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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비트겐슈타인은 왜 전쟁터로 향했을까? 본문

책세상 이야기/편집자 분투기

금수저 비트겐슈타인은 왜 전쟁터로 향했을까?

책세상 2015. 12. 16. 14:35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비트겐슈타인은 왜 전쟁터로 향했을까?


《비트겐슈타인 철학일기》

비트겐슈타인 지음 | 변영진 옮김 | 책세상



맨체스터에서 항공학을 공부하던 비트겐슈타인은 케임브리지에 러셀을 찾아간다. 수업을 듣고 독일어 악센트의 영어로 서툰 질문을 하던 그였지만, 불과 1년 만에 천재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러셀은 자신의 자리를 이어받을 사람은 비트겐슈타인밖에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비트겐슈타인의 생각은 달랐다. 러셀은 더 이상 자신의 불타오르는 학구열을 받아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철학에 대한 열정이나 새로운 영감을 가지고 있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자신의 연구가 정체되는 것처럼 느껴지자, 비트겐슈타인은 케임브리지의 생활을 청산하고 노르웨이의 외딴 시골에 자리를 잡는다. 그러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발생하자, 자신의 연구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비로소 완성될 것이라 생각하고 전장으로 향한다.


《비트겐슈타인 철학일기》는 그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1914년부터 1917년 사이의 일기다. 비트겐슈타인이 자신의 철학을 세밀하게 다듬어가는 과정을 담은 일기이다. 비트겐슈타인이 생전에 낸 유일한 저서 《논리­철학 논고》가 1918년에 나왔으니, 《비트겐슈타인 철학일기》는 그의 철학이 정교하게 다듬어져 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그의 철학 뒤편에 숨겨진 리드미컬한 사유의 흐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은 전쟁의 참상 앞에 선 한 인간의 실존적 기록이다. 그는 시쳇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오스트리아 최고의 철강부호, 지금으로 치면 포스코 그룹 회장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 그의 유년시절은 그저 ‘유복하다’ 정도가 아니었다. 가문에서 후원하던 예술가인 브람스와 클림트가 집에 드나들며 초청 연주회와 전시회를 열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자신을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으로 몰아넣어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을 완성한 것이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면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지를. 그러나 그는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수도승처럼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산 철학자다.


비트겐슈타인이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의 책 속에 담긴 사상이 기존의 모든 철학을 뒤흔들 만큼 큰 울림을 남겼기 때문이리라. 실제로 비트겐슈타인이 평생의 과제로 생각한 것은 자기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 일이었다. 그는 제자 맬컴에게 “철학이 일상의 중요한 문제들을 개선시켜주지 못한다면, 우리를 더 양심적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철학을 공부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이것이 그가 전장으로 향한 이유, 우리 모두에게 큰 울림을 남긴 이유가 아닐까 싶다.


박병규 책세상 기획편집4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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