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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과 사상, 표현의 자유를 위하여

책세상 2012.01.13 15:30
‘빨갱이 귀신’에 사로잡히면 사람과 사물을 자신의 색안경을 통해서만 보게 된다. 그래서 어처구니없는 희비극을 연출하곤 한다.
―조국,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 84쪽

희극이랄지 비극이랄지 (아무튼)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트위터에서 북한 관련 글을 리트윗 했다는 이유로 구속당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도 북한 체제를 고무하거나 찬양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비꼬고 조롱한 것이었음에도 말입니다. 서울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박정근 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박정근 씨의 트위터 내용
박정근 씨의 트위터 내용

박정근 씨는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에서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글을 리트윗하며 패러디를 통해 북한 체제를 조롱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해 9월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위반 혐의로 박정근 씨의 사진관을 압수 수색한 데 이어 이달 10일에는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1일에 구속이 결정돼 현재 수원 남부 경찰서에 수감 중입니다.

양심과 사상을 실현하는 자유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 등의 ‘표현의 자유freedom of expression’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예는 자신의 양심과 사상에 따른 행위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또는 ‘이적단체’ 결성, ‘반국가단체’의 고무․찬양․동조(‘이적행위’) 등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민주화’ 이후 국내외에서 국가보안법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자를 대하는 우리 법원의 태도가 일정하게 변한 것은 사실이다.
즉 사상의 실현 활동이 실제로 국가와 사회에 구체적 위험을 초래하는가 여부와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이기만 하면 처벌해왔던 것이다.
―이하 같은 책, 15~16쪽

박정근 씨는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사회당의 당원입니다. 트위터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리트윗이 북한 체제를 조롱하고 그것을 비판하기 위해서임을 밝혀왔습니다. 더구나 지금까지 검찰 수사를 피하지 않고 잘 받아왔고,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위험이 없음에도 구속 수사를 진행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설령 그가 정말로 북한 체제를 찬양하고 고무할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의 구속이 옳은 일일까요?

우리 사회에서 사상의 자유는 ‘반공 사상만의 자유’ 또는 ‘무(無)사상의 자유’로 왜곡되고 말았다.
―84쪽
사회 발전은 그 사회의 근본적 모순에 대한 비판 활동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장함으로써 가능하다. 그 비판이 왼쪽에서 오든 오른쪽에서 오든 말이다. 급진적인 체제 비판․부정의 사상이라 할지라도 그 사상의 표명과 실천이 폭력과 파괴 행위 등을 수반해 사회에 즉각적이고 명백한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그것은 사상의 자유의 하나로 보장되어야 한다.
―113쪽

이러한 상황에서 사상의 자유란 조국 교수가 말했듯, ‘무사상의 자유’와 결코 다른 말이 아닐 듯합니다. 조국 교수는 ‘체제를 비판하거나 부정하는 사상의 표명과 실천은 사상의 자유의 하나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것에 관한 규제와 처벌은 폭력과 파괴 행위 등 실질적 위험성이 존재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비단 조국 교수만의 주장이 아닙니다. 1995년 10월 1일 국가 안보 및 인권에 관한 국제법으로 채택된 요하네스버그 원칙에도 이러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 원칙은 이미 많은 국가들에서 ‘현실’의 법적 원칙으로 자리 잡은 기준입니다.

<국가 안보와 표현의 자유 및 정보 접근에 관한 요하네스버그 원칙>

제2조 정당한 국가 안보 이익
①국가 안보를 이유로 정당화하려는 규제는 그 순수한 의도와 명시적 효과가 무력 사용 또는 위협에 맞서 국가의 존립과 영역적 통합성을 보장하기 위함이거나, 외적으로는 군사적 위협, 내부적으로는 폭력적 정부 전복을 위한 선동과 같은 위협 또는 무력 사용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능력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 외에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②특히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정당화하려는 규제는 그 순수한 의도와 명시적 효과가, 예컨대  정치적 위기나 부정에 대한 폭로로부터 정부를 두둔하거나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옹호하거나, 국가 공공기관의 기능에 대한 정보를 은폐하거나,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것과 같이 국가 안보와 무관한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일 경우에는 정당화되지 아니한다.
―93쪽에서 재인용

그런데 박정근 씨의 경우는 어떨까요? 트위터에서의 그의 행동이 국가 안보에 실질적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의 행위가 국가 안보에 어떠한 위험이 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한 박정근 씨의 구속은 국가보안법의 정당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의 국보법은 냉전․반공․분단 체제의 논리를 비판․거부하는 시민의 사상과 이론, 학문 연구와 예술 창작 및 이를 위한 조직 활동에 대해 설사 그것이 국가 안보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심지어 북한의 논리와 정책을 비판하더라도 철저히 억눌러왔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국보법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시대착오적”이며 “유례없는 법률”이라고 말할 수 있다.
―156쪽

조국 교수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에서 시민의 정치적․시민적 기본권을 광범하게 침해하는 법률인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합니다. 또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더라도 국가 안보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위험을 주는 행위는 형법과 같은 법률로 제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국가보안법은 단순한 법률이 아니라 바로 이 땅의 불행한 현대사를 그 날개로 온통 뒤덮고 있는 거대한 괴조(怪鳥)와 같은 것이었다.” ―박원순
“국가보안법은 냉전과 독재를 위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이다.” ―조국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입니다. 그의 집에는 철 침대가 하나 있었는데,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혀놓고 침대의 길이에 맞춰 키 큰 사람은 다리를 자르고 키 작은 사람은 잡아 늘여 죽였다고 합니다(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는 침대의 길이를 조절하는 장치가 되어 있어 사실은 그 어느 누구도 그 침대에 딱 들어맞는 사람은 없었다고 하지요!). 이 무지막지한 침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또 희생되고 있는지요. 이 횡포를 그저 두고 보아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인하대 법과대학의 이경주 교수는 이 책의 서평에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를 대안 없는 사회로 이끄는 최대의 장애물이다. 정치권의 구미에 맞는 사람은 처벌하지 않고 구미에 맞지 않는 사람은 처벌하는,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한국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인 것이다. 이 침대가 없어져야 대한민국에도 사상의 날갯짓이 시작되고 새로운 사회적 대안이 마련될 것이다.”(이경주 외, 《우리시대, 또 다른 시각》, 227쪽)
우리의 양심과 사상 그리고 표현의 자유로운 날갯짓이 가능한, 전망 있는 사회를 그리며 볼테르가 말한 경구로 글을 끝맺으려 합니다.

나는 당신이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100쪽에서 재인용

_책세상 당근쥬스
(*오타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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