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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리스의 시간을 걷다 오다-북트레일러&인터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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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리스의 시간을 걷다 오다-북트레일러&인터뷰

책세상 2012.07.26 14:18
'그리스의 시간을 걷다' 북트레일러 & 저자 인터뷰

안녕하세요. 책세상 쥬입니다.
새 책 <그리스의 시간을 걷다ㅡ이야기의 땅, 터키 이스탄불에서 델피의 신탁까지>가 나왔어요~ 두근두근!
소식 듣자마자 달려오신 저자 선생님과 급 인터뷰!를 해보았습니다. 하하.
다큐멘터리 PD답게 직접 만들어주신 멋진 북트레일러까지 함께 보내드려요~^^*



        터키․그리스 여행을 시작하신 동기는 무엇인가요?
김덕영  2009년에 유럽의 주요 도시들을 기차로만 여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장시간의 기차 여행에서 유럽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소위 '유러피언 드림'이라는 것의 실체를 느낄 수 있었지요. 하지만 그것은 살기 위해서 남보다 몇 배는 더 땀 흘리고 일해야 하는 우리네 삶과는 많이 달랐죠. 그들에게 느껴지는 삶의 여유가 결코 돈이 많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한마디로 마인드의 차이였어요. 실제로 그들의 가정을 방문해보면서 대부분 매우 검소하고 합리적으로 생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생각의 차이' 하나가 이렇게 삶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때 마음속으로 결심했어요. 생각의 차이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이유를 한번 찾아보겠다고요. 결국,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유럽의 합리성과 민주주의가 시작된 곳, 고대 그리스로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세 개의 그리스 여행 루트가 인상적입니다. 루트는 어떻게 짜셨나요?
김덕영  처음에 나는 이것을 '그리스 신화 루트'라고 이름 붙였어요.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시작해서, 서부 해안에 산재해 있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들을 방문하고, 에게 해의 그리스 섬들을 거쳐서, 그리스 본토로 들어가는 여정이었죠.

이런 루트를 짜는 데 가장 큰 자극이 되었던 것은 터키 땅 안에 존재하는 서른 곳도 넘는 고대 그리스의 유적지들이었습니다. 우연히 사진으로 그 현장들을 봤는데, 숨이 막힐 정도였어요. 이슬람의 땅이자, 아시아에 속하는 그곳에 그리스 아테네와 유사한 고대 도시들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사실은 기존에 갖고 있던 고대 그리스 신화와 문화에 대한 생각들을 송두리째 흔들었습니다. 아놀드 토인비가 말했듯이, '도전과 응전'의 역사가 존재했던 것이죠. 심지어 마틴 버넬 같은 학자는 《블랙 아테나》라는 저서를 통해서 고대 그리스 문명이 아프리카의 유산을 이어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시각에서 보면 매우 도전적인 이야기들이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동안 내가 받아온 역사 교육 역시 바로 유럽중심주의적인 시각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걸 한번 나 스스로 극복해봐야겠다고 시작한 것이 이번 그리스 여행의 루트가 된 것입니다.

터키 셀추크의 켈수스 도서관, 베르가마의 아크로폴리스, 디디마에서의 메두사 조각상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달간의 여행인데요. 책을 보면 한 달 동안 수천 년의 시간을 탐사하는 저자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비결이 뭘까요? 여행 전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김덕영  고대 그리스 신화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리스 신화에 관한 책들은 말 그대로 신화 속 이야기에 국한된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냥 허구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재미를 느끼는 데 만족하고 있는 셈이죠. 저의 경우에는 트로이 발굴에 성공한 슐리만의 전기를 읽은 것이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는 상상에 머물던 그리스 신화를 현실로 끌어올린 사람입니다. 신화가 역사가 되는 순간이었죠. 슐리만이 품었던 호기심을 그대로 이번 루트에 제 나름대로 적용시켜봤습니다. 모든 에피소드와 이야기들이 실제로 존재했을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지도의 도시 이름들에 점을 찍고, 여행 전부터 그 도시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수집했습니다.

