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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이야기/시로 여는 세상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책세상 2011. 12. 5. 14:30
고양이 애기, 이름을 지어주세요 by 뀰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황인숙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글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나는 툇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사기그릇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기시덤불 속을 누벼누벼
너른 들판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주이와 뛰어 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
참새떼를 덮치리라.
그들은 놀라 후다닥 달아나겠지.
아하하하
폴짝폴짝 뒤따르리라.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할딱거리는 고놈을 앞발로 툭 건드려
놀래주기만 하리라.
그리고 곧장 내달아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은 스산해지겠지.
들쥐도 참새도 가버리고
어두운 벌판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 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 걸.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좇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2주 전, 태어난 지 2개월도 안된 고양이를 분양 받았습니다.
도도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 애교가 많은 새끼고양이입니다.
아직 이름을 지어주지 못했는데, 모습과 성격이 아기 같아서 ‘애기야’ 라고 불러주고 있어요(이름 추천받습니다~ㅎ). 집에 혼자 두고 출근하면 마치 내 자식을 두고 온 듯 걱정과 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가족이 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이미 가족처럼 사랑스러운 우리 고양이가 생각나 고양이와 관련된 시를 찾아 한 주를 열게 되었어요.

이 시로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등단한 황인숙 작가도 고양이를 매우 사랑하는 분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고덕(고양이 덕후ㅎ)이라고 불리는 걸 보고 이 시를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이 시가 수록된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외에도 고양이와 관련된 책을 몇 권 쓰셨어요. 아래에 함께 소개해드려요. ^^


_영업기획부 뀰(꿀맛이 나는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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