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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의 시대 정세를 논하다

책세상 2012. 9. 19. 18:02

오늘(9월 19일) 안철수 대선출마로 여론이 뜨거운데요.
이런저런 말을 보태기보다는 마침 점심시간에 탐독한 책의 한 구절이 지금의 사정과 꼭 알맞은 듯하여 이곳에 남겨봅니다.

주인  ……선을 행하려는 자는 두려워하고 악을 행하려는 자가 서로 권면하게 되었소. 어떤 선비가 남보다 뛰어나 조금이라도 두각을 나타내고 공정한 논의를 전개하면 부형의 책망을 받거나 지역에서 외면당하게 되었소. 그 때문에 오직 모호한 태도로 부귀르 탐내는 자들만 좋은 음식과 편한 자리를 누리는 관직에 있게 되었지요. 그런데도 조정의 대소 신료들은, 나라를 걱정하고 군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벌벌 떨면서……감히 올바른 기풍 조성의 필요성에 대해 한마디도 못하고 있소. 그저 여우처럼 의심하고 쥐처럼 눈치 보면서 오히려 기존의 세속적 풍토를 조장하고 있을 뿐이지요. 이것이 치도를 행하기에 나쁜 두 번째 조건이라오.
손님  치도를 펼치기에 나쁜 조건이 이미 이와 같다면 삼대의 정치를 회복하고자 해도 때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께서 삼대의 정치를 회복할 수 있다고 하신 까닭은 무엇입니까?
주인  치세와 난세는 사람에게 달린 것이지 때와는 관계가 없소……분연히 일어나 옛 도를 회복하고자 하신다면 가라앉았던 인심이 일어나고 꺾였던 사기도 회복될 것이니 어찌 때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소.
ㅡ이이, <동호문답>, 제6장 '금일의 시대 정세를 논하다', 52~53쪽

율곡 이이의 <동호문답東湖問答>은 율곡이 선조 2년(1569), 그의 나이 34세 때 지은 것으로, '주인'과 '손님'의 대화로 쓰였으며, 당시 조선으로 치면 왕위에 오른 지 만 2년밖에 안 된 '새 군주' 선조에게 보낸 글이라고 합니다. 역자이신 안외순 선생님은 '선조에게 올리는 청년 이이의 수기치인의 정치개혁 보고서'라고 칭하셨지요.

발췌한 부분은 제6장 '금일의 시대 정세를 논하다'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1569년에 쓰인 '금일의 시대 정세를 논하다'가 2012년 '금일의 시대 정세'에도 꼭 들어맞으니 성현의 말씀은 역시 시대를 초월하는 것인가 놀랍기도 하고 어쩐지 서글프기도 하네요..

하지만 헛된 혹은 삿된 희망이라도 가져봅니다.
"분연히 일어나 옛 도를 회복하고자 하신다면 가라앉았던 인심이 일어나고 꺾였던 사기도 회복될 것이니 어찌 때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소."

_편집부 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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