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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양철학자의 유럽 견문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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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양철학자의 유럽 견문록

책세상 2014.01.24 13:31



동양철학자, 유럽을 거닐다 최재목 지음

연구년 동안 네덜란드 레이던에 체류했던 영남대학교 철학과의 최재목 교수가 1년 동안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핀란드, 노르웨이, 체코, 헝가리 등 유럽 14개국을 여행하면서 만난 다채로운 풍광과 역사의 흔적, 문학과 건축·미술·음악 등 예술 작품들을 매개로 자유롭게 사유를 펼친 ‘유랑 인문학’의 기록.



* * *
 
동양철학자, 유럽을 노닐며 읽고 쓰고 그리다

 나는 20대 초반에 프랑스에서 1년간 어학연수를 하며 인근의 나라들을 둘러본 적이 있지만, 직장인이 되면서부터는 좀처럼 긴 휴가를 낼 수 없어 유럽에 가지 못했다. 마침내 2012년 여름, 9년 만에 유럽 땅을 다시 밟았을 때 느낀 그 감회란! 밀린 숙제를 해치우듯이 혹은 본전(?) 생각에 온종일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학생 시절의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주민인 양 산책하듯 거닐며 일상 풍경을 들여다보는 여유를 즐겼다. 그러는 와중에 유럽 사회에 짙게 드리운 경제 불황의 그늘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스마트폰과 SNS 덕분에 거리감이 줄어들어서인지 ‘이제 세계는 하나구나’ 하고 절감하기도 했다.
 
 작년에 다녀온 유럽 여행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을 때 《동양철학자, 유럽을 거닐다》의 초고를 접했다. 양명학과 동아시아사상사를 연구해온 영남대 철학과의 최재목 교수님이 네덜란드에서 1년간 연구년을 보내며 틈틈이 떠난 유럽 14개국 견문록이자 인문 여행 에세이. 동양 밖에서 오히려 동양을 더욱 냉철히 바라보고 신선한 영감과 창의적인 발상을 얻고자 유럽으로 떠난 저자는 다채로운 자연 풍광과 문화를 접하면서 거기서 촉발된 철학과 예술에 대한 사유, 삶에 대한 통찰을 감성적인 필치로 그려낸다.
 

이것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풍경. 아름답네요.


 이 책을 작업해나가면서 그간 살아온 인생에 따라, 사물을 보는 관점에 따라 같은 곳을 여행해도 얼마나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핀란드 헬싱키 근해의 반짝이는 물결을 ‘빛에 노니는 한 무리의 고기떼’라고 보고, ‘한 존재가 다른 존재로 옮겨 간다’는 내용을 담은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의 한 대목을 반추하는가 하면, 벨기에 브뤼헤에 있는 베긴회 수도원의 고요한 풍경을 바라보며 중국 선종의 백장 선사가 말한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청규淸規’ 정신을 떠올리는 것은 동양사상에 오랫동안 골몰해온 저자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꼭 난해한 철학 이야기 일변도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여러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자 전시회를 연 화가로서, 저자는 문학과 예술 전반에 대한 애정과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관련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펼쳐나가며 여행지에서 직접 쓰고 그린 시와 그림을 곁들여 생동감을 더하기도 한다.

 
저자는 목적지에 빠르게 가 닿기보다 에돌아가더라도 천천히 걸으며 여행지의 속살을 오감으로 느끼며 사색하는 여행, 그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고 자신만의 이야기로 연결해내려는 적극적인 자세로 즐기는 여행을 이 책 속에서 실천한다. 나에게 유럽으로 떠날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이러한 ‘유랑 인문학’을 실행하고픈 의지가 샘솟는다.

편집1팀 이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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