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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도스토옙스키’, 낭만적 사랑 너머의 사랑을 이야기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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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도스토옙스키’, 낭만적 사랑 너머의 사랑을 이야기하다

책세상 2014.04.01 13:15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 나선 길 위에서 
발견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
 

 오늘날처럼 사랑에 대한 담론과 분석, 과학적 정의가 넘쳐나는 시대도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상 가장 개방된 성의 자유와 다양한 연애의 기회 속에서 사랑이라는 관념은 점점 더 흐릿하고 모호해지고 있다. ‘낭만적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관념이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적 실험이 증명하듯 영원불멸한 감정은 없다. ‘열정’이나 ‘욕망’이라는 특정한 감정 속에 가두는 낭만적 사랑이 영원할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렇게 한정된 낭만적 사랑의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끝나는 걸까? 아니라면, 무엇이 이 유일무이한 사랑을 지속시키는 것일까? 


 여기 행복한 연애의 종착점에서 결혼한 커플이 있다. 작가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이 예민하고 섬세한 예술가 부부의 생활은 조금 유별난 부분도 있지만 다른 부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한 십여 년의 시간 동안 둘의 관계는 조금씩 변질되어가고 있다. 남편인 나는 변화를 감지하지만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없다. 관계를 변화시킬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중 남편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소설 창작 강의를 제의받고, 아내는 이탈리아의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초청받아 집을 떠나게 된다. 그런데 그들이 집을 비운 동안 캣시터에게 맡겨놓은 고양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 사건은 나에게 사랑하는 존재들―가족과 옛 연인들, 기르던 고양이들, 그리고 아내 F―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다시 찾을 확률이 극히 희박한 고양이를 찾기 위해 수업을 휴강하고 얼마 남지 않은 통장 잔고를 긁어 비행기표를 사 길을 나서는 ‘나’는 이 행동의 밑바탕에 깔린 사랑이 욕망(고양이를 욕망할 수는 없으므로)이 아닌 ‘의무’와 ‘헌신’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고 그것의 의미를 F와의 관계 속에서 반추해본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서》는 “미국의 도스토옙스키”(워싱턴 포스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 피터 트라튼버그의 자전적 에세이로 사랑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책이다. 피터 트라튼버그는 철학적 사유와 역사적 고찰, 풍부한 문학적 식견과 사회적 이슈를 엮어 고통이나 사랑 같은 추상적 주제를 독특하고 흥미로운 에세이의 형태로 풀어내 오랫동안 미국 문단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이다.《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서》는 한국에 소개되는 트라튼버그의 첫 작품으로, 그의 책들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철학적 시선으로 응시한다는 점에서 알랭 드 보통의 소설과 비교될 수도 있지만, 작가가 사랑하는 대상들과의 관계에서 직접 경험한 감정의 섬세한 디테일과 일상의 에피소드들이 더해진다는 점에서 좀 더 생생하고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애묘인들의 마음을 뺏는 고양이에 대한 생생한 묘사도 이 책을 읽는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일 것이다. 


플라톤과 프루스트, 성경과 신화를 넘나들며 
사랑의 불가해성을 탐구하는 한 남자의 내면 여행

 사랑하는 고양이 비스킷을 찾아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뉴욕 주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동안 나는 사라진 고양이처럼 내게서 멀어져가는 아내 F와의 관계를 생각하며 깊은 상념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던 첫 순간과 부부로서 함께한 행복한 시간들,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준 순간들을 추억하다가 둘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 여러 사건들을 떠올린다. 그들이 가지지 못한 아이와 자선단체를 통해 잠시 맡았다가 돌려보낸 아이, 이탈리아 체류 중에 입양한 고양이 가티노의 실종……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둘을 잠식했던 감정이 아내를 이렇게 멀어지게 한 걸까? 
 책 서두에 인용된 제럴드 스턴의 시〈또 한 번의 미친 헌신〉에서 화자는 로마의 굶주린 길고양이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잃어버린 사랑의 역사 전체를 떠올린다. 세포 한 개의 세포핵 안에 무수한 DNA 가닥들이 들어 있듯 한 순간은 다른 순간을 대신하거나 수백, 수천, 아니 한 사람의 일생을 이루는 모든 순간들을 끌어안는다. ‘나’는 이 시의 화자가 경험한 내적 여정―사랑의 감정들을 통렬하게 되돌아보는―을 비스킷을 찾아 나선 시간 동안 반복한다. 이 여정 내내 플라톤과 프루스트, 중세의 고양이 대학살과 성경, 신화 등을 넘나드는 이야기들이 자유자재로 교차하며 등장하고, 마침내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금 되묻게 된다. 과연 나는 잃어버린 고양이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또 떠나가는 그녀를 붙잡을 수 있을까? 이 이중의 서스펜스에 독자들은 쉽사리 이 책을 놓지 못할 것이다. 



