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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후기를 가장한 아주 사적인 여행 후기, 지중해를 걷다 본문

책세상 이야기/편집자 분투기

편집 후기를 가장한 아주 사적인 여행 후기, 지중해를 걷다

책세상 2012.08.07 12:54
지중해가 부럽지 않은 이 여름, 한 권의 책으로 떠나는 여행

그리스의 시간을 걷다

―이야기의 땅, 터키 이스탄불에서 델피의 신탁까지


김덕영 지음


누구나 동경하는 여행지지만, 막상 떠나기는 어렵고, 떠나더라도 여행의 묘미를 모다 느끼기엔 2프로(20프로?) 부족한 터키·그리스로의 여행. 그 2프로를(200프로!) 채워줄 다큐멘터리 PD의 다른 터키·그리스 탐문 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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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시간을 걷다》 편집을 시작하던 때, 페이스북에서 누군가 터키와 그리스 여행서 사진을 올려놓은 것을 보았다. 거기엔 이런 경고(?)가 선명했다. ‘사실 이 책들을 들고 다니면 재미없다. 이 책들 추천대로 다니다 보면 순 한국인들만 만나게 되기 때문이지.’ 댓글로 ‘곧 다른 터키․그리스 여행기가 나올 거예요’라고 공언해버린 후, 줄곧 그분을 생각하며 책을 만들었다.

이름 그대로 지중해의 '파라다이스' 베이

언젠가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몰타에 체류한 적이 있다. 몰타는 지중해 한가운데 있는 섬으로 유럽의 온갖 열강들이 서로 차지하려 격전을 벌인 곳이다. 그리스의 로도스 섬에서 십자군 성 요한 기사단이 오스만 튀르크에 패배한 뒤 이주했던 곳이기도 하다.

성 요한 기사단이 삶의 터전을 마련한 곳, 승리의 '빅토리'오사

파란 하늘과 바다도 물론 아름다웠지만 그보다 나를 더욱 매료시키고 그 작은 섬에 오래 머물도록 한 건 수천 년의 다양한 문명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섬의 독특한 풍광과 자유롭고 쾌활하며 누구와도 친구가 되는 그곳 사람들이었다. 섬 곳곳의 역사적 현장에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없이 처절했지만 그 이야기에 빠져드는 시간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폭탄을 맞고도 파괴되지 않았다는 몰타의 가장 큰 성당 모스타 돔, 사암으로 된 오래된 건물들과 그 사이사이 미로같이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로 가득한 중세의 도시 엠디나와 빅토리오사, 수도 발레타의 아름다운 구시가지, 인류가 세운 최초의 신전이라는 타르쉬엔, 사막 같은 곳에 남겨져 있던 선사시대의 유적들……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어느새 그곳 주민이 말을 붙여와 함께 걷곤 했다.

 
현 수도 발레타의 시가지 모습(좌)과 3,000년 전 몰타의 수도, 중세 도시 엠디나의 세인트 폴(성 바울) 대성당(우)
전쟁과 고난의 역사로 가득한 비극의 현장.. 그럼에도 아름다운 엠디나의 거리. 5년 전 하늘보리 CF를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 현빈이 이 거리 어디쯤을 달렸더랬다. (오른쪽 사진의 아랫부분은 카타콤 입구)
T.G.I 금요일도 여기선 중세의 모습 :)
실물로도 볼 수 있었던v 몰타에선 말과 차가 함께 다닌다.
《그리스의 시간을 걷다》에서 터키의 미니버스 돌무슈가 나온다면 몰타에는 몰타의 명물 옐로버스가 있다(2011년 이후 영국 버스 조합과 손을 잡아 지금은 옐로버스가 거의 사라지고 일반 대형버스가 많아졌다고 한다..)
세인트 줄리앙(성 율리우스)에서 만난 몰티즈 할아버지. 세인트 줄리앙의 화려한 풍경 뒤에 가려진 유적지들을 안내해주었다. (참고로, 보통 우리가 '말티즈'라고 하는 개의 품종인 몰티즈의 탄생지가 몰타라는 사실. 몰타 사람들과 똑 닮았다!)
고대의 유적지를 향해 가는 길- 사막 같던 그곳이 꿈엔들 잊힐리야 그 뜨거움이.

《그리스의 시간을 걷다》는 장소는 다르지만, 그때 그 여행의 기억을 고스란히 되살려주었다.
이 책에는 터키․그리스 여행서에서 볼 수 있는 파랗고 새하얀 건물들, 하늘과 바다를 찍은 사진보다 묵직한 돌덩이 사진이 더 많다. 그 돌무더기들이 수천 년 품어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중해의 낭만 그 이상의 묘만渺漫한 시간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 서평을 가장한 이 여행 후기와는 절대 다름..!)

다큐멘터리 PD인 이 책의 저자는 유럽 문명, 나아가 지금 우리를 지배하는 서구 문화의 뿌리를 파고들기 위해 ‘고대 그리스로의 시간 여행’을 감행했다. 지도를 펼쳐 터키와 그리스의 도시들을 이어 선을 만들고 그 루트를 따라 여행하면서 신화가 역사가 되고 역사가 신화가 되는 이야기의 땅을, 다양한 문명과 문화가 공존하는 세계를 만났다.

그리고 묻는다. 누구나 한번은 꿈꾸는 매력적인 여행지 터키․그리스, 왜 그곳을 꿈꾸느냐고.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여행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이 한 권의 책도 더없이 여행다운 진짜 여행일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는 여행, 감상적이기보다 감동적인 여행, 배움의 시공간으로서의 여행 말이다.

다른 터키․그리스 여행기를 만나보고 싶다던 그분께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_편집부 쥬

*이 글은 출판 격주간지《기획회의》325호(2012. 8. 5)에 실린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


2 Comments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anotherthinking.tistory.com BlogIcon 열심히 달리기 2012.10.11 14:33 완전 가보고 싶은 몰타를 소개하주셨네요.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 삼부작 읽고, 갔던 여행이후로 지중해 그립습니다. 물론 몇 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쪽 동네 놀려가는 것이 그리 좋을 것 같지는 않지만. . .
    여유가 생기면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자 새로이 도전해보고 싶은 곳입니다.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bkworlds.tistory.com BlogIcon 책세상 2012.10.11 16:02 신고 저도 그리스는 아직 못 가봤는데 언젠가 꼭 가보고 싶어요.
    가면 열심히 달리기 님을 뵐 수 있으려나요? 여유 만들어서 꼭 갑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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