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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발칙한 하녀 《어느 하녀의 일기》 본문

책세상 이야기/편집자 분투기

세상에서 제일 발칙한 하녀 《어느 하녀의 일기》

책세상 2015.11.18 15:42

 

냉소와 풍자가 가득한

‘벨 에포크 시대의 인간 희극’


《어느 하녀의 일기》
옥타브 미르보 지음 | 이재형 옮김

책세상 | 15,000원

 

8월 6일 개봉한 레아 세이두 주연의 영화 〈어느 하녀의 일기〉의 원작 소설. 다사다난한 삶의 역정을 거쳐온 도도하고 매력적인 하녀 셀레스틴의 시선을 통해, 19세기 말 부르주아의 탐욕과 위선, 성적 타락과 방종, 하층 계급의 비참한 삶, 드레퓌스 사건을 둘러싼 반유대주의와 애국주의의 광풍을 그려냈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프랑스 여배우 레아 세이두가 주인공 셀레스틴을 연기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어느 하녀의 일기〉. 장 르누아르, 루이스 부뉴엘 감독에 이은 세 번째 영화화로, 이번에는 〈육체의 학교〉, 〈나쁜 사랑〉 등의 작품으로 알려진 브누아 자코가 메가폰을 잡았다. 과연 어떤 이야기이기에 유명 감독들에 의해 여러 차례 영화화되었을까 하는 호기심을 품고 원작 소설 『어느 하녀의 일기』 편집에 착수했다. 영화 개봉 일정에 맞추느라 바삐 진행되긴 했지만 뒤에 이어질 내용을 궁금해하며 스릴 넘치게 작업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상상을 초월하는 괴벽스러운 등장인물들과 우스꽝스럽고도 냉소적인 묘사 덕분에 종종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1900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19세기 말의 프랑스 파리와 노르망디를 무대로 하고 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평화가 지속된, 문물이 눈부시게 발전한 번영과 풍요의 시절 ‘벨 에포크’.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마리옹 코티아르가 연기한 1920년대 사람 아드리아나가 동경하던 시대로, 내겐 모네나 툴루즈 로트레크의 그림들에서 보듯 밝고 흥청거리는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일견 화려하고 낭만적인 벨 에포크 시대의 어둡고 음습한 이면을, 퇴폐와 악덕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이야기는 주로 파리에서 일해온 하녀 셀레스틴이 인색한 랑레르 부부의 집에 취직되어 노르망디로 찾아오면서 시작되는데, 잦은 ‘플래시백’을 통해 그녀가 거쳐온 수많은 나리와 마님의 수상쩍고 괴이한 세계가 펼쳐진다.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며 산전수전을 겪은 셀레스틴은 탁월한 관찰력으로 자신이 모셔온 주인들의 탐욕과 부패, 속물근성을 가차 없이 꼬집고 풍자한다.

 

 

 

 

 

 

편집을 한창 마무리 지을 즈음 〈어느 하녀의 일기〉 영화를 감상했다.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편으로 소설 속 대사가 어떻게 재현되는지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했고, 우아하고 호화로운 의상과 소품, 아름다운 자연 풍광에 눈도 즐거웠다. 다만 96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 때문인지 소설에 등장하는 갖가지 기묘한 인물들이 모두 다뤄지지 못했다는 점은 좀 아쉬웠다. 결말을 관객의 상상에 맡겨버리는 프랑스 영화 특유의 불친절함(?)으로 인해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사람이 있다면 이 원작 소설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작업하면서 옥타브 미르보라는 작가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미르보는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내게도 낯선 미지의 작가였는데, 실로 다양한 면모를 지닌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본래 저널리스트로서 현실 참여적 지식인으로 활동했고,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극작가이자 소설가였으며, 고흐와 클로델을 세상에 알리는 데 공헌한 예술 비평가이기도 했다. 사디즘 문학의 계보를 잇는 『고문의 뜰』, 가톨릭 사제의 청소년 강간을 다룸으로써 금기에 도전한 『세바스티앵 로크』 등 그의 다른 작품들도 소개되길 기대해본다.

 


책세상 편집2팀 편집자 이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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