활주로를 내달려 하늘로 솟구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기도했다 
 
“부디 집에 무사히 도착해 사랑하는 제 고양이를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 

 영화〈인사이드 르윈〉을 만든 코엔 형제는 영화에 이렇다 할 플롯이 없어서 고양이를 한 마리 집어넣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를 본 이들은 고양이 율리시스가 영화의 플롯을 위한 단순한 장치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서》에 등장하는 고양이들도 그렇다. 비스킷은 ‘나’로 하여금 아내와 지나간 사랑들을 떠올리게 하는 여행의 단초가 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사랑의 본질에 대해 숙고하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과 함께 살면서도 길들여지지 않는 존재. 사랑하는 대상처럼 모호하기만 한 고양이들은 나에게 사랑의 또다른 의미를 깨닫게 한다.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는 인간과 개의 관계처럼 동반자 관계가 아니다. 인간은 썰매를 끌거나 양 떼를 몰도록 고양이를 훈련시킬 수 없다. 또 주인인 나를 사랑해서라고 믿고 싶은   여러 행동들―사냥한 다람쥐를 내 앞에 물어다놓는다거나 하는 행동들은 단지 스스로 사냥할 줄 모르는 가련한 인간을 ‘부관 고양이’로 여겨서 하는 행동이라고 한다. 가끔 얼굴을 비빌 때 주인을 바라보는 (애틋하게만 보이는) 눈빛은 녀석과 맞닥뜨린 쥐새끼가 저승행 티켓을 개찰구에 내밀기 전 마지막으로 봤을지도 모르는 눈빛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바로 이 고양이에 대한 사랑―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강요할 수 없는―이 ‘나’에게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넘어선 사랑의 본질을 깨닫게 한다. 
 
이 책에는 여러 고양이들이 등장하는데, 각각의 고양이가 지닌 특성을 묘사하는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과 재치가 돋보인다. 살짝 튀어나온 부정교합 때문에 리처드 3세를 연기한 로런스 올리비에처럼 교활한 악인의 인상을 풍기는 바이티, 새로 이사 간 동네 이웃들에게 사절 노릇을 할 정도로 사교적인 비스킷, 프로 권투선수나 제비족으로 자라나는 나폴리 소년들의 터프함이 엿보이는 가티노 등등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독특하며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또 오랫동안 고양이를 관찰해본 사람만이 가능한 고양이의 습성이나 행동에 대한 묘사들은 애묘인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애묘인이라면 고양이의 사랑을 갈구하며 내가 내뱉는 탄식, “고양이도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나 고양이는 벽도 똑같이 지그시 바라본다”(205쪽) 같은 부분에서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개와 고양이를 삽입해 재해석한 성경의 낙원추방 이야기(77쪽), 사라진 비스킷이 있을 만한 장소를 떠올리며 나열하는 비스킷의 기발한 낮잠 장소들(84쪽), 애타게 찾던 고양이를 찾았을 때 주인의 터질 것 같은 심정에는 아랑곳없이 주인을 지나쳐 정원의 꽃을 관찰하며 ‘누구의 고양이’라는 말이 얼마나 덧없는지 일깨워주던 바이티(96쪽) 등 고양이가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독자들을 즐겁게 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와중에 나는 조금씩 파산 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다툼거리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방에 남은 하나는 상대를 쫓아 나가지 않았다. (362쪽) 


사랑하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존재하게 해주는 것은 
그를 구속하지 않는 것, 죽음 앞에서조차 붙잡지 않는 것

