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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이야기/시로 여는 세상

김중식 - 이탈한 자가 문득

책세상 2015. 2. 3. 15:34


이탈한 자가 문득

김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 위 시는 김중식의 시집 <황금빛 모서리>에 첫 번째로 수록된 작품입니다.


시는 노래와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연인과 헤어지고 나면 세상 모든 이별 노래가 다 내 이야기 같듯이, 꼭 시심(詩心)이 있지 않더라도 시에서도 듣는 상황에 따라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이 시를 읽으면서 얼마 전 봤던 다큐멘터리가 떠올랐습니다. 서른 전후의 초등학교 동창들이 모여서 왜 연애를 포기하고 결혼을 포기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는데 제가 친구들과 모여서 맨날 하는 얘기와 꼭 같더군요. 우리는 궤도에 맞춰 살고 있는 걸까, 궤도를 이탈하는 건 무엇일까.


제 사주에는 '생각이 많이 피곤한 인생'이라고 나와 있다고 하는데(사주에 그런 것까지 나오나 싶지만) 오래도록 '궤도'는 무엇이며 '이탈'은 무엇니지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첨부한 그림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탈'한 사람들의 단체컷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커트 코베인과 시드 비셔스, 짐 모리슨도 보이는군요. 그곳에는 고민이 없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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