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빅토르 프랑클 회고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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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말들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우리의 삶이야말로 비극이리라 활자유랑자 금정연 190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빅토르 E. 프랑클은 생의 말년, 질병으로 눈이 먼 상황에서 완성한 회상록을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의 어머니는 오래전에 프라하에 정착한 명문 가문에서 태어났다. 프라하에 살았던 독일 작가 비너Oskar Wiener가 어머니의 삼촌인데, 마이링크Gustav Meyrink는 자신의 소설 에서 비너를 불멸의 인물로 형상화했다. (11쪽) 자신의 회상록을 어머니의 출생으로 시작하며 어머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프랑클 박사는, 마이링크의 소설 을 언급함으로써 문학에 대한 조예를 은근히 뽐내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회상록의 세 번째 문장을 프랑클은 이렇게 쓴다...
세상을 물들이는 사람에 대하여 인간을 네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고 했던가. 환경에 물드는 사람, 환경에 물들지 않기 위해 그 환경을 멀리하는 사람, 환경에 물들지 않는 사람, 그리고 그 환경을 물들여버리는 사람. 20세기의 가장 비참하고 참혹했던 환경은 ‘아우슈비츠’였을 것이다. “가스실, 화장터, 대학살. 그 모든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34쪽) 그곳 수감자들의 평균 생존 기간은 3개월이었다고 한다. “늦든 빠르든 결국에는 자포자기를 함으로써 수감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근본적으로 암울한”(, 147쪽) 환경. 많은 수감자들이, 가스실에 보내지지 않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삶을 불가능하게 하는 그 환경에 물들어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