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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착한’ 시민인가요?

책세상 2012.01.06 17:59

안녕하세요?


책세상의 당근 군입니다.(꾸벅)


발언과 주장 때문에, 신념에 따른 행동 때문에 정치인과 시인이 수감되는 ‘겨울’ 풍경을 보며, 오현철 선생님의《시민불복종—저항과 자유의 길》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마침 박원순 서울 시장이 이 책에 대해 쓴 서평이 있어 오늘은 이 글을 나누려 합니다. 2001년《우리시대, 또 다른 시각》이라는 서평집에 기고한 글인데요, 1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얼마 전 논쟁이 있었다. 작년에 벌어졌던 낙천낙선운동을 두고 어떤 시민운동가가 불법이라고 몰아붙이며 시민운동은 적법 절차를 따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몇 차례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참다가 어느 계기에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운동은 결코 현존하는 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올바른 법질서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현존하는 법질서 수호의 책임은 공안검사에게 있으며 시민운동가의 책임은 현존 질서가 아니라 있어야 할 온전하고 정의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이라고.


2000년 총선시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한 박원순 시장


박원순 시장은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을 이끈 바 있습니다. 당시 참여연대를 주축으로 조직된 총선시민연대는 공천 반대자 67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낙선 운동을 통해 이들의 정치 활동을 막아내려 했죠. 하지만 이 명단을 발표했을 때, 정치권과 언론 등으로부터 잘못된 운동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는 시민불복종 운동은 정말 나쁜 것일까요? 박원순 시장은 《시민불복종—저항과 자유의 길》의 서두에 있는 아래의 문장을 인용합니다.


인류의 탄생 이래 시민불복종은 인간의 심성과 문명, 그 자체의 진보를 이끌어왔다. 사회적 편견과 인종적 편견, 성적 편견, 신념에 대한 편견 등 인간이 인간을 증오하게 만드는 모든 내적 갈등을 화해와 관용과 용서에 대한 믿음으로 승화시켰고 정의를 구현했다. 불복종을 통해 흑인들은 백인들과 동등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고, 여성들은 참정권을 쟁취하여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고, 부정한 전쟁을 멈추게 하고 부도덕한 살상 행위를 금지시켰으며, 국민을 억압하는 정부를 축출하여 그 밑에서 고통받던 사람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렇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권리는 대부분 불복종 운동을 통해 얻어진 것입니다. 법의 결정을 따르는 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우리의 양심을 따르는 것이죠. 법이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않고 지배계층과 권력자를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면 시민불복종 운동을 통해 그것을 뒤엎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설령 그것이 적법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한다 하더라도요. 위의 글을 인용하고, 박원순 시장은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입니다.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이, 이러한 시민불복종과 저항은 역사책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체제가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런 억압과 불평등, 권력에 의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유린, 사회의 편견과 왜곡된 시각은 도처에 있다. 시민운동을 하다보면 매일같이 질식하고 매순간 절망할 것 같은 사회의 모순과 비리, 불의에 부닥친다. 오늘 우리 사회의 이 광범한 부패와 불의의 그림자를, 사법과 행정권의 남용에 피해를 본 사람들의 통곡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그는 시민운동가도 지식인도 아니다. 말하건대 이 땅은 억울한 사람들에게 지옥과 같은 세상이요, 부패의 도가니다.


고통받고 절망에 빠진 이들의 통곡소리가 멈추었을까요?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이 세상이 지옥이고, 도가니일 거라는 사실이 뼈아픕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1년의 인물: '시위자(Protester)'


2012년 최대의 화두는 정치입니다. 4월에는 총선, 12월에는 대선을 앞두고 있고 많은 관심이 거기에 쏠려 있죠. 하지만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정치 참여의 전부일까요? 투표는 정치 참여의 한 방법일 뿐입니다. 투표에 참여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정치 참여의 길이 있습니다. 정당 활동과 시민단체 활동, 파업과 집회 참여 등 우리는 정치 참여의 다양한 도구들을 가지고 있어요. 적법한 도구, 불법적인 도구 모두 가지고 있죠. 그럼 다시 여러분께 묻습니다. 어떤 도구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당신은 적법한 도구만을 사용하는 ‘착한’ 시민인가요? 참고로 저는 때로는 불법적인 도구를 사용하는 '나쁜' 시민입니다.

_당근 군
* 제 의견은 책세상의 생각과 다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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