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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전쟁의 장엄한 서사시 《빅토르 위고의 워털루 전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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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전쟁의 장엄한 서사시 《빅토르 위고의 워털루 전투》

책세상 2015.06.30 15:58

인간과 전쟁의 장엄한 서사시

 

《빅토르 위고의 워털루 전투》

빅토르 위고 지음 | 고봉만 옮김

책세상 | 13,000원

 

19세기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대하소설 『레 미제라블』에서 여담 형식으로 그려낸 워털루 전투 이야기. 유럽 역사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사건의 전모를 낭만주의적 필치로 되살려낸 이 글에, 충실한 주석과 해설, 삽화와 기록화, 지도를 수록하여 한 권의 흥미진진한 역사책처럼 구성했다.

 

 

올해 6월 18일은 유럽 전체를 호령했던 ‘문제적’ 영웅 나폴레옹을 완전히 몰락시킨 워털루 전투가 일어난 지 딱 200년이 되는 날이었다. 벨기에 워털루 일대에서는 나폴레옹의 후손과 그에 맞서 승리를 거둔 영국-프로이센 연합군 지휘관인 웰링턴과 블뤼허의 후손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기념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혁명과 전쟁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유럽의 질서가 대대적으로 재편성되면서 진정한 19세기가 시작되는 계기를 마련한 워털루 전투.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 이 전투의 전개 과정과 승패 요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만큼 다양한 연구가 행해졌고, 영웅의 몰락과 한 시대의 종언이라는 극적인 요소는 발자크, 스탕달 같은 소설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특히 빅토르 위고는 『레 미제라블』에서 제법 많은 분량을 할애해 워털루 전투를 다뤘다. 이 부분(제2부 ‘코제트’의 제1편 ‘워털루’ 3∼18장)을 따로 발췌하고 관련 자료를 보완하여 역사적 중요성을 환기하는 단행본으로 만든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옮긴이주 110여 개를 통해 등장인물과 나폴레옹 전쟁에 관한 이해를 돕는 한편, 삽화와 기록화 및 지도를 삽입하여 전투의 전개 양상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전투의 시대적 배경과 전개 과정, 역사적 의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해설’, 위고의 집필 의도와 문학적 가치를 밝힌 ‘옮긴이의 말’을 권말에 수록했다.


어렸을 적에 축약본 『장 발장』을 읽었을 뿐, 뮤지컬도 영화도 본 적이 없는 나는 이번을 계기로 『레 미제라블』이 얼마나 방대하고 다채로운 내용을 담은 작품인지 알게 되었다. 위고는 워털루 전투뿐만 아니라 은어와 수녀원, 파리 하수도 등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를 여담 형식으로 집필하여 작품에 넣었는데,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음에도 지나치다 싶으리만치 길고 자세하게 서술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 여담들을 두고 ‘장광설이 심하다’면서 완독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는 독자들도 있는 모양이다.

 

 

쥐앙 만에 상륙한 나폴레옹 ⓒ 책세상

 

 

외려 나는 작업하는 내내, 왜 위고가 전적지에 두 달간 머무르며 꼼꼼히 답사하는 노력을 기울여서까지 워털루 전투 이야기 집필에 몰두했는지 생각해보았다. 위고는 그가 비판했던 나폴레옹 3세가 권력을 잡는 데 후광 효과를 부여한, 죽고 나서도 엄청난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과시하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는 존재를 재조명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위고는 자신이 젊은 시절에 동경했던 나폴레옹을 노년에 이르러 냉철하게 평가하고, 그의 신화를 부수는 작업을 이 책을 통해 실행한 셈이다. 천재적 전략가로 명성을 떨쳤던 나폴레옹이 실수를 저지르고 패배하는 모습을 통해 흥망성쇠의 덧없음을, 전장에서 죽어간 이름 모를 병사들이 겪은 고통을 통해 전쟁의 허망함을 보여주는 『워털루 전투』. 전쟁과 역사에 대한 위고의 깊은 통찰이 교훈과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책세상 편집2팀 편집자 이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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