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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 왜곡의 실체, 신화와 천황제 이데올로기를 파헤치다

책세상 2013.02.06 15:51
《일본 신화와 천황제 이데올로기―신화와 역사 사이에서》 저자 후기

한국외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후련

일본의 경우 ‘천황, 신화, 신도’가 삼위일체가 되어 일본의 국가 정체성을 규정해온 것은 물론이고, 현재도 일본인의 심층 심리에 각인되어 일본 국민의 정신사를 지배하고 있다. 《일본 신화와 천황제 이데올로기―신화와 역사 사이에서》라는 제목의 이 책은, 일본 신화와 천황제 이데올로기가 고대에서 현대까지 일본 역사를 어떻게 관통하고 있는지 통사적으로 개관한 것이다. ‘신화와 역사 사이에서’라는 부제를 붙인 것은, 신화가 역사를 규정하고 역사가 신화를 정치와 종교 이데올로기로서 활용해온 일본사의 특수성을 부각하기 위해서이다. 이 책은 2006년 출판사에 처음 제안한 후 7년 만에 나온 책이다. ‘일본 신화와 천황제 이데올로기’라는 무거운 주제로, 그것도 신화와 역사를 넘나들면서 고대에서 현대까지 다룬다는 것이 고대 신화 연구자인 필자로서는 힘겨운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내용을 집필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심도 있는 내용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푸는 것이었다. 이 책은 필자의 대표작으로 7년 동안 12번의 개작과 보완 수정을 거쳐 나온 것이다. 그만큼 책 한 권에 공을 들인 이유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다.

첫째는 이 책이 어려운 학술서가 아니라 일본에 대해 제대로 알고자 하는 한국인들의 필독서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독자들이 일본 신화와 천황제 이데올로기를 통해 일본인의 심층 심리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집필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물로 나온 이 책은 독자들이 어떤 태도로 일본을 대하든지 상관없이, 일본을 객관적으로 대상화할 수 있는 올바른 식견을 제공해줄 것이다.

둘째
는 후학들에게 일본을 연구할 수 있는 ‘학문 지도’를 만들어주고자 하는 목표 때문이었다. 신화와 역사 그리고 사상사를 통섭하기 위해, 일본의 고대에서 현대까지 중요 문헌들을 관통하면서 논의를 전개했다. 이처럼 방대한 작업의 결과 이 책의 각 장(총 7장)은 단행본 한 권 정도의 주제가 되었다. 각 절(총 21절)은 석·박사 논문 한 편의 주제이다. 각 절의 소주제들은 학술논문 한 편이 될 주제이다. 이 책을 토대로 삼아 수많은 연구서와 학위논문, 학술논문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 분야의 후속 연구자가 많이 나와서 연구의 지평을 넓혀주기 바란다.

이 책은 필자의 25년 연구 역정의 결과물이자 오랜 숙원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다. 한일 역사 왜곡의 첫 단추인 신화를 지렛대로 삼아 일본 역사 왜곡의 실체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 평생의 연구 목표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한 권의 책으로 일본 역사 왜곡의 실체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아울러 한일 관계사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 방법론으로 ‘일본 신화와 천황제 이데올로기’라는 주제를 선택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이다. 즉 일본이 고대부터 현대까지 8세기(712년)의 정치사상에 의해 실제의 역사와 무관하게 개편된 일본 신화를 통해 일본사는 물론이고 한일 관계사까지 규정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대 율령제 국가의 정치사상이 반영된 고대 일본의 ‘천황 신화’는 당대의 시대적 요청에 따라 늘 재해석되면서 재생산되어왔다.

삼한 정벌을 지휘했다고 전하는 진구 황후를 그린 그림

특히 ‘고대의 천황 신화’가 ‘근대의 일본 신화’로 다시 읽히면서, 근대 신민臣民 국가의 정치 이데올로기로서 본격적으로 재생산된다. 그 과정에서 진구 황후의 삼한 정벌 전승은 조선침략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제로 작용했다. 아울러 진무 천황의 건국 신화에 나오는 ‘팔굉일우(천지사방을 하나의 지붕으로 덮는다)’는 대동아전쟁의 슬로건이자 아시아태평양 전쟁의 목표가 된다. 이처럼 일본 신화는 고대 문헌에 ‘어떻게 기술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시대적 요청에 의해 ‘어떻게 읽혀 왔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일본에서 신화가 그러했던 것처럼, 역사 역시 ‘사실’이나 ‘진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해석’의 문제였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 다시 일본의 우파들은 ‘일본사’를 ‘재해석’하려 하고 있다. 신화는 원래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에 ‘신화의 역사화’ 혹은 ‘역사의 신화화’라는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신화와 역사가 중첩되는 고대 사회에서 ‘신화의 역사화’ 내지 ‘역사의 신화화’가 진행되는 것은 일본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모든 고대 사회가 그러했다. 하지만 21세기 현재에도 일본처럼 신화를 통해 역사를 기술하는 방식을 고집하는 나라는 없다. 현재 역사 왜곡으로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갈등을 빚고 있는 새역모 교과서가 바로 ‘신화의 역사화’라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그 목적을 달성하고 일본 사회의 우경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일본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을 토대로 늘 피상적이고 감정적으로 이들을 판단해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태도는 혐일, 극일, 반일, 지일, 친일 등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공통점은 일본에 대해 전문가적 식견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 한 권이 일본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리라고 감히 확신하
며, 한국인의 일본 이해를 위한 필독서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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