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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인간의 행복한 동거는 어떻게 가능한가 본문

책세상 이야기/편집자 분투기

기계와 인간의 행복한 동거는 어떻게 가능한가

책세상 2013.11.25 18:10

안티키테라 기계Antikythera Mechanism
 



 그리스 오버 테크놀러지의 산물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과학적 기계장치, 안티키테라. 만화 <에반게리온>에 나올 법한 이 장치는 1900년 에게해의 안디키씨라 섬 앞바다의 난파선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대략 기원전 150~10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기계의 정교함과 복잡성은 18세기 수준입니다.
 

학자들이 복원한 모습.jpg



 안티키테라는 1900년에 발견된 이후에도 그 쓰임이나 목적을 판명하지 못해 50년 동안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이 정교한 기계장치는 32개의 복잡한 톱니바퀴로 구성되어 있어서 발견 초기에는 시계의 일종이라고 여겨졌으나 분석 결과 그 당시에 태양, 달, 행성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원시적인 컴퓨터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처럼 그 당시로서 이해하기 힘든 고도의 과학 수준을 요하는 물건들을 오파츠(Out-Of-Place ARTifiactS)라고 합니다. 안티키테라 외에도 인류 최초의 천문반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도 검증된 오파츠 중 하나입니다.




 유독 천체를 관측하는 오파츠가 발굴되는 이유는 고대 농경 사회에서 천체 관측이 날씨와 연관되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오파츠를 통해서 기계의 발명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술과 문명》에서 멈퍼드가 사례로 들었던 중세 시대의 시계 발명 목적 역시 엄격한 수도원의 일과를 관장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인간에게 기술이란 무엇인가

 《기술과 문명》의 저자 루이스 멈퍼드는 이 원론적인 물음에 기술의 역사를 문명사적 관점에서 고찰함으로써 답했습니다. '기계의 드라마'로 재구성된 천 년의 역사는 기계가 어떻게 문화에 정신적 영향을 미쳤는지 드라마틱하게 보여줍니다.

 
* 아래는 《기획회의》 352호(2013. 9. 20)에 실린 《기술과 문명》 편집 후기입니다.



기계와 인간의 행복한 동거는 어떻게 가능한가


《기술과 문명》 | 루이스 멈퍼드 지음 | 문종만 옮김 | 책세상 


미국의 사상사 루이스 멈퍼드가 10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기술 문화를 다뤘다. 우리가 기계와의 관계 속에서 마주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역사적 성찰과 사유의 지도를 제공한다.

  20세기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성취한 놀라운 성과들과 이러한 성과가 적용된 다양한 기계제품들, 특히 퍼스널 컴퓨터나 인터넷, 스마트폰 같은 혁신적인 발명품들은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10대에 처음 컴퓨터를 접하고 20대에 핸드폰을, 30대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20세기 후반의 기술 혁신의 결과물들을 경험한 나 같은 사람에게도 오늘날 기술 발전의 속도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느껴진다. 또 하루하루 생각 없이 기계가 베푸는 혜택을 최상의 문명인 것처럼 누리고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기계에게 사고 자체를 지배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 기계들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일까? 텔레비전을 안 봐도 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얻는 정보가 모두 유용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과감히 기계를 버리거나 기계에 종속된 삶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가. 20세기 초에 이미 이러한 문제를 고민한 사람이 있다. 미국의 사상가 루이스 멈퍼드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가 1934년에 발표한 《기술과 문명은》은 우리가 기계와의 관계 속에서 마주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역사적 성찰과 사유의 지도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기술과 문명》은 10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기술 문화 천 년을 다룬다. 나온 지 80년 가까이 된 책이지만 기술혁신과 과학의 발전, 사회의 조직화와 자본주의를 만난 기계의 변신을 주도면밀하게 따라가는 이 책의 학문적 성과는 아직도 유효하다. 특히 삶의 질과는 무관한 이윤과 효율성으로 기계문명을 타락의 길로 이끈 권력에 대한 멈퍼드의 선구적 통찰은 이후 사상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의 상당 부분을 독식한 자본주의는 이윤 추구라는 목적 아래 우리 삶의 다양한 가치를 훼손하고 기계의 인도적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제 기계문명은 새로운 길목에 와 있다. 멈퍼드는 그의 시대에 이미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가 신기술 시대라고 이름 붙인 시대의 자장 안에서 살고 있다. 객관적, 비인격성, 중립성이라는 기계의 특성을 이해하고 기계의 오용에서 비롯된 지난 세기의 과오를 교훈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더 풍부하고 유기적인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멈퍼드의 수많은 저작 가운데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은 극히 일부분이다. 철학, 역사, 과학, 예술 분야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제너럴리스트로서의 그의 면모를 알기에는 미약하다 할 수 있다. 《기술과 문명》을 읽으면서 다양한 역사적 사건의 핵심을 꿰뚫어 본질로 파고드는 멈퍼드의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중적이면서도 학문적 깊이와 빛나는 통찰을 잃지 않은 그의 글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희망한다.

 편집1팀 김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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