 책 속에 인용된 비평가 존 러스킨의 책《현대의 화가들》에서 그는 프림로즈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세 부류로 나누어 설명한다. 프림로즈를 사랑하지 않기에 프림로즈를 프림로즈로 보는 사람, 감정을 가지기 때문에 프림로즈를 프림로즈가 아닌 다른 것으로 보는 사람, 마지막으로 그 꽃을 사랑하기에 “아무리 많은 관념과 열정들에 둘러싸여 있다 해도” 실제 모습 그대로의 작은 꽃으로 보는 사람. 저자는 이 지각의 세 단계가 사랑에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보다 사랑하는 이가 무엇을 바라보는지에 주목하고, 그것을 함께 바라보기를 주문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삶의 태도를 배우듯 사랑하는 존재들과 함께 사랑의 태도를 배워가는 것, 성숙한 사랑은 바로 그런 것일 터이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이 책은 트라튼버그가 쓴 최고의 책이다. 왜 그런지 궁금하다면 우선 당신의 가장 사랑스럽고 별난 이야기꾼 친구를 상상해보라. 그는 당신에게 고백할 것이 있다며 만남을 청한다. 당신이 도착했을 때, 그는 자기 삶보다 고양이를 더 사랑한다고 말하며 셔츠를 걷어 올려 몸에 새긴 고양이 문신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고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곧 완전히 당신을 사로잡을 것이다.
아일린 마일스(작가)

미국의 도스토옙스키가 펼치는 인간과 동물, 그 관계의 미스터리… 매혹적이고, 흥미로우며, 달콤 쌉싸름하다.
워싱턴 포스트

고양이를 향한 인간의 사랑과, 고양이들도 우리를 사랑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에 답하는 최고의 책.
시카고 트리뷴

사랑의 의미에 대해 사색하는 이 책은 마치 완벽한 소설을 읽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북리스트 

트라튼버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들이 때로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만큼 이해 불가한 존재라는 전제를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포셰어스

트라튼버그는 무엇보다 독자로 하여금 이건 내 이야기인데 혹은 이건 바로 내 친구야 라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주제를 다루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북뷰스 


지은이 피터 트라튼버그
1953년 뉴욕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세라 로런스 대학교와 뉴욕 시립대학교에서 공부했다. 1984년 단편〈여행의 끝The End of Travel〉으로《시카고 트리뷴》이 공모해 최고의 단편소설에 수여하는 넬슨 올그런 상을 수상했다. 그 후 뛰어난 논픽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은《일곱 개의 문신7 Tattoos》(1997),《카사노바 콤플렉스The Casanova Complex》(1988),《재앙의 책The Book of Calamities》(2008) 등을 출간했으며,《재앙의 책》으로 2009년 하버드 대학교 파이 베타 카파 클럽에서 수여하는 월도 에머슨 상을 수상했다. 2007년 자일스 화이팅 재단이 수여하는 작가상 논픽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뉴욕 주 예술진흥원에서 선정하는 예술가 기금과 구겐하임 기금 수혜자가 되었다. 2012년에는 록펠러 재단의 초청으로 이탈리아 벨라지오 센터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사랑의 불가해성에 대한 진지한 에세이《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서》(2012)는 기존의 문학 독자들뿐 아니라 애묘인들의 찬사를 받으며 ‘캣 위즈덤 101’ 사이트가 그해 최고의 고양이 책에 수여하는 ‘황금 가르랑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윌밍턴)와 뉴스쿨 대학교, 세인트 메리 칼리지(캘리포니아), 아이오와 대학교의 서머 작가 페스티벌, 애슐랜드 대학교 등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쳐왔으며, 현재 피츠버그 대학교 영어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뉴요커》,《하퍼스》,《매거진 O》,《뉴욕 타임스 트래블 매거진》,《퍼블릭 스페이스》,《트라이쿼터리》 등에 단편소설, 에세이, 르포 기사 등을 기고하고 있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의 시사 프로그램〈모든 것을 고려하여All things considered〉의 해설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옮긴이 허형은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엄마의 마음공부》《생추어리 농장》《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맛있는 글쓰기의 길잡이》《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8: 빛나는 청산가리》《모란의 사랑》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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