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책세상 블로그

경인방송 "라디오책방" 《책공장 베네치아》 편집자 인터뷰! 본문

책세상 이야기/오늘 책세상은

경인방송 "라디오책방" 《책공장 베네치아》 편집자 인터뷰!

책세상 2015.03.17 15:48

지난 3월 14일, 《책공장 베네치아》 담당 편집자 장지은씨가 경인방송 "라디오책방" 코너에 출연했습니다.


"라디오책방"은 인천이 2015년 유네스코 지정 책의 수도 유치와 함께 '책 읽는 도시 인천 만들기'를 위해 함께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요. 매주 토요일 오전 7시부터 8시까지 한 시간동안 진행되고 있으니 책을 사랑하신다면 추천합니다. ㅎㅎ



《책공장 베네치아》 편집자 인터뷰




1. 먼저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책공장 베네치아>는 어떤 책인지 간략히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책공장 베네치아16세기 베네치아에서 이루어진 출판 혁명을 다룬 책입니다.

 베네치아는 당시에 유럽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 세 곳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크고 발전한 도시 국가였는데요, 특히 전 유럽에서 생산된 책의 절반 정도가 바로 이곳에서 만들어졌을 만큼 베네치아는 출판 분야에서 독자적인 주도권을 행사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언어로 쓰인 책들이 베네치아에서 세계 최초로 출간되어 세계 각국으로 유통되었고, 그 당시에 책에 새로 도입된 많은 것들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그전까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지식이 대중에게 보급되었고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인문정신이 전 유럽으로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책공장 베네치아에는 그 당시에 출판의 수준을 끌어올린 천재 출판업자 알도 마누치오 등을 비롯한 16세기 출판인들의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소개되어 있고요, 책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었으며 지식과 문화가 어떻게 확산될 수 있었는지 베네치아에서 이루어진 출판의 역사 전반이 풍성하게 담겨 있습니다.

 

2. 지금의 베네치아 책보다는 물의 도시로 더 유명합니다. 하지만 16세기 베네치아는 출판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장르 불문하고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한데 당시 베네치아는 책을 만들기에 어떤 환경이었습니까?

 

 이 책의 저자는 출판의 활성화를 위한 조건으로 지식인의 결집, 풍부한 자본력, 뛰어난 영업 활동 세 가지를 뽑는데요, 베네치아는 이 세 조건이 모두 충족된 이상적인 도시였습니다.

 일단 인근에 있는 대학교를 중심으로 인문주의자 등의 지식인들이 베네치아에 밀집해 있었습니다. 지식인들과 출판업자들이 협력해서 책을 만들기도 했고요, 책의 주요 독자층도 물론 두터웠습니다. 베네치아는 유럽의 다른 어떤 곳보다 교육을 받은 인구 비율이 월등히 높았고, 책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았습니다. 또한 베네치아는 자유와 다양성이 보장되는 도시였지요.

 16세기에 가장 산업화된 도시였던 베네치아는 책을 만들고 유통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자본력이 풍부했고요, 조판공들의 월급도 전문직 수준이었습니다. 종이를 만드는 데는 물이 무척 많이 필요한데, 당시 베네치아는 알프스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얼마든지 사용해 종이를 만들 수 있어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누렸지요.

 마지막으로 세계 최대의 다국적 출판사가 발전한 베네치아에는 다양한 언어로 책을 번역해 세계 각국으로 번역해 유통시킬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책이 만들어지면 베네치아의 상인들은 배에 신속하게 책을 싣고 각 지역으로 영업 활동을 벌였습니다. 특히 베네치아 콤파니아라는 출판 주식회사가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국제적인 판매망을 조직해 활동했습니다.





