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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과 사회보장 사이에서, 옌뉘 안데르손, 책세상

책세상 2014.03.07 15:36

스웨덴 복지 담론 투쟁사

 

경제성장과 사회보장 사이에서 ― 스웨덴 사민주의, 변화의 궤적

옌뉘 안데르손 지음, 박형준 옮김, 신정완 감수․해제, 책세상, 19000원

 

경제성장과 사회보장, 성장과 복지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가장 성공적인 복지국가 모델을 일궈온 스웨덴의 사회정책과 담론 투쟁의 역사를 다뤘다. 경제성장과 사회보장을 둘러싸고 시대 흐름에 따라 치열한 갈등을 겪어온 변화의 궤적, 그럼에도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복지국가의 기조는 출발선에 선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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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은 전 세계에서 자유와 평등, 성장과 분배를 가장 조화롭게 실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민주주의와 평화를 유지하는 가운데 경제성장을 이루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점을 취해 조화롭게 작동하는 산업사회의 모범적 사례를 일군 스웨덴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스웨덴 사민주의와 복지국가의 설계자 에른스트 비그포르스를 중심으로 스웨덴의 정치․경제 모델을 탐색한 《비그포르스, 복지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홍기빈 지음, 책세상, 2011)를 출간했었기에, 1930년대 이후 스웨덴의 역사가 순탄한 유토피아 형성기가 아님을, 급진적인 동시에 현실적인 이념․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애써온 지난한 분투기임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한 사회가, 한 국가가 진정으로 살고 싶은 미래를 위해 지금 여기를 바꾸어온 스웨덴의 모습은 구체적인 실감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선망의 대상으로 멀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경제성장과 사회보장 사이에서》는 이 거리감을 좁혀준 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성장과 복지는 상충한다’는 보수의 담론과 ‘성장과 복지는 선순환한다’는 진보의 담론이 충돌하고 경합하는
(보수의 헤게모니에 진보가 도전하고 있다는 편이 맞겠지만) 한국 사회와 마찬가지로 스웨덴에서도 사회정책을 둘러싼 갈등과 투쟁, 조화와 타협의 역사가 있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마찬가지’라는 표현은 일부만 맞다. 복지국가 모델을 출범시킨 1930년대부터 “사회정책은 생산적 투자”라는 시각이 사회를 주도하고, 삶의 안정성과 사회적 시민권이 경제성장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는 믿음이 사회보장제도를 뒷받침해온 스웨덴의 상황이 우리와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스웨덴 사민주의의 핵심 정책인 ‘경제성장’과 ‘사회보장’이 언제나 행복한 동반자 관계였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어떤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대 흐름에 따라 담론과 정책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정치적․사회적 투쟁을 벌여온 변화의 궤적은, 스웨덴을 멀고 먼 유토피아가 아니라 우리가 참조해야 할 현실의 사례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성장이 사회적 배제를 야기하므로 자본주의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본 1960년대 사민주의 내 좌파의 급진적 비판은 성장의 개념 자체를 성찰하게 하며, 복지 지출과 공공부문을 ‘비용’으로 간주하는 우파의 입장을 수용해 민간부문 활성화와 공공부문 개혁을 주장한 1980년대 ‘제3의 길’ 노선은 (비록 영국과 같은 이탈은 아니었지만) 스웨덴 사민주의 역시 시장 효율성이라는 가치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정반대의 시각에 기초한 양쪽의 비판이 모두 경제성장과 사회보장의 긴장 관계에 주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스웨덴 사민주의는, 스웨덴 국민은 탄탄대로를 달려온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긴장과 갈등 속에서 분투하며 복지국가의 틀을 지키고 다듬어온 것이다. 우리는, 그 먼 노정의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김미정 책세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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