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책세상 책읽기/오늘의 고전 읽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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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본은 한 나라의 출판 수준을 보여주는 자존심이다 _매일경제 문고본이지만 갖출 것은 다 갖췄다 _연합뉴스 고전을 청중 앞에 불러내는 전문가의 솜씨 있는 해설,고전의 주요 장면들을 그대로 선뵈는 '고갱이 맛뵈기' 편집 _한겨레 오랜 시간동안 전해져오며 인문학의 뿌리가 된 고전 저작들을 누구나 쉽게 만나볼 수 있도록 작고 가벼운 문고본으로 펴낸 '책세상문고 · 고전의 세계' 시리즈가 어느덧 88권까지 출간되었습니다.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철학, 언어, 수학, 법학, 사회학, 경제학, 미학 등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분야별 고전! 어디까지 읽어보셨나요? 학교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꾸준히 사랑받은 고전의 세계 시리즈를 주제별, 저자별로 묶어보았습니다. '책세상문고 · 고전의 세계'를 읽는 (아..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옌莫言은 중국의 소설가로 본명은 관모우예管謀業이며 필명인 모옌은 ‘말이 없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1955년 중국 산동성 까오미高密 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문화대혁명 때 학교를 중퇴하고 정유 공장에서 일하다 스무 살에 인민해방군에 입대한 그는 1981년 단편 를 발표하며 데뷔했습니다. 이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1988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으며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죠. 그 외에도 대표적인 작품으로 등이 있습니다. 프랑스 루얼 파타이아 문학상, 예술문화훈장상, 이탈리아 노니로 문학상, 홍콩 아시아문학상,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대상, 대만 롄허보도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 모옌의 작품 그중 책세상 문고 세..
오늘(9월 19일) 안철수 대선출마로 여론이 뜨거운데요. 이런저런 말을 보태기보다는 마침 점심시간에 탐독한 책의 한 구절이 지금의 사정과 꼭 알맞은 듯하여 이곳에 남겨봅니다. 주인 ……선을 행하려는 자는 두려워하고 악을 행하려는 자가 서로 권면하게 되었소. 어떤 선비가 남보다 뛰어나 조금이라도 두각을 나타내고 공정한 논의를 전개하면 부형의 책망을 받거나 지역에서 외면당하게 되었소. 그 때문에 오직 모호한 태도로 부귀르 탐내는 자들만 좋은 음식과 편한 자리를 누리는 관직에 있게 되었지요. 그런데도 조정의 대소 신료들은, 나라를 걱정하고 군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벌벌 떨면서……감히 올바른 기풍 조성의 필요성에 대해 한마디도 못하고 있소. 그저 여우처럼 의심하고 쥐처럼 눈치 보면서 오히려 ..
루소가 말하는 루소 사용설명서 활자유랑자 금정연 언젠가 루소는 이렇게 말했다. “오, 인간이여! 그대의 존재를 그대 안에 가두면 그대는 더 이상 비참해지지 않으리라. 자연이 존재의 사슬 속에서 그대에게 할당한 곳에 머물라.” 그럴듯한 말이다. 그 자신, 거대한 에고를 끝내 가둘 수 없어 끊임없는 비참에 시달려야 했던 인물이 하는 말씀이라면 더더욱. 그로부터 2세기 후, 블랑쇼는 이렇게 쓴다. “장-자크 루소가 생전에 자신이 그렇게 믿었던 만큼 박해받았는지 아닌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사후에 그에 대한 박해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하며, 적의로 가득 찬 정념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술 더 떠서 겉으로 보기에 이성적인 사람들까지도 그를 미워하고, 그의 모습을 왜곡시키기 위해 기를 쓰며 비..
‘책세상문고·세계문학’을 말하다 책이 귀해 늘 아껴 읽어야 했던 탓일까. 어린 시절의 애틋한 사랑이었던 세계문학전집은 내게 추억이며 동경이자 또 한편으로는 결핍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제2의 전성기’라는 수식 아래 다양한 개성의 여러 시리즈가 경합하는 오늘, 나를 비롯한 독자들은 어떤 결핍의 기미 없이 세계문학의 다양한 면모를 향유하는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 그 미적·지적 향유의 즐거움이 고단한 우리 삶에 위안이 되고, 딱딱하게 굳은 사유의 지층을 깨뜨릴 ‘망치’가 되리라 기대한다. 2002년 출발한 ‘책세상문고·세계문학’은 이름 그대로 문고본이다. 1990년대 이후 새롭게 출간된 세계문학전집 가운데 아마도 외형과 가격이 가장 날렵할 것이다. 이는 ‘책세상문고’의 다른 두 축인 ‘우리시대’와 ‘고전의 세..
