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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희귀본 절도단과 특별조서관의 추격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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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희귀본 절도단과 특별조서관의 추격전

책세상 2014.04.21 16:18






책을 뜨겁게 원하는 이들이 살았던 시대, 
20세기 초 뉴욕의 전설적인 헌책방 거리 북로우…
- 에드거 앨런 포의 초판본을 둘러싸고
  
책 도둑들과 특별조사관이 벌인 숨 가쁜 추적의 기록!


 법과 문헌정보학을 공부한 학자가 쓸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책은 무엇일까? 바로 ‘책 도둑’ 이야기일 것이다. 《북로우의 도둑들―뉴욕의 악명 높은 희귀본 절도단과 그들을 일망타진한 남자》의 저자인 트래비스 맥데이드는 미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희귀 서적 범죄 전문가이자 희귀 서적 큐레이터이다. 그는 케이스 리저브 대학교에서 법무 박사 학위를,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희귀 서적, 죄와 벌’이라는 이름의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1년 평균 1인 독서량이 9.2권인 21세기의 한국에서는 낯선 얘기겠지만, 예로부터 많은 애서광들이 있었다. 미국의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질병’이라고 일컬은 이 애서광증(愛書狂症)을 앓는 이들은 당연히 서적 수집에도 열을 올렸는데, 그들이 언제나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보물을 손에 넣는 것은 아니(었)다. 트래비스 맥데이드는 20세기 초 대공황기 뉴욕의 북로우 거리에서 이루어지던 그 장물 암거래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뉴욕 4번 가 모스크 서점의 가판대

 북로우(Book Row)는 뉴욕 맨해튼에 있었던 헌책방 거리로, 애스터 플레이스에서 유니언 스퀘어까지 죽 이어진 4번 가의 여섯 블록을 일컫던 이름이다. 말 그대로 ‘책들이 늘어서 있는’ 북로우 거리에는 48개의 헌책방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맥데이드는 대공황기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깨끗하지 못한 물건들에 손을 대게 된 서적상들과 그들에게 물건을 대주는 도둑들, 그리고 그들을 뒤쫓는 뉴욕공공도서관 특별조사관의 이야기를 법원 기록과 신문 및 잡지 기사, 서적상들의 회고록과 미출간 회고담 등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살아생전 인정받지 못한 불운한 천재 에드거 앨런 포의 초기 시집으로 250부밖에 인쇄되지 않은 《알 아라프, 티무르Al Aaraaf, Tamerlane, and Minor Poems》 초판본이 있다. 책에 대한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끓어오르던 시대, 희귀본도 쉽사리 훔칠 수 있었고 수천 권의 책을 훔쳐도 그 죄를 가벼이 여겼던 시대의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오래된 흑백영화를 보는 듯, 잘 쓰인 한 편의 미
스터리 소설을 읽는 듯 펼쳐진다.
 
 또한 《북로우의 도둑들》에는 당시 희귀본 경매로는 몇십 년간 깨지지 않은 낙찰가를 기록한 컨 경매의 상세한 풍경이라든가, 서적상들이 장물을 취득한 후 가짜 희귀본을 만들기 위해 물건을 ‘손질’하는 기술, 《알 아라프, 티무르》의 몇 안 되는 소유자들의 기구한 뒷이야기, 그리고 도서관 측에서 장서를 지키기 위해 표시하던 갖가지 장서인들과 특별한 비밀 표시 등 그 시대 미국의 ‘책을 둘러싼 풍경’ 등이 풍성한 자료들을 근거로 그려져 있어 ‘책에 관한 모든 것’이 궁금한 애서가 독자들의 구미를 자극한다. 엄격하게 보존되어온 자료, 해당 도서관 사서들의 적극적 협조,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자의 뛰어난 입담이 황금률로 결합해 이처럼 독특하고 근사한 미시사 책이 탄생했다.  




