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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고? 꿈 깨!

책세상 2012. 7. 3. 12:04


‘꿈은 이루어진다’고들 한다.
그러나 대부분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흥미롭게도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은 끊임없이 유포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너나 할 것 없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로 받아들인다.
사람들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반신반의하다가도 정작 실패하면, 꿈은 이루어지게 돼 있는데 무산된 것은 전적으로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며 자책에 빠지기 일쑤이다. 혹은 이번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간절히 원하고 추구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루어지고 말리라는 이른바 희망고문을 자청한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은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이 될 수 있다.

꿈이라는 말의 의미가 맥락과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라는 말은 꿈을 꾸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꿈꾸는 삶,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의 의미가 한 가지 의미로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데리다는 말의 의미가 한 가지로 고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지연되고 흩어지기 때문에, 어떤 말의 의미를 그에 상응해서 이해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말소하에 두기under deletion’ 전략이다.
말소deletion한 게 아니라, 말소하에 두기를 했던 것이다.
최준호라는 이름을 지워버리는 게 아니라, 이름에 X표를 하고는 그대로 두었다. 그것이 바로 ‘말소하에 두기’이다. 즉 최준호라는 존재의 유래가 흔적으로 남음과 동시에 더 이상 과거의 상태에 있지 않고 새로운 상태로 옮겨갔다는 사실이 적절하게 확인된다.
데리다는 ‘말소하에 두기’에 입각해서 어떤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할 경우, 그 의미가 지금 어떤 것이라는 사실과 계속해서 그런 의미로 머물지 않고 다른 의미로 바뀌어가게 된다는 사실이 잘 드러날 수 있다고 보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젊은 세대의 꿈이 강조되지 않은 적은 없다. 젊은이들의 꿈과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불굴의 도전정신은 어느 사회에서든 늘 강조되어왔다.
문제는 ‘젊은 세대의 꿈’과 ‘그 꿈의 실현을 위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과도하게 미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그것이 미래 세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만병통치약인 양 부풀려지고 있다. 누구든 자신의 꿈을 아름답게 설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노력하기만 하면 성취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현재의 불행이 꿈을 제대로 디자인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처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는 태도 때문인 것처럼…….
젊은 세대에게 미래의 삶에 대한 꿈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현재 삶의 조건이 척박하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꿈을 아름답게 디자인하라고 귀가 따갑도록 말하는 이유는 그만큼 현실의 삶이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한 현실에 절망하고 분노하라는 말인가? 그런 얘기가 아니다. 꿈을 포기하고 살지 않기 위해서라도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의 의미가 맥락에 따라서 달라도 너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부터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할 때의 꿈은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성공한 사람들의 꿈에 국한된 꿈이다.
이에 반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꿈이란 ‘실현되지 않은 혹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상’을 의미한다.

누군가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말하거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라고 말하거든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어보자. 그가 답하거든 그것을 말소하에 두고 이해해보자.

크리스티안 롤프스, <익살꾼의 대화>, 1912
_모든 언어는 그 의미가 확정적이지 않으며 언제나 오해의 가능성을 수반한다. 어쩌면 소통은 이러한 오해의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지 모른다.


:: 책 읽어주는 녀자 曰 
"꿈 깨! 그건 네 꿈이고!" 이제 '꿈은 이루어진다'는 꿈 혹은 집단 최면의 주술에서 깨어나야 하지 않을까? ^^

이 글은 《마이너리거를 위한 철학 여행ㅡ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8가지 질문》(최준호 지음)의 <7장 말에 현혹되지 않는 소통의 삶을 원하는가 :: 데리다의 차연> 부분을 임의 발췌해 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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