3. 베네치아를 책의 수도로 만든 이들 중에서 특히 출판계의 미켈란젤로라 불린 알도 마누치오가 있는데요이탤릭체 인쇄쪽 번호 매기기 등 근대 서구 출판의 거의 모든 것은 물론이고현재는 문고판이라 불리는 포켓북을 세상에 선보인 사람이기도 합니다그 중에서도 저자는 이 문고판을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알도 마누치오는 출판을 이전의 출판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든 혁신자였습니다. 문고판이 특히 혁명적인 변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전까지 책은 너무 크고 무거워서 아예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알도 마누치오가 판형을 줄인 덕분에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그 덕분에 사람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지요. 본래 책은 기도를 드리거나 공부를 위해서만 사용되었는데, 이제는 취미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대 지적 혁명이 이루어졌던 것이지요. 알도 마누치오는 고전을 인쇄하기도 했지만 당시의 인문주의자들이 쓴 저술도 출간했어요. 완성도 높은 편집을 거쳐 아름다운 판본으로 출간된 마누치오의 책들은 큰 인기를 누리며 엄청나게 팔려나갔고, 일례로 페트라르카의 칸초니에레라는 책은 10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최초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지요. 알도 마누치오는 최초의 문고판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최초의 베스트셀러도 출간했고, 더불어 처음으로 재미로 책을 읽는다는 개념을 만든 창시자예요. 그 외에도 출판사 로고라든가 어퍼스트로피, 세미콜론 같은 것들도 처음으로 도입했지요.

 

4. 당시 인쇄업자들이 압착 인쇄기를 다루는 노동자들이었던 것에 반해 알도 마누치오는 그리스 고전을 연구하는 학자였다고 하던데요. ‘알도 마누치오는 어떤 인물이고 어떻게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까?

 

 알도 마누치오는 로마에서 남동쪽으로 80km 정도 떨어진 바시아노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수사학을 배웠고, 그리스어를 공부했는데, 친구의 소개로 알베르트 피오라는 카르피 군주의 가정교사가 되었어요. 알도 마누치오의 곁에는 항상 저명한 지식인이나 권력가들이 있었지요. 그 스스로도 라틴어와 그리스어 고전을 많이 접했을 거예요. 그런데 당시에 문인들을 위해 만들어졌던 책들은 조악한 상태로 중고 책을 그대로 복제해 출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알도 마누치오는 오류가 가득한 책에 염증을 느껴 스스로 완벽하게 인쇄된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40대에 접어든 알도 마누치오는 베네치아로 이주해 3년 후에 첫 책으로 그리스어 문법책을 출간했고, 그 책을 인쇄한 인쇄소 주인의 딸과 결혼해 정착한 다음 스스로 인쇄소를 차리고 인쇄 활동을 계속했어요. 그는 최고의 지식인으로서 원고 감식안을 갖춘 깐깐한 편집자였고 번역가였으며, 시장의 수요를 직감적으로 알아차리는 마케터였어요. 여러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을 조직해 출판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책을 인쇄하는 다른 출판업자들과 달리 마누치오의 손을 거친 책들은 완성도 높은 편집으로 아름답게 출간되어 지금까지도 모범이 되고 있지요.

 

5. 마누치오 뿐 아니라 베네치아를 책의 천국으로 만든 사람들이 많이 있을 텐데요.

어떤 분들이 있는지 간략히 소개해주시죠.

 

 베네치아에는 새로운 시도를 한 출판업자들이 참 많았어요. 처음 아랍어로 코란을 인쇄한 파가니노 파가니니, 처음으로 히브리어로 탈무드를 인쇄한 다니엘 봄베르크처럼 새로운 언어로 다른 종교의 성서를 인쇄한 사람들도 있었고요, 지금도 사용되는 우아한 로마체 서체를 만든 니콜라 장송과 프란체스코 그리포, 그리고 고대풍의 둥근 가라몽체를 만든 클로드 가라몽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이야기하면서 작가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16세기 베네치아에는 아주 독특하고 뛰어난 작가가 있었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음란한 소네트라는 책을 쓴 피에트로 아레티노인데요, 아레티노는 출판 역사상 최초로 외설적인 목판화에 시를 지어 붙여 도색문학이라는 장르를 창시했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큰 인기를 누렸지요. 그는 직접 출판 마케팅을 하면서 독자들과 교류하기도 했습니다. 간략히 설명 드렸습니다만, 제가 지금 소개한 사람들 외에도 무척 많은 사람들이 활발하게 활동했으니까 직접 책을 보시면서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매너 스티커 ㅎㅎ)


 

