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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이야기/편집자 분투기

편집자는 지금 고양이 앓이 중

책세상 2014. 3. 18. 14:28

 나는 지금까지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리는 사랑스러운 고양이 사진에도 무감한 편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눈물 흘려본 기억이 없다는 친구가 사정이 생겨 키우던 고양이를 다른 집으로 보낸 후에 하룻밤을 눈물로 지새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의아한 마음마저 들었다. 인간관계에서는 그렇게 쿨함을 자랑하는 사람이 도대체 왜 고양이에 대해서는 저렇듯 애틋한 마음을 보이는 걸까?
 

왜 고양이에게만 유독 애틋해지는 걸까
 
 나에게 고양이란 대체로 한적한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길고양이의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경계심을 발동시키는 서로의 존재에 묘한 대치 상황을 벌이다 각자의 길을 가는, 한 공간에 있으되 서로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는 느낌을 주는 이상한 존재. 하지만 이 별스러운 존재를 찬찬히 관찰해본 사람들에게는 이 종족의 매력이 빠져나올 수 없는 늪 같은 것인가 보다. 일찍이 나쓰메 소세키 같은 작가는 무심한 눈으로 인간들을 지켜보는 고양이에게 영감을 얻어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도 쓰지 않았나. 
 



 여하튼 평소 고양이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내가 고양이에 관한 책을 편집하게 되다니 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았다. 작가가 고양이의 독특한 자세를 묘사한 부분이 있었는데 아무리 그 장면을 머리로 그려보려고 해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사는 동료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 이해하기 힘든 ‘고양이 자세’를 상상할 수 있었다. 또 애완동물을 길러보지 못해서인지 고양이를 잃어버리고 마치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마냥 절망에 빠진 주인공 부부의 슬픔에도 크게 공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콧대 높은 미녀처럼 주인을 안달복달하게 하는 고양이의 매력을 찬양하는 부분에서는 나도 그 매력에 빠져 저자와 함께 허우적대며 행복해졌다.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들이 있다니! 그걸 나만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지금까지 고양이 이야기만 했는데 사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서》는 고양이에 관한 책만은 아니다.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고양이에 대한 혹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 이 책의 주요한 테마이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 나선 길 위에서 사랑에 대한 사색을 펼치는 저자는 자신이 처한 곤란―잃어버린 고양이와 바스라질 것 같은 아내와의 관계―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발견해간다. 여기서 사라진 고양이 비스킷은 작가로 하여금 아내와 지나간 사랑들을 떠올리게 하는 여행의 단초가 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사랑의 본질에 대해 숙고하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과 함께 살면서도 길들여지지 않는 존재. 사랑하는 대상처럼 모호하기만 한 고양이들은 저자에게 사랑의 또 다른 의미를 깨닫게 한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랑은 자신 안에 다 담기엔 너무 큰 것이 된다.
우리가 상대방의 감정이라 부르는 것,
우리 자신에게서 비롯됐음을 눈치채지 못하기에
애초에 상대방을 향해 발사된 그 감정보다 더 우리를 매료시키는 이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 품은 감정의 반향에 불과하다.

- 프루스트


  사람은 사랑하는 상대에게 사랑을 준 만큼 혹은 열정을 바친 만큼 그 사랑을 돌려받길 원한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는 인간의 사랑에 아무것도 보답하지 않는다. 그저 그 존재 자체만으로 바라보는 이의 기쁨이 된다. 진정한 사랑이란 이러한 기쁨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이 아닐까? 올 봄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모든 이들의 서가에 이 사랑스러운 책이 꽂힐 수 있길 희망한다.

편집2팀 김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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