“맨해튼의 북로우 같은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백여 년 전의 뉴욕 브로드웨이 4번 가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이었다. 책에 대한 지극한 애정으로 손님조차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서점 주인부터 빨리 한몫 잡고 싶어 하는 한탕주의에 사로잡힌 얼치기까지, 쓸모없는 싸구려 책부터 귀한 초판본이나 찾기 어려운 희귀본까지, 북로우에는 책을 사랑하는 온갖 사람들과 책들이 모여들었다. 한번 출판된 책이라면 북로우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북로우는 애서가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도서관의 입장에서는 지옥과도 같았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어야 하는 법. 도서관, 그중에서도 공공도서관은 북로우의 가장 큰 공급원이었다. 서적상이자 책 도둑이었던 누군가의 말을 빌리면 “늘 가득 차 흘러넘치는 데다 벽까지 갈라진 무궁무진한, 영원한 샘”이었다. 고되고 어려운 중고 서적 사업은 경기가 바닥을 치다 못해 땅속을 파고 들어가는 대공황기에 더욱 힘들어졌다. 특히 책 기근이 심각했다. 그래서 많은 서적상들이 알면서도 여러 차례 세탁된 장물을 사들이거나, 그 장물을 ‘손질’하거나(낡은 초판본과 좀더 말끔한 나중 판본을 감쪽같이 결합하는 기술자들이 이름을 날렸다), 심지어 책 도둑과 직거래를 하기도 했다. 물론 그 시절 북로우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그러나 1926년에 시작해 5년간 미국 북동부 전역을 휩쓴 북로우 절도단의 시대야말로 미국 역사상 도서관 절도가 가장 극성을 부리던 시절이었다. 

서적 수집가들의 금맥 아메리카나, 그리고 끊이지 않는 도서관 절도



 19세기 말 미국 북동부, 특히 매사추세츠 주에는 수백 개의 도서관이 생겨났다. 그들 도서관들은 재원이 부족해 공공도서관이라면 구입하지도 않을 기부 물품들―예컨대 가족사나 원고 따위―을 무턱대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1930년경이 되자 그 같은 문헌들은 ‘아메리카나’라는 범주에 묶여 가치가 급등했다. 아메리카나란 아메리카 관련 문헌을 가리키는 말로, 미합중국 건설과 정착 그리고 탐험에 관련된 글이나 출간된 모든 자료들이 그에 해당됐다. 아메리카나가 책 도둑들의 표적 제1순위가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찰스 롬이 우두머리로 있는 북로우의 절도단은 이 무렵 귀한 아메리카나가 다수 매장되어 있는 금광 보스턴과 연관을 맺고 도둑들을 파견했다. 


뉴욕 공공도서관 기록보관소

 그리고 맨해튼 북로우 거리와 멀지 않은 곳에 책 도둑은 물론 서적상들까지 반길 만한 일이 생긴다. 미국에서 몇 안 되는 대규모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 중 하나인 애스터 도서관을 통폐합한 뉴욕 공공도서관이 생긴 것이다. 애스터 도서관은 폐가식 서가와 불친절한 사서, 그리고 (폐가식 서가를 운영하는 데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도서관 절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런데 도서관 절도 사건은 대개 법정에서 허술하게 다루어져,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기로 유명한 판사조차 책을 훔치다 적발된 가난한 학생의 편을 들어줄 정도였다. 그 결과 도서관에서는 도서를 열람하는 이들을 감시하는 담당자를 고용하고 책에 도서관 마크를 찍을 때 잉크 도장 대신 천공 스탬프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조취를 취하게 되었다. 

 특별조사관 사무실의 도서관 마크들

10년 만에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 속에 뉴욕 공공도서관이 완공되었지만 절도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도서관장은 사라진 책들을 되찾는 일을 전담할 ‘특별조사관’ 직책을 만들어 적임자를 그 자리에 임명했다. 뉴욕 공공도서관 특별조사관 자리에 임명된 에드윈 화이트 길야드는 직무를 수행하는 몇십 년 동안 그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도서관을 안전하게 지켜냈다. 그는 뉴욕 공공도서관의 전설적 존재로 남았다.