6. 이슬람교의 성서인 코란이 기독교 문명의 베네치아에서 최초로 출판된 것도 놀라운데요. 뿐만 아니라 탈무드를 처음 인쇄한 것 역시 베네치아입니다. 이런 작업이 외국 번역 서적의 시작 배경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도 다양한 종교 집단이나 외국인 공동체가 베네치아에서 번성해 그들의 언어와 문화가 유입되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 거주 구역인 게토가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곳도 바로 베네치아였습니다. 베네치아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곳이어서 유럽 곳곳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유입된 타지인들이 많았고요, 지리적으로 동양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었기 때문에 동양의 문화와 종교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상인들도 몰려들었습니다. 인쇄업이 부흥하던 16세기에 베네치아 사람들은 국내외 외국인들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외국어 책을 만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베네치아에서 유대 종교 의식을 지내는 유대인들을 위해 히브리어로 탈무드를 제작했고, 무슬림들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코란을 아랍어로 인쇄한 것이지요. 동일한 이유로 그리스어, 아르메니아어 책이나 글라골 문자, 키릴 문자 등으로 쓰인 책도 출간되었고요, 이미 출간된 유명한 책들은 독일어나 영어나 체코어로 번역되어 세계 각국으로 팔려나가기도 했습니다.

 

7. 꼭 인문, 종교 서적이 아니라 악보를 비롯해 지도, 의학, 미용, 식도락 책까지 다뤘는데요. 특히 현재 아메리카 대륙이 콜럼비아가 아니라 아메리카로 불리게 된 것이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편지 때문이라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네, 베네치아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출판되었는데요, 당시에 신대륙의 존재를 알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던 것이 바로 베네치아의 영토에서 인쇄된 베스푸치의 서신이었습니다. 이 서신은 베스푸치가 피렌체 대사에게 보내자 곧바로 신세계라는 제목으로 출판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여기에는 물론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었지요. 그래서 새로 발견한 대륙이 아메리고의 이름을 딴 아메리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콜럼버스의 서신도 출간되긴 했습니다. 로마, 파리, 바젤, 안트베르펜에서 아홉 가지 판본으로 인쇄되었어요. 그런데 콜럼버스의 서신은 크게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널리 알려지지도 못했습니다. 베네치아 출판계의 신속한 출간과 빠른 확신이 아메리카 대륙을 콜럼비아가 아닌 아메리카로 불리게 만든 것이지요.

 

8. 출판의 부흥을 열었던 베네치아도 암흑기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는데요.

베네치아 사람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신대륙 발견으로 대서양 항로가 열리면서 베네치아는 북유럽에 산업 최강대국의 자리를 넘겨야 했습니다. 그런데다 교황청에서 금서 목록이 만들어져 책이 불태워졌고, 엄격한 검열 때문에 책을 만들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게 되면서 암흑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자 베네치아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허가받기 수월한 종교 서적의 인쇄를 늘렸고, 또한 새롭게 가체타라는 정기 간행물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전쟁 관련 정보를 전단지로 인쇄해서 빠르게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출판물이 또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요, 레몬디니 출판사는 성인들의 초상이나 종교적인 장면들, 대중적인 성화를 출간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이나 가난한 빈민층을 겨냥한 우화적 그림도 인쇄했고요, 타로 카드와 보드게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인쇄물을 홍보하려고 외판원을 고용해서 직접 발품을 팔면서 게임 등을 팔았습니다.

 이 책에는 19세기에 활동한 베네치아 출판업자 페르디난도 옹가니아에 대해 소개되어 있는데요, 그는 처음으로 예술서에 사진을 넣어 인쇄했습니다. 산마르코 대성당 등 주요 건축물들을 첨단 사진 기술로 아름답게 촬영해 기록한 그의 책은 예술 작품으로서 인정받아 고가의 한정판으로 팔려나갔습니다. 저자는 그를 베네치아 출판의 마지막 천재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9. 마지막으로 청취자들께 남기는 말씀 들으며 인터뷰 맺겠습니다.

 

 제가 이 책을 편집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은 사라진 코란이었습니다. 베네치아에서 베네치아 사람이 만든 아랍어 코란이 베네치아에 보관되다가 베네치아 사람에 의해 발견되었는데요, 바티칸이 있는 이탈리아의 기독교 문명국 베네치아에서 이슬람교의 성서가 만들어지고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을 읽으면서 16세기 베네치아가 얼마나 개방된 자유로운 곳이었는지, 베네치아 사람들의 열정이 얼마나 뜨겁고 도전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 책을 통해 16세기 르네상스 초기의 역동적인 베네치아를 엿보시고 감동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