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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 라 비스타Hasta la vista, 베이비! -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두 번째 강연 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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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 라 비스타Hasta la vista, 베이비! -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두 번째 강연 후기

책세상 2014.11.19 17:29


 2회에 걸쳐 진행된 책세상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인문학 강연이 지난주 막을 내렸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마지막 2강 후기를 시작합니다. 이날 강연을 이끌어 주신 분은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역자이신 신상규 선생님입니다. 선생님 말투에 묻어나오는 사투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재미난 강연이었습니다. :^D

 지난 후기에서 예고해드린 대로- 이번 강연에서 소개할 영화는 무수한 패러디를 낳았던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1, 2편과 <매트릭스>입니다. 이날은 두 영화로 ‘마음의 본성과 마음 업로딩’의 주제를 풀어냈습니다.
 

첫 번째 영화는 <터미네이터>!

 영화 <터미네이터>는 <아바타>로도 잘 알려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연출작으로 2029년 기계와 인간의 전쟁을 배경으로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SF영화계에 큰 획을 그은 작품입니다. 특히 <터미네이터 2>에서는 에드워드 펄롱이라는 미남 배우가 존 코너 역할로 캐스팅되어 전 세계 소녀팬들의 로망이 되기도 했지요. (저 포함) 
 

지금은 이 모습이 아니지만...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처럼 우리에게 킬러 사이보그가 필요하다고 가정해봅니다. 이 사이보그는 무엇보다도 지능적이어야겠죠? 정보를 모으고 조합해서 활용할 줄 아는 지능.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믿음, 욕구 같은 심적 상태를 갖는 ‘정신성’입니다.

 

 <터미네이터>에 관한 SF철학은 ‘정신’에 대한 정의에서 시작합니다. 내부의 관점에서 정신은 사고와 경험, 느낌과 감정 이런 무형의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요. 반대로 외부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두뇌의 구성단위인 뉴런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인 메시지의 전송이지요.

 

 너무나도 다른 정신에 대한 내부와 외부의 견해는 조화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정신세계의 오묘함을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철학 이론, 이원론과 유물론이 등장합니다.
 

Cogito, ergo sum

 
 
 이원론을 대표하는 데카르트는 인간은 물리적인 신체와 비물리적인 정신으로 이루어진 존재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지능은 정신을 가진 존재의 전유물입니다. 하지만 사이보그란 강철과 전자회로로 이루어져 있는 순전히 물리적인 것이기에 사이보그가 지능을 갖기란 불가능합니다. SF영화의 전제와는 정반대의 이론으로 보입니다.

 

 유물론의 입장에서 인간은 순수하게 물리적인 실체일 뿐 그 이상의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종은 분자로부터 출발해서 진화를 거치고 거쳐 지금의 인류가 되었으며 인간의 탄생부터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서 일어나는 순전한 물리적인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죠.

 

 유물론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도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킬러 사이보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간으로 치자면 ‘뇌’에 해당되는 사이보그의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도 일정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70년 전, 카스파로프 vs 딥 블루

 <터미네이터>를 기준으로 본다면 분명 미미하지만 고전적 계산주의에 따른 너드(고지식) 컴퓨터, IBM의 딥블루가 인공지능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세계 체스 챔피언인 카스파로프를 물리친 그 컴퓨터입니다. 카스파로프는 굉장히 기분 나빠했다고..ㅎㅎ


 현재로서 개발된 인공지능은 한 분야에 전문화된 프로그램이지만 역시 진정한 지능을 가진 킬러 사이보그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구조와 유사한 신경 네트워크 방식을 따라 설계되어야 한다고 해요.

 

 사이보그가 지배하는 세상을 그리는 디스토피아적인 영화도 많지만, 역시 SF영화 속에서의 사이보그는 기발해보입니다. 언젠가 우리가 사이보그를 개발해낸다면 이 지능적인 존재와 인간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될까요? :)
 


 두 번째 영화는 워쇼스키 남매의 <매트릭스>.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본문에서는 이 영화를 두고 ‘어쩌면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SF철학 영화가 아닐까’라고 평하기도 했어요. 동의하시나요?ㅎㅎ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 영화 역시 인류와 인공지능 사이의 갈등을 배경으로 합니다. 2199년 인공지능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인간들은 인공자궁 속에서 20세기 말의 세계를 모방한 가상세계 ‘매트릭스’와 연결되어 가상현실을 살아갑니다. 인간이 인공지능들의 동력원으로 전락한 것이죠. 키아누 리브스(네오 역)가 빨간 약을 먹고 매트릭스에서 벗어나 인공지능과 대립하게 됩니다.

 

다시 나오는 데카르트.

 데카르트는 워쇼스키보다 먼저 ‘매트릭스’와 같은 현실의 이면에 있는 세계를 상상한 철학자가 아닐까 싶어요. 그는 ‘사악한 악마’가 계속 우리를 속이면서 우리가 믿는 그 어떤 것도 진실이 아니며 세상에는 오직 나만 존재한다고 가정해보기를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의심해보는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며 우리는 어떤 지식도 가질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회의론)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 역시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빨간 알약? 파란 알약?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현실과 거짓 세계의 구분이 의미가 있을까요?
 

 매트릭스를 ‘거짓 세계’라고 말할 수 있을지, 계산적 과정을 통해 생겨난 것들이 모두 시뮬레이션에 불과한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매트릭스에 살고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지금 이 세상이 ‘진짜’ 현실이라고 확신하시나요? ;-)

 

 의구심을 남기는 질문을 끝으로 2014년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강연을 마무리합니다. ‘SF철학’이라는 흥미롭고도 낯선 주제에 많은 관심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기회가 닿는다면 또 뵐 수 있겠죠?^^

 

 아직 강연에 목마르시다면- 이번주 금요일에 로쟈 이현우 선생님의 카뮈 강연과 다음주 목요일 《공부하는 보수》 이상돈 선생님 저자 강연이 기다리고 있어요. 책세상 블로그 ‘오늘 책세상은’ 게시판에서 세부 내용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또 좋은 강연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스타 라 비스타Hast la vista는 헤어질 때 쓰는 스페인 인사말로, <터미네이터 2>에서 슈워제네거가 T-1000에게 결정적인 한 방을 먹일 때 쓴 대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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