도둑맞은 포의 시집, 그리고 시작된 특별조사관과 도둑들의 추격전

 길야드는 실력도 좋지만 운도 좋은 사람이었다. 후임자인 윌리엄 G. 버그퀴스트는 사정이 많이 달랐다. 그리고 전대미문의 절도사건이 터져버렸다. 에드거 앨런 포의 시집 《알 아라프, 티무르》의 초판본이 희귀자료실에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포의 사후 그의 작품들이 성공하게 되면서 초창기 작품들을 찾는 이들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남아 있는 책은 거의 없었고, 그의 책들은 수집가들의 손에 넘어가거나 경매에서 경이로운 가격으로 팔려나갔다. 그리고 그중 한 권은 뉴욕 공공도서관 서가에 잘 보관되어 있었다. 대공황으로 경제가 초토화된 뉴욕으로 흘러 들어온 노스캐롤라이나 출신 소년 새뮤얼 레이너 듀프리에 의해 사라지기 전까지는. 북로우 절도단의 맨 꼭대기에 있는 해리 골드는 《알 아라프, 티무르》를 손에 넣는 거사를 벌여보기로 마음먹는다. 듀프리는 《알 아라프, 티무르》를 무사히 훔쳐내 골드의 손에 넘겨주게 되고 그때부터, 뉴욕 공공도서관 제2대 특별조사관인 윌리엄 버그퀴스트와 골드를 위시한 북로우 절도단의 쫓고 쫓기는 흥미진진한 추격전이 시작된다……


이제 다시 오지 않을 책의 황금기에 대한 향수가 담긴 책

 이제 북로우 거리가 있었던 뉴욕 브로드웨이의 4번 가에는 뉴욕 시민들은 물론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스트랜드 서점’만이 남아 있다. 나머지 47개의 서점들은 중고 서적 사업의 쇠퇴와 맨해튼의 높은 임대료를 이기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가거나 대부분 폐업했다. 책에 열광하던 시대는 갔다. 하나의 물건으로서의 책에 대해서도, 그 책을 읽는 독서라는 행위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예전만큼 큰 열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북로우의 도둑들》은 범죄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제는 다시 오지 않을 ‘벨 에포크’에 대한 정겨운 시선이 담겨 있다. 아마도 책이라는 사물에 대한 잣대가 여타의 것들에 대한 그것과 사뭇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동네 서점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많은 이들이 단말기로 이북(e-book)을 보는 시대가 왔지만, 여전히 물성을 지닌 책은 독자를 설레게 한다. 책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여전히 잘 디자인되고 튼튼하게 장정한 책의 물성에, 종이가 주는 대체 불가능한 독특한 감촉에 매혹된다. 잘 만든 책 한 권은 언제까지나 (비록 소수일지라도) 애서가의 책장을 빛내줄 것이다.

지은이  트래비스 맥데이드Travis McDade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에서 법무 박사 학위를,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에서 희귀 서적 및 지도, 문서, 그리고 여타 인쇄물 문화유산 자원 관련 범죄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이자 희귀 서적 큐레이터이기도 하다. 2006년에 첫 책 《책도둑: 다니엘 슈피겔만이 저지른 진짜 범죄들The Book Thief: The True Crimes of Daniel Spiegelman》을 출간했다. 2013년에 두 번째 책 《북로우의 도둑들―뉴욕의 악명 높은 희귀본 절도단과 그들을 일망타진한 남자》를 발표했다. 현재 일리노이 대학교 법과 대학에서 ‘희귀 서적, 죄와 벌’이라는 강좌 명으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라디오, 텔레비전 등에도 출연해 법률 관련 이슈에 대해 논평하거나 서적 관련 범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옮긴이  노상미 
 고려대학교에서 역사를,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했다. 칼 포퍼의 비판적 합리주의의 형이상학적 근거를 탐구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가르친다는 것은》,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행복학 개론》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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