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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탄생>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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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탄생>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책세상 2011.11.03 14:41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지은이   장석준
판  형   신국판
면  수   368쪽
가  격   18,000원
출간일   2011년 10월 5일
ISBN    978-89-7013-800-8 04300

신자유주의는 인류의 정해진 운명이었을까? ― 위기 앞에서 ‘탄생’을 돌아보다

2011년 9월 세계 금융의 심장 월가에서 “1%의 탐욕, 99%가 막자”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탐욕스러운 금용 자본에 대한 항의로 촉발된 월가의 시위는 한 달 넘게 계속되면서 전 세계 여러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2008년의 금융 위기와 더불어 월가 점령 시위는 지난 30여 년 동안 군림해온 ‘신자유주의 지구화’ 시대의 몰락을 상징하는 징후로 보인다. 막강했던 시장 근본주의 교리는 치명적 금이 갔고 자본주의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의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한 시대가 저무는 지금, 흔들리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극복할 새로운 질서는 어떻게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진보 진영의 젊은 이론가 장석준의 신간《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는 신자유주의 ‘탄생’의 순간으로 되돌아가 이 물음을 마주한다. 신자유주의가 시작된 그때, 자본 주도의 지구화 세력이 일방적으로 압승을 거둔 것이 아니라 그에 맞선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었음을 밝히고, 그럼에도 왜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는지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추출함으로써 오늘에 필요한 해법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탄생의 역사 ― ‘신자유주의 지구화’ 대 ‘구조 개혁 좌파’의 전투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지구 곳곳에서는 자본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흐름과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 과정은 전후 질서 붕괴 이후의 새로운 질서 수립을 놓고 구조 개혁 좌파와 신자유주의 우파가 벌인 대전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1970∼1973년의 칠레 인민연합 정부의 분투, 1970년대 영국 노동당의 모색과 논쟁, 1981∼1983년의 프랑스 좌파연합정부의 시도와 스웨덴 등지의 흐름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지구화가 이러한 역사의 다른 가능성들을 제압하고 세력을 확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신자유주의 태동기의 윤곽을 제시한다.
칠레 인민연합 정부의 분투 : : 시장 자유주의의 여러 흐름 중 통화주의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던 1970년대, 새로운 질서를 향한 구조 개혁 좌파의 첫 시도는 1970년 칠레에서 시작되었다. 구조 개혁 강령을 내세운 사회당·공산당의 선거 연합(인민연합)이 집권해 구리 광산 국유화 등을 단행하고, 미국 정부와 초국적 자본의 간섭에 맞서 대중의 지지를 넓혀갔다. 그러나 인민연합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왔고, 피노체트의 쿠데타 이후 칠레는 통화주의의 실험장이 되고 말았다. 인플레이션 해결을 명분으로 기존 질서를 자본 소유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한 칠레의 실험 덕에 통화주의가 현실 대안의 위상을 확보한 것이다.
세계 경제 불황과 좌파의 모색 : : 1971년 미국 정부가 금-달러 본위제와 고정환율제를 포기하면서 전후 질서의 버팀목이던 브레턴우즈 체제가 무너졌다. 게다가 1973년 말 국제 석유 가격이 폭등했고, 이것이 1974년 대불황과 겹쳐 세계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뜨렸다. 각국의 불황 대책에도 실업은 줄지 않았으며 자원 가격 상승, 독점 대자본의 가격 인상, 노동조합의 임금 인상 요구, 정부의 통화 팽창 정책이 결합돼 물가가 계속 상승했다. 케인스주의 정책 수단들은 급격히 신뢰를 상실하고, 반면 통화주의 같은 새로운 대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좌파 내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구조 개혁 대안에 대한 관심과 지지로 나타났다. 1973년 영국에서는 공공 부문 확대와 경제 계획을 주 내용으로 하는 ‘대안경제전략(AES)’이 노동조합 운동의 후원을 받으며 노동당 당론으로 채택되었다. 프랑스에서는 1972년 사회당과 공산당이 핵심 제조업 기업 및 금융 기관들의 국유화를 천명한 ‘공동 강령’을 내놓았다.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는 노동조합 총연맹이 임노동자 기금을 통한 사회적 소유 및 노동자 자주 관리 확대를 주창하면서 뜨거운 논쟁이 시작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오랫동안 구조 개혁의 정당임을 자임해온 공산당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영국 노동당의 기회와 좌절 : : 1974년 영국 노동당이 집권 기회를 얻었으나 칠레와 달리 영국에서는 구조 개혁 좌파가 국민 국가의 정치에 권력 거점들을 구축하지 못했고, 1975년 EEC 국민 투표에서 EEC 탈퇴 입장에 섰다가 패배하는 바람에 입지가 더욱 취약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1976년 외환 위기가 닥치자 IMF는 영국에 구제 금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전후 좌파 정부의 가장 중요한 경제 정책 수단이었던 재정 지출 삭감을 요구했다. 정부 내 구조 개혁 좌파와 케인스주의 진영에서는 국민 국가를 진지로 삼아 초국적 자본 진영과 대치할 것을 주장했으나, 노동당 정부는 결국 IMF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IMF와 그 배후의 미국, 서독 은행가 등 새로운 지구 질서를 구축하려는 자본 진영의 승리이자 이를 주도한 화폐 자본의 힘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주도 세력이 확실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카터 정부 말기 연방준비제도 의장 볼커가 초고금리 정책을 추진하면서 통화 가치 안정이 다른 어떤 경제적 고려사항보다 우위에 놓이게 되었다. 레이건 정부와 대처 정부를 비롯한 북반구 국가들도 이 원칙을 따름으로써 화폐 자본의 이해를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하는 새로운 전 지구적 규범이 확립되었다.
프랑스 좌파연합의 개혁과 중단 : : 1981년 등장한 프랑스 좌파연합 정부는 확장 정책과 국유화 정책을 결합한 구조 개혁안을 추진했으며, 국민 국가의 정치에 칠레 인민연합보다 훨씬 더 강력한 진지들을 구축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외환 시장이 문제였다. 미국과 IMF 대신 전면에 나선 서독 정부와 EMS는 프랑스 정부가 프랑화 가치 조정을 요구할 때마다 미국과 서독의 디스인플레이션 기조를 따를 것을 요구했다. 화폐 자본의 이해를 우선적인 전략적 목표로 삼은 싸움에서, 프랑스 정부는 EMS 탈퇴와 강력한 자본 및 수입 통제를 선택하는 대신 서독의 정책 전환 요구를 받아들였다. 단기 수요 확대 정책은 폐기되고, 구조 개혁 시도는 중단되었다.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승리 : : 프랑스 좌파가 항복을 선언하던 1983년 스웨덴에서는 임노동자 기금 논쟁이 노동 진영의 완패로 끝났고 영국에서는 노동당이 총선에서 대패했다. 남반구에서는 볼커의 초고금리 정책 때문에 외채 위기에 빠진 여러 나라들이 IMF 구제 금융의 대가로 시장 자유주의 정책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뒤에 현실 사회주의권이 무너지고 중국이 자본주의권에 완전히 편입되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 지구화가 승리의 기세를 굳히며 완성되어가는 과정이었다. 국민-대중 경제 건설의 주된 수단이었던 케인스주의 정책의 한계,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 국제 석유 가격 인상, 전후 체제의 성공이 낳은 초국적 자본의 성장과 조직 노동의 저항 같은 1970년대 지구 질서의 변화를 배경으로 신자유주의 지구화는 구조 개혁 좌파의 저항을 뒤로 하고 인간과 세계 위에 군림하는 현실로 자리 잡았다.

