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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이야기/편집자 분투기

지지하지 못했던 ‘제목’ 저지할 수 없었던 ‘색인’

책세상 2011. 12. 6. 09:05
신자유주의의 탄생 | 장석준 지음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신자유주의는 인류의 정해진 운명이었을까? 신자유주의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새로운 질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한 시대가 저물고 혼돈이 찾아왔던 1970년대에 신자유주의를 저지하려던 이들의 투쟁과 오류, 결함에서 신자유주의 지구화를 둘러싼 질문들의 답을 모색한다. 이 책은 앞으로 닥칠 선택의 순간에서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를 말한다.

* * *

이 책을 만들면서 손과 눈보다는 머리와 마음이 바빴다. 이유인즉 초고의 완성도가 높았고, 흔히 접하기 마련인 신자유주의에 대한 뻔한 정보가 아닌 탄생기의 숨은 역사와 새로운 관점이 흥미롭게 담겨 있어 ‘매의 눈’이 아닌 ‘독자의 눈’으로 읽다가, 나는 그만 빠져버렸다. 첫 번째 팬이 되어버린 것이다.

먼저 이 책은 ‘GPE 총서’의 하나임을 밝혀야겠다. GPE 총서는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와 책세상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시리즈로서 지구정치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틀을 통해 지구적 구조의 변화와 시대의 흐름을 가늠해보려는 시도이다. 『신자유주의의 탄생』은 정치경제적 혼란에 휩싸였던 1970년대 사회 구조 개혁 좌파의 투쟁과 경제 위기로 인해 신자유주의로 ‘떠밀린’ 순간들이 신자유주의 지구화를 저지할 수 있었던 틈새라고 말한다. 전 지구적 자본 시장 구축이나 화폐 자본의 헤게모니가 아닌 다른 형태의 삶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_1968년 5월 파리에서 학생 봉기가 폭발했다. 뒤이어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00만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벌어졌다. 5월 봉기는 체제는커녕 정권조차 바꾸지 못했으나 근본적인 변화를 원하는 세대가 등장한 것만은 분명했다. 이후 프랑스 좌파 재구성의 진원지가 되었으며, 공산당과 사회당은 '자본주의를 바꾸자', '삶을 바꾸자'라는 정책 문서를 발표했다.

‘더 나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책이 널리 읽히고, 그것만이 유일한 대안처럼 제시되고 있는 국내 출판계에서(라고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이 책은 반드시 널리 읽혀야 하는 책(이라고 크게 말해본다)임을 확신한 나는 ‘지구정치경제학’이라는 생소한 학문과 함께 ‘신자유주의’라는 다소 식상한 주제를 다룬 이 책을 독자들에게 어떻게 뽐뿌질(?)할 수 있을지 고심하느라 초조했다.   
  
저자의 안이기도 한 이 책의 가제는 ‘저지할 수 있었던 신자유주의의 지구화?―구조 개혁 좌파의 투쟁’이었다.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는 제목이었지만 ‘저지’라는 표현 때문에 내부에서 고민이 많았다. 이 책이 마냥 딱딱한 사회과학 서적이 아님을, 신자유주의에 대한 새로운 책임을 알리기 위해서 참신하면서도 적확한 제목이 필요했다. 나는 가제가 입에 붙었고, 그 ‘저지하다’라는 표현이 오히려 참신하게 느껴져 끝까지 밀어붙여 보고 싶었지만 결국 기나긴 회의 끝에 신자유주의 탄생의 실체를 담은 듯한 지금의 제목이 채택되었다. 그러고 나니, 오래 고심한 탓인지 지금 제목의 담백함이 또 제맛이다.

_편집자가 한 자 한 자 찾아 만드는 찾아보기(색인)

이 책을 만들면서 고생했던 것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색인 작업이다. 방대한 공간과 시간, 인물을 담고 있어 색인 항목이 무척 많았고, 같은 명칭이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다르게 쓰여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시간과 품이 많이 들어 힘들었지만, 나부터도 색인에서 복잡한 미로를 안내해 줄 나침반을 얻었다. 독자가 이 책을 읽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칠월칠석날의 견우와 직녀를 이어주는 까마귀의 마음으로 며칠간 색인 작업을 했다. 이 책에 더 매력적인 제목, 더 꼼꼼한 색인을 만들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에 자책도 들지만, 이 책에 대한 이 애정과 확신, 부디 출판 불황을 뚫고 막힘없이 널리 퍼져 나가길 소망한다. 

_편집부 최민유


* 이 글은 격주간지 <기획회의> 305호(2011.10.05)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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