생활하게 된다는 이 이야기에 ‘수전 바턴’이라는 인물을 투입시켜 제3의 인물의 시각에서 《로빈슨 크루소》를 재해석했다. 존 쿳시가 《포》에서 그리는 로빈슨 크루소는 아집으로 똘똘 뭉친 독단적인 할아버지일 뿐으로, 원작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대니얼 디포는 백인이 흑인을 지배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피력했으나 쿳시는 이런 시각을 뒤집어 탈식민주의의 관점에서 비(非)백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존 쿳시는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 인종차별 정책)가 시행되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네덜란드계 백인으로 태어났다. 백인과 흑인의 간극이 가장 컸던 나라에서 태어난 존 쿳시는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씀으로써 진실을 말하려 했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통념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켰던 《포》. 《로빈슨 크루소》와 함께 연달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영업기획부 박인애
 
포J.M.쿳시장편소설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J. M. 쿳시 (책세상,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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