구조 개혁의 비전, ‘생활 세계 -국민 국가 -지구 질서’를 횡단하는 새로운 정치 운동

2008년의 금융 위기는, 신자유주의 지구 질서가 완전히 붕괴한 것은 아니지만 그 전성기가 이미 끝났음을 공표했다. 1970년대와 마찬가지로 세계사의 또 다른 전환기를 마주한 지금, 우리 시대의 정치 운동은 어떤 전망을 마련해야 할까? 이 책은 전후 사회민주주의의 복원 대신 탈자본주의 구조 개혁의 비전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새로운 지구 질서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 국가를 복원·확대하거나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신자유주의 지구 질서를 철저히 해체해야만 새로운 질서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해체 작업은 기존 자본주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구조 개혁이다.
구조 개혁 좌파는 신자유주의의 전 지구적 시장 위계 체계에 가장 능동적으로 맞서 현상 유지가 아니라 현상 타파를 주창함으로써 좌파 정치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려 했다. 이들은 국민 국가의 정치에 권력 거점들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 정책 수단들을 창출하려 했다. 공공 부문을 확대하고 경제 계획을 발전시키려 했으며,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권한을 강화하고 노동조합 운동의 역량을 성장시키려 했다. 이렇게 스스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 했으며, 새로운 질서의 출발점은 곧 계급 세력 관계의 역전이었다.
물론 앞에서 보았듯이, 1970~1980년대에 구조 개혁 좌파는 자신들이 만든 기회를 성공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신자유주의 지구화에 길을 내주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반복이 아니라 과거의 오류를 직시하고 당시에 보여주었던 가능성을 제대로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좌파 정치의 역사가 놓쳤던 정치의 또 다른 층위들을 환기해야 하는데, 저자에 따르면 이는 곧 “국민 국가의 정치를 생활 세계의 정치 및 지구 질서의 정치와 (재)접속하는” 것이다.