활자유랑자 금정연 1. “나는 시를 단념한 인간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를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것은 “시의 말과 소설의 말의 근본적인 차이를 어떻게든 명확히 인식함으로써 시 쓰기를 그만두고 소설로 향한 인간”이라는 뜻이다. 그는 시를 단념했지만, 결코 말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을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결국 시를 외면할 수 없는 인간이다. 소설가다. 그는 이렇게 쓴다. 다양한 시대, 여러 지방의 전투에서 비참하게 쓰러져 간 병사의 배낭에서 종종 시집이 발견된다는 보고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이 명료한 의식을 갖춘 채, 눈앞에 있는 자신의 육체=영혼의 죽음을 응시할 때, 자신이 하나 혹은 몇 편의 시를 내면에 안고서 쓰러질 게 틀림없다고 똑똑히 확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희화戱畵 ㅡ플로베르의 《부바르와 페퀴셰》와 《통상 관념 사전》 진인혜 우리에게 《마담 보바리》의 작가로 잘 알려진 플로베르는 젊은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의 어리석은 통상 관념을 수집한 작가이다. 그의 서간집은 부르주아와 동시대의 어리석음에 대한 분노와 절망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는 일찍이 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시대의 어리석음에 대해 숨이 막힐 정도의 분노의 물결을 느끼고 있다. 마치 탈장된 것을 졸라매고 있는 것처럼 내 입에까지 똥덩어리가 차오르는 것 같아. 그러나 나는 그것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응결시키고 굳혀두고 있다가, 반죽을 만들어서 언젠가 그것으로 19세기를 더럽혀주고 싶다. 인도에서 쇠똥으로 탑을 장식하는 것처럼 말이야.” 귀스타브 플..
올해는 지구 멸망의 해(?)가 아니라(맞을지도 모르지만…) 저희 ‘책세상 문고․고전의 세계’에 무려 세 타이틀이나 확보하고 있는(?)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탄생 300주년입니다. 1712년 6월 28일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나 1778년 7월 2일 생을 마감한 루소는… 철학자? 혁명가? 정치사상가? 교육이론가? 소설가? 극작가? 음악가? 무엇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인물이네요. 태어난 지 9일 만에 어머니를 잃고 열 살에 아버지와 헤어진 그는 열여섯 살 때부터 제네바를 떠나 유럽을 떠도는 생활을 했습니다. 그 방랑의 길에서 만난 바랑 부인은 10여 년 동안 연인이자 후원자로서 루소의 지적 성장을 도왔고, 이후 그의 사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지요. 정식 교육을 거의 받지..
사카구치 안고 │활자유랑자 금정연사내는 곤경에 처했다. 사내의 이름은 이자와, 스물일곱 살의 영화사 직원이다. 패전의 기운이 먹구름처럼 드리운 1945년의 도쿄. 지붕 아래로는 사람과 돼지와 닭과 오리가 함께 뒤엉켜 살아가고, 지붕 위 하늘에선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연합군의 무차별 공습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살아있다는 사실이 내일의 목숨을 보장해주지 않는 위태로운 나날들. 하지만 사내를 괴롭히는 것은 위태로움이 아니다. 오히려 “생명의 불안과 위태로운 놀이를 하는 것이 하루하루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었다. 경보가 해제되면 생기를 잃고 또다시 절망적인 감정 상실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무엇이 그의 생기를 앗아가는가? 그것은 직업이다. 모든 물자를 철저하게 통제하는 전시상황에서 꼬박꼬박 담배와 술과 월급을..
풀로 베개를 삼다 ―나쓰메 소세키와 《풀베개》 옮긴이 오석륜의 가상 인터뷰 오늘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吾輩は猫である》로 잘 알려진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다른 소설 《풀베개草枕》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이 소설의 도입 부분은 삶의 교훈을 담고 있다고 해서 일본 사람들에게 명 구절로 알려져 있답니다. 산길을 올라가면서 생각한 것을 표현하는 대목이에요.^^ 이지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말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 살기 어려운 것이 심해지면, 살기 쉬운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디로 이사를 해도 살기가 쉽지 않다고 깨달았을 때, 시가 생겨나고 그림이 태어난다. 인간 세상을 만든 것은 신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다. 역시 보통 사람이고 이웃끼리 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