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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이야기/편집자 분투기

니체 스타일―불경한 문체, 위험한 사유

책세상 2013. 5. 28. 14:56

니체 문체
- 니체, 문체로 철학하다
하인츠 슐라퍼 지음 


 ‘문체’라는 틀로 니체의 철학을 조망한다. 단순한 문체 분석을 넘어 니체의 사상과 삶의 스타일을 탐색하며, 하나의 시대사조로서 그의 문체가 당대 및 이후의 문학·정치·철학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두루 살핀다. ‘공손한’ 글 대신 어지럽혀진 문장, 암시와 은유, 파격적 구문으로 생동하는 ‘불경한’ 니체의 문체는 시대에 저항하고 가치의 전복을 꾀했던 그의 철학의 또 다른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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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니체를 처음 접했을 때, 그의 ‘스타일’에 매혹되었다. 글의 의미와 사유의 맥락은 갈피를 잡기 힘들었지만, 문장과 리듬과 정서가 자아내는 힘에 압도당했다. 어렵다는 점에서는 같았으되, 사유를 이성적 언어로 구조화하는 다른 철학자들의 저작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감응’의 기쁨이 강렬했다. 그러나 ‘니체전집’을 펴내는 출판사에서 일하며 전집과 연구서들을 만드는 동안, ‘문장가 니체’는 내 의식․무의식에서 멀어졌다. 니체가 오랫동안 시인 철학자로 부각되고 특히 한국에서 통속 니체주의자들이 그의 저작을 수상록의 모양새로 발췌, 중역해온 정황이 있었기에 정본 전집을 출간하는 출판사의 처지에서 그를 철학자로 복원해야 한다는 책무가 무거웠다.

* 《니체전집》, 책세상


  물론 이제 철학자 니체의 위상과 영향력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현대의 관문에서 서구가 구축해온 이성적 세계관에 의문을 제기한 사상가, 철저한 이성 비판과 가치 전도로써 전통적인 도덕․종교․철학의 근본 동기를 밝히려 한 철학자, 20세기의 모든 영역에 광범위한 지적 토양을 제공한 인물. 그 사유의 풍요로움과 전복성이 우리 인식의 굳은 지층을 깨뜨린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우리를 매혹하는 것은 그의 언어, 그의 문체/스타일이 아닐까. 자유분방한 언어와 탁월한 문장감각, 상징적인 잠언과 언어유희, 중층적이고 모순적인 의미의 겹, 격렬한 어조와 리듬…장전된 총기와도 같이 폭발력과 긴장을 품은 그의 글은 그 자체로 하나의 행위이며 사상이다.

* 니체 자필 유고

 이 책은 바로 ‘문체’라는 틀로 니체의 철학을 조망한다. 시인 니체의 면모가 그의 철학적 성취를 폄훼하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내 설익은 우려를 비웃으며 저자는 니체의 문체를 통해 니체의 사유와 철학을 설명하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문체라는 지렛대로 니체의 모든 사유에 물음을 제기”하면서, 표피적인 문체 분석을 넘어 니체의 철학과 삶의 스타일을 탐색한다.


 흔히 철학자의 저작은 체계적 논증과 엄밀한 정확성을 추구하지만, 니체의 저작들은 논증이나 사변과는 거리가 멀고 문학작품과도 같이 암시와 은유, 생략, 파격적 구문 등으로 생동한다. 그는 ‘공손한’ 글을 멀리하고 파편화된 문장, 부정확함과 불완전함을 지향하는 문장, 의도적으로 어지럽혀진 문장을 쓴다. “정신의 다이너마이트가 전통적·시민적인 문장구조를 폭파”해버린다.

 살아 있는 듯 움직이고 춤추는 그의 문체는 “자신의 삶 자체를 철학화한 데서 발현된 그만의 철학 스타일”이며 불경함이 지배하는 그의 글은 시대에 저항하고 가치의 전복을 꾀했던 그의 철학의 또 다른 얼굴이다.

  저자는 숫자(경제)와 말(철학·문학)의 대립에서 숫자가 승리한 듯 보이는 오늘날, 니체의 위대한 문체는 “숫자에 대한 언어의 자기방어이자 자기주장”이라고 해석한다. 일찍이 언어의 힘을 깊이 의식했던 니체의 문체가 구현하는 불경함 속에서, 우리를 포박하고 있는 이 숫자의 세계에서 탈출할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공손한 문장, 전통의 인습을 뚫고 거친 문장, 위험한 사유로써.


_편집장 

 * 이 글은 출판 격주간지《기획회의》344호(2013. 5. 20)에 실린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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