생활 세계를 바꾸는 정치 ― ‘사회’를 재구성하자
좌파 정치 운동은 생활 세계의 정치에서 출발하지만, 국민 국가의 정치에 본격 참여하면 생활 세계의 실천은 부차적인 것이 되고 만다. 2차 세계대전 후의 국민-대중 경제에서 거대 노동조합들이 등장해 제도화된 단체 교섭에 참여한 후 노동자들의 관심이 임금 교섭에 집중되면서, 과거의 노동 계급 공동체들은 사라지고 ‘미국식’ 대중 사회가 들어섰다. 영국 노동조합 운동이 AES 좌파와 연대해 산업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데 게을렀던 것도, 국유화 이후 칠레의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인민연합 정부와 대립한 것도 생활 세계 속의 권력 관계를 변화시키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던 구조 개혁 좌파의 한계를 보여준다. 대중 운동을 개혁하고 활성화하는 일부터 했어야 했다는 당시의 한계는 곧 오늘의 과제이다. 지금 노동 대중의 생활 세계는 더 파편화되고 대중 운동은 침체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급진적 구조개혁론자들이 이야기하듯, 탈자본주의 구조 개혁의 궁극 목표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민중 ‘자치’를 실현하는 데 있으며, 생활 세계 수준에서 이러한 능력들이 성숙해야만 국민 국가 수준에서 더 확대된 민중 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 이 책은 대중 운동의 재구성이 필요하며, 그 방향은 노동조합, 협동조합, 문화 서클 등이 서로 결합된 노동 계급 공동체들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시장’과 ‘국가’보다 우위에 서는 ‘사회’를 새로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늘날 이 ‘사회’는 자본-임노동 관계나 국가 관료 기구의 거대 체계로부터 자율성부터 되찾아야 한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 자체를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구 질서를 바꾸는 정치 ― 라틴 아메리카가 길을 열다
구조 개혁 좌파는 일국 차원을 넘어서는 지구 질서 차원의 정치를 실현하지 못했다.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가 혼돈의 출발점이며 초국적 자본과 대결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국민 국가 내부의 변혁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구 질서의 변화를 주창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진보적 사회 변화를 추진하는 나라가 없는 상태에서 자본 진영의 전 지구적 정치만이 작동했다. 유럽 좌파 정부들은 신자유주의 지구 질서에 누가 더 잘 적응하는지 경쟁할 뿐이었다.
국민 국가의 틀을 넘어선 좌파 정치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 것은 라틴 아메리카의 좌파 정치 운동이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부와 브라질 노동자당의 룰라 정부는 2000년대 라틴 아메리카의 ‘좌파 붐’, 즉 우루과이·볼리비아·에콰도르·파라과이·엘살바도르 등에서 좌파 정권이 등장하는 유례없는 상황을 맞아 공동 이니셔티브로 지역(대륙) 차원의 좌파 정치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라틴 아메리카 각국의 경제 사회 통합에 박차를 가해 2008년 남아메리카 국가연합(UNASUR)을 창설했다. 라틴 아메리카 좌파 정부들은 현실 정치로 구현된 국제 연대를 갖추었으며, 이러한 좌파 주도의 지역 연합은 지구 질서 수준에서 북반구-남반구의 세력 관계를 바꿀 진지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라틴 아메리카 좌파 정부들의 노력은 아직 현재 진행형의 실험 단계일 뿐이다. 그러나 이 실험이 ‘일국 차원을 넘어서는 지구 질서 수준의 정치 무대를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는 미래 탈자본주의 구조 개혁 노선의 과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구조 개혁 좌파는 라틴 아메리카의 실험을 다른 지역에서도, 그리고 지역의 틀을 넘어서는 차원에서도 끊임없이 시도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국민 국가의 정치를 폐기하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국민 국가의 정치와 지구 질서의 정치는 변증법적 관계에 있다. 지구 질서 수준의 새로운 정치 무대를 구축하는 것은 오직 국민 국가들의 공동 이니셔티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역으로 좌파들이 이 새로운 초국적 무대에 진지들을 구축하게 되면 이것은 국민 국가 내의 세력 관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즉, 전 지구적인 구조 개혁이 시작되었는지 여부가 국민 국가 내 구조 개혁의 승리를 상당 부분 결정할 것이다. 국민 국가의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도 다시 한번 ‘지구 질서의 정치’가 실체를 갖춰야 하는 것이다.     

■  지은이 장석준
연세대 사회학과에서 정치사회학을 전공했으며,〈최근의 사회화 정책 논의와 한국 사회에서의 그 적실성〉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절에 안토니오 그람시를 평생의 사표로 삼고 줄곧 진보정당 운동에 참여해왔다. 주로 진보정당의 정책 및 교육 부서에서 활동했으며, 진보신당 부설 상상연구소 연구 기획실장을 역임했다. 21세기의 대안은 결국 민주적이고 생태적인 사회주의에 있다고 믿으며 지구 자본주의 질서의 균열과 격동의 조짐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와 관련된 여러 주제들 중에서도 특히 자본주의 국가-시민 사회와 변혁 정치, 세계 좌파 정당들의 역사, 탈자본주의 대안 사회 등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왔다. (재)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자문위원으로서, 지구 자본주의의 변동 속에서 이들 주제를 보다 넓고 깊게 탐구해가는 게 꿈이다. 지은 책으로《혁명을 꿈꾼 시대 ― 육성으로 듣는 열정의 20세기》,《리얼 진보》(공저),《사회 국가, 한국 사회 재설계도》(공저),《레즈를 위하여 ― 새롭게 읽는 공산당 선언》(공저),《세계를 바꾸는 파업》(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 이전》(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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