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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탄생’ 저자 장석준, 일곡 유인호 학술상 수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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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탄생’ 저자 장석준, 일곡 유인호 학술상 수상

책세상 2012.10.24 08:45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이제는 몰락하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설 때


2012년 10월 19일 ‘제5회 일곡 유인호 학술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이번 수상작은 책세상 GPE총서 두 번째 책인 <신자유주의의 탄생―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입니다. 저자인 장석준 선생님께 축하의 말씀 전하며, 이 기쁨과 의미를 나누고자 합니다 :)


일곡 유인호 학술상은, 맑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의 방법론으로 ‘학문과 삶’, ‘이론과 실천’의 통일을 이루어낸 일곡 유인호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일곡기념사업회’가 제정한 학술상으로, 매년 한 분의 책을 선정해서 수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상식은 ‘맑스코뮤날레’ 공동 주최로 진행되었습니다.

[ 선정 이유 ]
한 시대가 저무는 지금, 흔들리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극복할 새로운 질서는 어떻게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장석준의 <신자유주의의 탄생ㅡ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는 신자유주의 ‘탄생’의 순간으로 되돌아가 이 물음을 마주한다. 신자유주의가 시작된 그때, 자본 주도의 지구화 세력이 일방적으로 압승을 거둔 것이 아니라 그에 맞선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었음을 밝히고, 그럼에도 왜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는지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추출함으로써 오늘에 필요한 해법을 모색한다. 이것은 신자유주의가 쇠퇴기에 접어든 현 정세에서 진보 학계가 나서야 할 연구 작업의 출발점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 수상 소감 ]
먼저, 저의 부족한 책에 일곡 유인호 선생의 드높은 학문 정신이 아로새겨져 있는 이 영광스러운 상을 추천해주시고 수여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책의 집필이 시작되고 완성될 수 있도록 풍부한 지적 자극과 도움을 주신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의 선배, 동료들께도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합니다. 또한 제가 항상 실천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붙잡아주는 진보운동의 여러 동지들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 보잘것없는 책 <신자유주의의 탄생>의 부제는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입니다. 어찌 보면 이 부제가 책의 주제를 제목보다 더 잘 드러내준다고 하겠습니다.
이 책의 목표는 한마디로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에 걸쳐 신자유주의가 처음 등장하여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을 ‘지구정치경제’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데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신자유주의를 주로 좁은 의미의 경제학적 시각에서 다루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와 그 지구화 과정은 경제적 현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생활 세계/국민국가/지구 질서’라는 정치의 세 층위가 서로 엇물려 들어가면서 전개된 거대한 정치 변동이었습니다. 이 책은 1970년대 칠레, 영국, 프랑스의 신자유주의적 정책 전환 과정을 주요 사례로 삼아 이러한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정치’사적 측면에 주목합니다.
또한 이 책은 칠레, 영국, 프랑스 등의 사례를 개별 국민국가의 틀 안에서만 다루지 않고 지구 질서 전반의 변동이라는 맥락 안에서 고찰합니다. 그래서 1970년대의 정책 전환이 단순히 국민국가 ‘안’에서의 변화일 뿐만 아니라 지구 질서 안에서 국민국가 ‘자체’의 위상 및 작동 방식이 변화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현재 신자유주의는 지난 1970년대의 태동기만큼이나 커다란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미 신자유주의로부터 케인스주의로의 정책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관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 신자유주의의 초기 확산 과정에 대한 이 책의 분석은 일정한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저는 우리 시대의 정책 전환 과정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데에서도 정치와 경제를 통일시켜 바라보는 시각, 국민국가의 변화를 지구 질서의 전반적인 맥락 안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이 책은 모두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이 책을 꿰뚫는 다음의 질문을 던집니다. “신자유주의 지구화는 과연 필연적인 현상이었는가? 주요한 정치적 결정들이 실제와는 다른 식으로 전개되었다면 신자유주의는 충분히 저지될 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 즉, 신자유주의 지구화는 저지 가능했던 것 아닌가?” 이것은 신자유주의 지구화 과정이 ‘정치’적 과정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물음입니다. 이 물음에 답하자면, 신자유주의적 정책 전환을 저지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던 정치 세력의 현실 대응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정치 세력으로서, 선진 자본주의 국가 내에서 활동하던 좌파 대중정당들(영국 노동당, 프랑스 사회당 등)에 주목합니다.
2장에서는 위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일정한 역사적 개괄을 시도합니다. 우선 19세기 이후 세계 자본주의 전개 과정에서 ‘생활 세계/국민국가/지구 질서’라는 정치의 세 층위가 등장하고 이들이 서로 어떻게 관계 맺어왔는지 살펴봅니다. 이를 통해, 대공황과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서구의 주류 좌파 정치세력들이 국민국가 수준의 정치에 적응 혹은 ‘과잉’ 적응하게 되었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1970년대의 세계 경제 불황을 앞두고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좌파와 우파에서 각각 탈자본주의 구조개혁론과 신자유주의라는 정책 대안이 대두하게 되었음을 살핍니다.
3장, 4장, 5장에 걸쳐서는 1970년에 등장한 칠레의 인민연합 정부, 1974년에 집권한 영국의 노동당 정부, 1981년에 시작된 프랑스의 사회당 정부의 정책 집행과 그 변천 과정을 살펴봅니다. 3, 4, 5장이 다루는 1970년대-80년대 초의 좌파 정권들은 집권 전에 탈자본주의 구조개혁 대안을 준비하고 이를 바탕으로 집권한 뒤 이 정책 패키지를 집행하려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국내외 변수들에 직면하여 강제적으로 혹은 자발적으로 신자유주의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게 됩니다. 이 책은 또한 개별 국가의 사례를 지구 질서 전반의 맥락에서 조망하기 위해 1970년대 초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와 함께 시작된 신자유주의 확산의 전반적 과정도 함께 추적합니다. 각 나라의 사례를 다루면서는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사료들을 발굴, 소개하여 나름 역사서의 성격도 갖도록 해보았습니다. 
6장에서는 주로 영국 노동당의 사례를 중심으로 1970년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 전환으로부터 비롯된 좌파 정당의 정체성 혼란을 짚어봅니다. 이러한 정체성 혼란이 단순한 노선 문제가 아니라 결국 신자유주의 지구화가 추동한 정치 구조 변동과 연관된다는 게 이 장의 주된 관심사입니다.
마지막으로 7장에서는 1장에서 던진 물음에 대한 일정한 답변을 제시합니다. 신자유주의 지구화는 분명히 하나의 ‘정치’적 과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항 세력인 좌파 정당들이 신자유주의 지구화를 실제 저지하지 못한 것은 서구의 주류 좌파 세력들이 그간 국민국가 수준의 정치에 ‘과잉’ 적응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이 추구하려 한 탈자본주의 구조개혁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활 세계/국민국가/지구 질서’라는 정치의 세 층위의 새로운 재편이 필요했었습니다.