그리스 신화 탐사 루트

         전 개인적으로 책의 성지 베르가마와 꽃보다 아름다운 섬 미코노스가 기억에 남는데요. 선생님께서 여행지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어디인가요?
김덕영  저 역시 베르가마와 미코노스가 인상적이었요. 베르가마는 실제로 모습이나 규모 면에서 그리스 본토의 아테네와 너무나 흡사합니다. 가파른 절벽 위에 아고라를 만들고, 아폴론과 아테네 신전을 지은 것이 마치 한 사람이 도시를 설계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미코노스는 사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에게 해의 그리스 섬인데요.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죠. 특히 미코노스의 작은 골목길들은 너무 예쁘고 아기자기해서 마음까지 순수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강렬한 인상은 그리스의 델피였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미래의 운명을 점치고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 바로 그 델피의 신탁입니다. 책에도 썼지만, 그리스의 고대 유적지들은 오후 3시면 문을 닫아요. 델피에 도착한 것이 오후 2시였으니까, 한 시간 안에 델피의 유적지들을 다 둘러봐야 했죠. 뙤약볕 아래에서 가파른 파르나소스 산 중턱을 깎아서 만든 델피의 유적지들을 뛰어 올라갔어요. 어찌나 힘들었는지, 나중에는 현기증이 날 정도였죠. 그런데 정말 어떤 영험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갑자기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빗방울이 떨어지다가 다시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나오고……수천 년을 버텨온 거대한 돌기둥들 사이에서 그냥 한참 동안 앉아 있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능력을 지닌 존재라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죠. 상상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나를 되돌아보며 마음이 차오르는 신비로운 경험을 그곳에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신화와 전설과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크레타의 크노소스 미궁 라비린토스와 관련된 미노타우로스 신화, 아테네의 도시 이름에 얽힌 아테나와 포세이돈 신화, 프시케와 에로스 신화가 생각나네요. 고대 그리스 유적지와 관련해서 신화가 역사가 되고 역사가 전설이 된 이야기 하나만 들려주세요.
김덕영  크레타는 사실 비운의 섬이에요. 그리스 섬들 가운데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에게 해와 지중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요충지에 해당하죠. 당연히 이런 곳에는 전쟁이 자주 일어납니다. 크레타에 반골 기질을 타고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역사의 귀결입니다. 이런 크레타에 그리스 신화에서 에피소드가 가장 다양하게 뻗어 나가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바로 크노소스 미궁에 얽힌 이야기죠. 소의 머리를 한 괴물 인간, 미노타우로스가 갇혀 있던 곳, 그곳에서 괴물과 맞서 싸우고 그리스를 지킨 젊은 테세우스 왕자, 그를 사랑했던 공주 아리아드네가 건네준 실타래, 미궁을 만든 다이달로스, 그리고 하늘을 날다 추락한 이카루스까지 정말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이 한 공간에서 벌어집니다. 크레타의 크노소스 유적지를 처음 도착했을 때, 미궁처럼 좁고 어지럽게 이어져 있는 건물 유적지를 보면서, 정말 이 모든 신화 속 이야기 실재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신화 속 이야기가 먼저인지, 아니면 역사가 먼저인지 그런 걸 따지는 것은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논쟁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미처 쓰지 못한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김덕영  터키에서 이스탄불 다음으로 유명한 도시는 이즈미르입니다. 교통과 산업의 요지이지요. 그곳에서 만난 돌무슈 운전사들의 이야기가 사실 재밌었습니다. 오직 버스 한 대로 대를 이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사람들의 애환과 사연이 휴먼 다큐멘터리로는 그만이었죠. 하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은 신화의 흔적들을 찾는 시간 여행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제대로 취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사람들 이야기를 취재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멋진 선생님과 아름다운 책 +ㅅ+

