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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이야기/시로 여는 세상

새 _ 심보선

책세상 2014.12.24 16:29


ⓒ tumblr_klemt


심보선


우리는 사랑을 나눈다.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아주 밝거나 아주 어두운 대기에 둘러싸인 채,


우리가 사랑을 나눌 때,

달빛을 받아 은회색으로 반짝이는 네 귀에 대고 나는 속삭인다

너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너는 지금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가


사랑해, 나는 너에게 연달아 세 번 고백할 수도 있다

깔깔깔, 그때 웃음소리들은 낙석처럼 너의 표정으로부터 굴러떨어질 수도 있다

방금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 미풍 한 줄기,

잠시후 그것은 네 얼굴을 전혀 다른 손길로 쓰다듬을 수도 있다


우리는 만났다, 여러 번 만났다

우리는 그보다 더 여러 번 사랑을 나눴다

지극히 평범한 감정과 초라한 욕망으로 이루어진 사랑을,


나는 안다, 우리가 새를 키웠다면,

우리는 그 새를 우울한 기분으로

오늘 저녁의 창밖으로 날려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웃었을 것이다

깔깔깔, 그런 이상한 상상을 하면서 우리는 사랑을 나눈다


우리는 사랑을 나눌 때 서로의 영혼을 동그란 돌처럼 가지고 논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사랑이 끝나면 너의 손은 흠뻑 젖을 것이다

방금 태어나 한줌의 영혼도 깃들지 않은 아기의 살결처럼

나는 너의 손을 움켜잡는다, 나는 느낀다

너의 손이 내 손 안에서 조금씩 야위어가는 것을

마치 우리가 키우지 않았던 그 자그마한 새처럼,


너는 날아갈 것이다

날아가지마

너는 날아갈 것이다




_ 덧붙이는 말

지난 월요 회의에 소개되었던 글입니다.

시를 발표한 편집자는 이 글을 어떤 블로그에서 처음 발견했는데요.

블로거는 이 시를 '자식에 대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했다고 해요.

아직 결혼도 겪어보지 않아서 육아는 뭐 1도 모르지만,

어떤 생각에서 그런 해석이 나왔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시로 여는 세상'을 가장 자주 업데이트하는 것 같군요...ㅎ

내년에는 좀 더 다양한 소재를...! (다짐)


벌써 크리스마스 이브에요. (하...^_ㅠ)

즐겁고 아름다운 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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