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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에 주목하여 대중사회의 도래를 예견한 사회심리학의 고전 본문

책세상 이야기/편집자 분투기

‘군중’에 주목하여 대중사회의 도래를 예견한 사회심리학의 고전

책세상 2015.01.21 14:48


군중심리학(책세상문고·고전의 세계087)

귀스타브 르봉 지음민문홍 옮김책세상, 9900


 

군중심리학(1895)은 원래 의사였으나 다방면에 걸친 관심과 풍부한 해외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민속학, 인류학, 역사학 등에도 조예가 깊었던 프랑스 학자 귀스타브 르봉(Gustave Le Bon, 1841~1931)의 대표작이다. 군중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함으로써 대중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려 했던, 또 다른 군중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한 사회심리학의 고전이다.

 









사진 귀스타브 르봉의학과 인류학을 연구하다 사회심리학으로 영역을 넓혀간 그는 다방면에 박학다식한 학자로 군중심리학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






사회학 전공 역자의 충실한 번역과 해제

 작년 가을부터 들어가는 말과 해제 등의 부속 원고를 검토하고 역자에게 의견을 전달하여 새로 쓰고 고치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쳤다. 편집 작업에 들어가서는 옮긴이주를 다량 보충하고 원서를 대조해가며 보다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교정을 보는 데 전력했다. ‘고전의 세계시리즈 중에는 중요한 부분만 발췌 번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어느 한 부분을 고르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이 알차고 밀도가 있었기에 완역본으로 출간하기로 했다. 그래서 160쪽에서 200쪽 내외가 대부분인 이 시리즈 책들 중에서 최대 분량인 320쪽이 되었다. 사회학을 전공했고 프랑스에서 7년간 유학하기도 하여 르봉이 살았던 시대와 관련된 지식이 풍부한 역자는 21세기 들어 재조명된 르봉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까지 반영하여 해제를 집필하는 등 각고의 정성을 쏟았다. 




사진 파리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에 있는 르봉의 묘에 세워진 청동 흉상.

르봉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여러 분야의 학문 연구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를 바꾸는 힘을 지닌 군중에 대해 고찰하다

 처음 원고를 읽었을 때 김혜린의 만화 테르미도르(길찾기, 2003)가 문득 떠올랐다. 프랑스 혁명 발발부터 공포정치 시기를 거쳐 테르미도르 반동까지를 배경으로 한 이 책에서 여주인공 알뤼느는 여러 세력이 이전투구를 벌이는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개인 개인으로 접하면 다 이해될 듯하고 옳은 듯한 사람들이 왜 집단이 되면 뭉뚱그려진 무언가로…… 소름 끼치는 숨소리로 변해버리는지. 집단의 힘…… 난 그 광기가 무서워요……”(165) 이 말은 인간은 고립되어 있을 때는 교양 있는 개인일지 모르나, 군중 속에서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야만인이다. 그는 자발성, 폭력성, 잔인성 및 원시인들의 영웅주의와 열광을 갖고 있다”(50)는 르봉의 말과도 맥을 같이한다. 군중심리학에서 르봉은 군중의 엄청난 힘과 심리 기제를 설명하는 데 프랑스 혁명의 진행 양상이나 로베스피에르, 당통 등 당시 지도자를 즐겨 예로 들곤 하는데, 테르미도르를 감명 깊게 읽었던 나로서는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나아가 군중심리학에는 프랑스 혁명 이후에도 혁명과 쿠데타, 왕정복고와 전쟁이 번갈아 일어나던 격변의 19세기를 관통하며 군중의 힘을 절감하고 이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자 한 르봉의 냉철한 시선이 잘 녹아 있다. 당시 한창 발흥하던 사회주의에 대해서는, 허황되고 환상에 기대고 있다며 다소 회의적인 견해를 보인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군중의 정신과 행동을 움직이는 원리를 제시한 군중심리학 프랑스의 드골, 미국의 26대 대통령 루스벨트 등의 정치 지도자들이 리더십을 계발하는 데 도움을 준 한편, 히틀러와 무솔리니 등의 독재자가 대중을 선동하여 전체주의 체제를 확립하는 데도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논쟁적이기도 하다.


사진 3~5 김혜린의 테르미도르.

국내 최초의 순정만화 잡지 르네상스에 연재한 작품이며 90년대 초반 도서출판 서화에서 처음으로 단행본이 출간되었다.


군중심리학
, 대중사회를 이해하는 데 여전히 유효한 이론적 틀
 

 이 책을 편집하면서, 군중을 바라보는 시선이 비록 부정적이고 엘리트적이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르봉의 탁월한 통찰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마침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흑색선전과 여론 조작까지 가세해 민심이 요동치며 혼란이 가중되는 시점이었다. 이때 참사 초기의 전 국민적인 애도 분위기가 일변하여,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경계하는 세력이 유가족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이에 일부 사람들이 부화뇌동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깊은 환멸과 실망을 느꼈다. 무의식적이고 충동적인 군중의 행동을 지배하는 원리는 무엇이고 그들을 인도하려면 어떤 계략을 써야 하는지 르봉이 주장하는 바를 지금의 한국 사회에 적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었고, 가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들어맞기까지 했다. 이처럼 현실에 비추어 읽다 보니 첫 출간 이후로 120년이나 지났지만 군중심리학이 왜 대중사회의 현상을 설명하는 데 적실한 이론적 틀로서 두고두고 회자되는지,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책세상 편집1팀 이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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