         누구나 동경하는 여행지지만, 또 막연하게 여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하게 되는 여행지기도 한데요. 터키․그리스를 여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김덕영  터키와 그리스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게다가 은근히 서로 앙숙인 관계에 있죠. 가급적이면 터키에서 그리스 얘기를, 그리스에서 터키 얘기를 안 하는 게 상책입니다. 괜히 그것 때문에 미운털이 박히면 객지에서 곤란한 지경에 처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터키에서는 너무 친절한 사람들을 조심하세요. '형제의 나라'답게 터키 사람들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정말 친절하게 잘 대해 줍니다. 재밌기도 하죠. 그런데 열 명 중의 한 명 정도 좀 나쁜 목적을 갖고 다가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걸 구분하기란 쉽지 않은데요. 그래서 지나치게 친절히 뭔가를 해주는 사람은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어디를 같이 가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바가지를 씌울 목적으로 접근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것을 제외하면, 터키나 그리스 어느 곳이고 안전하고 즐겁게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독자들이 이렇게 읽어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있다면?
김덕영  역사학의 아버지 헤로도토스는 보드룸이라는 항구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곳에서 바다를 보며 꿈을 키웠어요. 그 당시에는 보드룸 항구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세계 곳곳의 수많은 사람들이 교류했었죠. 헤로도토스는 그들을 보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어떤 사람들이 있고, 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기록으로 남겼죠. 헤로도토스의 <역사>라는 책은 그렇게 쓰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이 아니면 기록에 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로 합리적이고 실증적인 유럽의 지적인 토대가 마련된 것이죠. 당시에는 교통수단도 변변치 않았을 테니 분명 두 발로 그 멀고 먼 곳들을 돌아다녔을 거예요. 사실 그건 목숨을 거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여행의 어원이 travail(고된 노동)에서 시작된 것도 아마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나는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이 여행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신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행, 뭔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새로운 가치를 찾아보려는 노력, 이런 것들을 이번 책을 통해 독자들과 나눌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보드룸 항구의 헤로도토스 흉상

         여담이지만, 원고 넘기신 후에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오셨는데요. 그 이야기도 잠시 들려주세요. 또 다른 여행 계획이 있으신가요?
김덕영  일본을 다녀온 것은 한 괴물 작가의 삶을 추적해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평생 750권이 넘는 책을 쓴 일본 추리 소설계의 대부, 마쓰모토 세이초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생각해 보면 보통 사람이 평생 읽기 어려운 책을 그는 썼던 사람인데요. 단지 권수만 늘리기 위해 대충대충 글을 쓴 사람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저는 일본 출장 전에 <점과 선>이란 책을 비롯해서 몇 권의 소설을 읽었는데요. 정말 치밀한 구성과 현실감 있는 묘사가 너무 재밌었습니다. 게다가 어떻게 한 인간이 그토록 많은 책을 쓸 수 있었는지,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서 호기심도 있었구요. 기타큐슈 지역을 중심으로 취재를 했는데요. 특히 세이초의 고향이자, 현재 세이초 박물관이 세워져 있는 고쿠라는 매우 흥미로운 도시였습니다. 그곳에서 1950, 60년대 세이초가 살았던 삶의 흔적들을 찾아보는 여행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음 여행은 9월에 잡혀 있는데요. 목적지는 로키 산맥입니다. 한 10년 전에 아주 우연한 기회에 저는 비행기를 타고 눈 덮인 로키 산맥을 넘어가 본 경험이 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서부를 마치 등뼈처럼 지탱하고 있는 거대한 로키 산맥을 넘어가면서 그 웅장함에 감탄했는데요. 사실 그보다는 산맥을 넘고 나서부터가 더 장관이었습니다. 로키 산맥 너머에 사막이 펼쳐져 있었어요. 그 당시 나는 LA에서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그러니까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었지만, 미국의 역사에서 보면, 초기 개척민들은 동부에서 서부로 향했습니다. 거친 대륙을 마차 하나에 의지해서 가족들과 함께 횡단했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마주해야 했던 난관이 바로 로키 산맥이었죠. 어디로 가든 길게 대륙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결국 로키를 넘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때 비행기 안에서 언젠가 이 산맥을 두 발로 한번 넘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9월에는 로키 산맥 어딘가를 걷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김덕영  저는 책이라는 물성(物性)을 좋아합니다. 손에 잡히는 빳빳한 종이의 질감에서부터 글을 읽을 때의 시각적인 즐거움, 사진을 보는 재미, 책장이 한 장 한 장 넘겨지는 청각적 리듬, 그리고 종이와 잉크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까지……이번 책은 객관적으로 보아도, 그런 좋은 물성들을 많이 가진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 책의 물성이 과연 오래도록 지속되려면, 결국에는 책을 만드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나 편집자, 그리고 독자에 이르기까지 정신적으로 교감하고 즐거움과 행복을 나눌 기회가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많은 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면, 저자로서는 이보다 더 큰 영광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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