이것을 신자유주의가 30여 년 만에 위기에 봉착하게 된 현재 상황에 적용해본다면,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단순히 30여 년 전의 정책으로 돌아가는 게 아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치의 기본 구조 자체를 새롭게 짜는 것입니다. 즉, 신자유주의의 몰락과 함께 등장하고 있는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 같은 새로운 대중운동의 과제는 우리 시대에 맞는 ‘정치’를 재발명해내는 일입니다.
물론 정당을 만들고 집권하는 일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 책이 검토한 70년대∼80년대 사례는 그것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7장 결론 부분에서 제시하는 생태사회주의의 생활 정치 복원 시도나 라틴 아메리카 진보 세력의 지역통합 시도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려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의 결론 자체가 이후의 연구와 실천을 위한 출발점을 확인한 데 지나지 않습니다. 재발명되어야 할 그 ‘정치’의 구체적인 내용은 제가 앞으로 두고두고 고민하고 해명해야 할 연구 주제입니다. 이 점에서 제게 수여된 이 과분한 상은 게으르고 어리석은 저에게 이 주제를 계속 붙들고 정진하라는 다그치는 여러 선생님들, 선배님들의 다그침이자 격려일 것입니다.

저의 이력은 사실 통상적인 연구자의 길은 아니었습니다. 나름대로는 이론과 실천이 서로 만나는 길을 열어보겠다는 포부로, 어쩌면 학자라고 하기에도 딱 맞아떨어지지 않고 그렇다고 전적으로 운동가라고 하기도 힘든 그런 길을 걸어왔습니다. 돌아보니 이론과 실천 사이의 창조적인 만남은커녕 두 영역 모두에서 변죽만 울려온 게 아닌지 부끄럽기만 합니다. 유인호 학술상은 이런 제게 참으로 정신 번쩍 나는 회초리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실천적 긴장에 입각한 깊이 있는

일곡 유인호 선생(출처: 일곡기념사업회)

이론적 탐색이라는 애초의 포부에 부끄럽지 않게 삶을 꾸려나가야겠다는 각성을 하게 됩니다.
사실 저는 일곡 유인호 선생님을 직접 뵙고 영향을 받을 수 있었던 세대는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씩 철이 들어 이 땅의 진보 학문 세계의 일원으로 성장하면서 유인호 선생님과 선생님이 속한 세대의 자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줄 알게 되었습니다. 진보 세력의 명맥이 통째로 끊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그 시대에 온갖 수난과 선구자의 어려움,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정치경제학의 맥을 이어온 선생님과 같은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 진보 학계와 운동이 존립할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유인호 선생님의 존함이 각인된 이 상을 받아 들며 그분이 저 같은 이들에게 건네주신 역사의 불씨에 대해 감히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활활 살려 다시 제 뒤의 누군가에게 건네주는 일의 막중함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선생님의 부끄럽지 않은 후예가 될 것을 다짐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장석준
2012.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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