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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4컷 만화의 역사적 기원을 찾아 떠납니다. 본문

책세상 이야기/편집자 분투기

신문 4컷 만화의 역사적 기원을 찾아 떠납니다.

책세상 2015.03.26 15:51

풍자 이미지로 재구성한 근대 유럽의 사회상

풍자, 자유의 언어 웃음의 정치

전경옥 지음, 책세상, 30000

 



유럽 근대의 풍경을 다각도에서 조명하면서

기존 권위에 도전하는 급진적 사유와 비판정신,

자유롭고 기발한 상상력을 드러내는 250여 점의 풍자 이미지를 소개한다.

 

 득권층의 탐욕과 악덕, 사회의 부조리와 허위를 고발하고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풍자’. 이 책은 만평, 만화, 캐리커처, 또는 포스터와 전단지의 형태로 대중에게 유포되었던 풍자 이미지를 통해 근대 유럽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조망한.


 서양정치사상을 연구해온 저자는 사회의 이면을 단번에 눈길을 끄는 방식으로 폭로하는 만평과 삽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풍자 이미지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힌다. 통치자나 국가의 행위가 중심이 된 역사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았던 대중의 시선에 주목한 것이다. 이후 오랫동안 관련 도판과 문헌을 수집하고 연구한 결과를 담은 이 책에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가려 뽑은 250여 점의 도판을 수록했다. 풍자소설 속 삽화, 잡지와 신문에 실은 만평은 물론이고 게임카드와 게임보드 형태의 풍자화, 여러 장면을 연결해서 보여주는 파노라마식 풍자화 등 그간 자주 접해보지 못했던 독특한 풍자 이미지까지 소개한다. 언뜻 봐서는 무엇을 의도하는지 알 수 없는 작품들도 많은데, 저자는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맥락을 자세히 짚어가며 설명함으로써 이해를 돕고 작가의 재치와 기발한 상상력에 새삼 감탄하게 만든다.


신문의 4컷 만화와 만평을 즐겨 봐온 나로서는 그 역사적 기원을 탐색한다는 차원에서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박재동의 한겨레신문 연재 만평 한겨레 그림판을 모은 목 긴 사나이를 인상 깊게 읽었는데, 연재 당시에는 아직 어렸기에 모르고 지나쳤던 과거의 사회상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각종 사건사고와 부정부패에 대한 대중의 여론, 불평등과 부조리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애환을 아우른 만평은, 불의를 꼬집는 통쾌함과 소외된 자들에 대한 연민의 정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 출처: Yes24 / redian


박순찬의 경향신문 연재 4컷 만화 장도리는 정곡을 찌르는 솜씨가 탁월하여 촌철살인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데, 만화에 코멘트를 덧붙여 엮은 단행본 나는 99%, 516 공화국, 세월의 기억의 표지는 지금 한국 사회의 축소판을 섬뜩하게 그려내어 내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풍자 이미지들도 당대의 인간 군상과 사회상을 두루 조명하면서 지금의 시점에서 봐도 손색없을 정도의 대담함과 날카로운 유머 감각을 발휘한다고 느꼈다.



ⓒ  샤를리 에브도


이 책의 편집이 한창 진행되던 1월 초, 다수의 풍자만화가가 희생된 샤를리 에브도총격 테러 소식이 들려왔다. 풍자만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목숨을 빼앗기까지 하다니, 풍자가 그토록 위험한 행위인가 반문케 하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의 소중함뿐만 아니라 진정한 관용의 의미와 타자 존중에 이르는 다양한 화두를 던져준 사건이었다. 권위와 가식에 과감하게 맞섬으로써 검열과 처벌, 심지어 테러의 대상이 되어온 풍자. 그 역사적 흐름과 가치를 탐색하는 이 책을 만들면서 여론을 움직이는 풍자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단네 책세상 편집1팀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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